[트럼프 재선 가능성] ① 미 언론도 이젠 "바이든이 질 수 있다"..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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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가능성] ① 미 언론도 이젠 "바이든이 질 수 있다"..이유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8.3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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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해진 민주당 지지층서 "4년전 잊지말라"는 경고
지지율 격차 좁힌 트럼프, 재선 가능성도 높아져
미 대선, 독특한 선거제도 감안해야...
전체 득표 아닌 선거인단 확보수·승자독식제도 등
트럼프 지지 표명않는 '샤이 트럼프'도 변수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암웨이센터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암웨이센터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조 바이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면서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었다. 

전국적인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목소리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어 더 주목된다.

미 대선을 둘러싼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이유는 뭘까. 

외신·전문가 "트럼프 승리할수도"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비판한 '화씨 9/11'. 미국의 의료 민영화를 다룬 '식코'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진보 성향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기반에 있는 6000만명의 열정이 심상치 않은 수준인 반면 조 바이든 쪽의 분위기는 별로 그렇지 않다"며 "조 바이든과 비교할 때 트럼프를 향한 열정이 핵심 지역들에서 정상보다 높다"고 언급했다. 

무어 감독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한 몇 안되는 이들 중 하나였다. 2016년에는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예상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무어 감독은 민주당 지지층에게 '4년전과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무어 감독은 "미네소타, 미시간과 같은 경합주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따라잡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NN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에서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바이든 후보와 동일했고,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앞질렀다. CNN 방송의 전국단위 지지도 조사에서도 한 때 두자릿 수대까지 격차를 벌였던 바이든 후보(50%)와 트럼프 대통령(46%)의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반(反) 트럼프 보수성향 정치활동 위원회인 링컨 프로젝트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스티브 슈미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실제보다 최소 1~2%p 가량 낮게 나왔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신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CNN 통신은 3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NBC뉴스는 31일 "바이든 후보는 질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불과 6월말까지만 하더라도 바이든 후보가 견고한 지지율을 보여왔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다소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더그 헤이는 "여론조사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4년 전에 무슨 일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4년 전 대선과도 연관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후보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을 앞질렀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시 선거의 승리를 결정지은 것은 선거인단 수였다. 득표수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으나, 선거인단 확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했던 것. 

이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간접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다. 

간접선거제도는 인구가 적은 주(state)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만일 직접선거제도를 한다면, 대선 후보들은 인구가 많은 주에만 공약을 내걸고, 인구가 적은 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간접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 투표를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선거인단을 뽑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방식이다.

선거인단은 각 주의 인구 비례에 따라 결정되는데,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은 55명, 반대로 인구가 적은 몬테나나 알래스카주, 델라웨어주, 노스다코타주, 사우스다코타주, 버몬트주, 와이오밍주 등의 선거인단은 3명이다. 다만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미국 50개주 선거인단 수는 총 538명에 달하며, 과반수를 넘으면 승리를 하게 된다. 흔히 270을 '매직넘버'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538명의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숫자이기 때문에 이같은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라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이긴 사람이 선거인단 전부를 다 가져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느 주에서 두 후보간 표 차이가 단 한표에 불과했다 하더라도 한 표라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을 차지하게 된다.  

2016년 클린턴 후보 역시 전국 유권자들로부터 트럼프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지만, 승자독식 제도로 인해 결과가 뒤집어진 것이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22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반수를 넘는 279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했다. 승자독식 제도로 더 많은 득표를 하도고 대선에 당선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경합주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플로리다(29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등이 6대 경합주로 꼽힌다.

이들 주에서는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우위를 보일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승자독식제도로 인해 박빙의 표 차이에서도 선거인단 전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경합주가 대선을 판가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지난 21~23일 여론조사 결과 6대 경합주의 지지율은 바이든 후보 49%, 트럼프 대통령 46%로, 그 격차는 3%포인트 차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1.4%)를 감안한다면 더욱 박빙의 양상으로 접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주 전에 비해 3%포인트 오른 반면, 코로나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4%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또한 2주전 대비 2%포인트 오른 48%로 나타났다. 향후 지지율 격차가 더 좁혀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오른쪽)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다소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오른쪽)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다소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좁혀지는 지지율 격차..'샤이 트럼프' 영향력도 변수

민주당 지지기반에서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음을 표명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샤이(shy) 트럼프'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지지율 격차가 점차 줄어든다면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승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뜻도 된다. 

닐 뉴하우스 퍼블릭 오피니언 스트레티지스의 공동 창립자는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샤이 트럼프 영향력은 매우 쉽게 발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화당 전당대회가 모두 마무리된 후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공화당 전당대회(24~27일) 이전에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10%포인트 앞섰으나, 전당대회 이후에는 그 격차가 6%포인트로 좁혀졌다고 29일 밝혔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전당대회(17~20일)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1%포인트 벌리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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