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⑰좋은 홍차는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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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⑰좋은 홍차는 어떤 것인가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08.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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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차는 우려진 '찻잎의 일생'을 말한다"
일본 대표 차나무 '야부기타 품종', 아미노산 성분 풍부...감칠맛 느껴
차 성분 차이·가공방법·우리는 과정 등이 홍차 맛과 향에 큰 영향 미쳐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어떤 차가 좋은 차인가? 언뜻 떠오르는 답은 맛과 향이 좋은 차다. 그러면 맛과 향이 좋은 차는 다 좋은 차인가?

차에는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백차, 황차 이렇게 6종류가 있다. 모두 다 차나무의 싹과 잎으로 만들지만 가공방법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이 분류가 의미 있는 것은 가공방법 차이로 인해 6대 다류 각각의 맛과 향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공방법으로 구분되는 차

같은 차나무에서 채엽한 싹과 잎으로 만들어도 녹차 가공법으로 만든 것은 녹차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지고, 홍차 가공법으로 만든 것은 홍차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다. 따라서 녹차를 구입할 때는 녹차의 맛과 향을 기대하고 구입한다. 그런데 구입한 녹차를 우렸더니 홍차의 맛과 향이 난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맛과 향이다. 이건 좋은 녹차인가? 다즐링을 구입할 때는 다즐링 홍차의 맛과 향을 기대한다. 그런데 구입한 다즐링에서 아삼 홍차의 맛과 향이 난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맛과 향이다. 이건 좋은 다즐링 홍차인가?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의 다양함은 찻잎 속 성분의 구성비 차이를 가져온다.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의 다양함은 찻잎 속 성분의 구성비 차이를 가져온다.

'찻잎 속 성분'이 맛과 향에 결정적 

홍차의 맛과 향의 다양성은 품종과 떼루아 그리고 가공방법 차이로 인한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차는 (대체로는) 펄펄 끓인 뜨거운 물속에 마른 찻잎을 넣은 후 찻잎 속에 있는 성분이 물속으로 추출되어 나온 액체를 말한다. 따라서 우린 차의 맛과 향의 차별성은 우려져 나온 성분에 따라 좌우된다.

그렇다면 품종과 떼루아, 가공방법은 무엇에 영향을 줘서 우리가 마시는 홍차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바로 찻잎 속 성분이다. 차나무 싹과 잎 속에 들어있는 성분 구성은 대부분 비슷하다. 하지만 차나무 품종에 따라서 어떤 성분이 좀 더 들어있고 덜 들어있을 수는 있다.

일본에서 재배되는 차나무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야부기타 품종은 다른 품종에 비해 아미노산 성분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아미노산 성분이 일본인이 좋아하는 감칠맛을 내게 하기 때문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되는 자연환경 즉 떼루아에 따라서 성분 구성비가 달라진다. 일조량의 많고 적음, 일교차 정도, 고도, 재배 지역의 습도 등이 찻잎 성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의 다양성이 주는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를 찻잎속에 잘 함유하고 있는 것이 좋은 차다. 사진= 구글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의 다양성이 주는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를 찻잎속에 잘 함유하고 있는 것이 좋은 차다. 사진= 구글

가공방법도 성분 구성비에 영향미쳐

가공방법 역시 영향을 미친다. 녹차의 경우는 살청을 솥에서 하는지, 뜨거운 증기로 하는지에 따라서, 홍차의 경우는 위조를 길게 하는 경우와 짧게 하는 경우, 산화를 길게 하는지 짧게 하는지 등에 따라서 완성된 찻잎 속에 든 성분 구성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사과는 사과 맛이 나야하고 배는 배 맛이 나야한다. 사과에서 배 맛이 나면 신기하기는 해도 좋은 사과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홍차는 홍차 맛이 나야 되고 녹차는 녹차 맛이 나야만 좋은 홍차고 좋은 녹차다.

다즐링 홍차는 아삼 홍차와는 다른 맛과 향의 특징이 있다. 이것은 다즐링 홍차를 만드는 차나무 품종, 다즐링 지역 떼루아, 다즐링 홍차 특유의 가공방법 영향으로 형성된 독특한 성분들이 완성된 다즐링 홍차 찻잎 속에 들어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좋은 차란 품종이나 지역(떼루아), 가공방법 차이가 주는 맛과 향의 미묘한 차이를 찻잎 속에 잘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 차 자체가 갖고 있는(혹은 있어야만 하는) 고유한 특성 혹은 개성을 잘 발현 시키는 것이 좋은 차다. 물론 맛과 향도 당연히 좋아야 한다.

찻잎 속 성분들을 조화롭게 잘 우려내야만 맛있는 차가 된다. 사진= 구글
찻잎 속 성분들을 조화롭게 잘 우려내야만 맛있는 차가 된다. 사진= 구글

마지막 단계 '우리는 과정'도 중요

“한 잔의 차는 단지 한잔의 차가 아니다. 우려진 찻잎의 일생을 말하고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문구다. 절대 시(詩)적인 표현만은 아니다. 내 손에 들어있는 한 잔의 좋은 차는 정성들여 재배한 좋은 찻잎으로, 공들여 가공해서, 잘 보관해서 내 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다. 매 단계마다 누군가는 이 차에 정성을 쏟았다는 의미다.

이 좋은 차를 손에 넣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찻잎이 품고 있는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의 조화로 만들어낸) 성분을 물속에 잘 우려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마지막 단계인 우리는 과정에서 잘못하면 그 가치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다. 차 우리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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