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관종의 바다 유튜브, 이수진 ‘유튜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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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관종의 바다 유튜브, 이수진 ‘유튜버의 일’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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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는 꿈 같은 자유직업? 전직유튜버 출신 작가, 유튜버 열두팀의 이야기를 듣다
시청자 관심 끌어야하는 '관심 종자',팬덤 만드는 스타, 채널 경영하는 사업가
‘직업’으로 바라본 유튜버의 세계 다뤄...스스로 지켜야 하는 나름의 직업윤리 가져야

 

유튜브가 방송을 잡아먹고 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공중파를 떠나 종편과 케이블 방송을 떠돌더니 이제는 텔레비전 아닌 매체까지 찾아 헤맨다. 유튜브가 그 종착지가 되고 있다. 사진=pixabay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들은 공중파를 떠나 종편과 케이블 방송을 떠돌더니 이제는 유튜브에 푹 빠져있다. 사진=pixabay

 

[오피니언뉴스=강대호 칼럼니스트] 유튜브가 방송을 잡아먹고 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공중파를 떠나 종편과 케이블 방송을 떠돌더니 이제는 텔레비전 아닌 매체까지 찾아 헤맨다. 유튜브가 그 종착지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튜버들이 있다. 온라인 방송 플랫폼인 유튜브를 운영하는 방송인을 일컫는다. 흔히들 1인 미디어라 하지만 화면에 나오는 사람이 한 명이라 하더라도 그 콘텐츠에 관여한 사람은 그 이상 혹은 기업 차원일 수도 있다. 그만큼 규모가 커지는 분야다.

유튜버들의 영역도 TV 못지않게 넓어졌다. 예능과 시사는 물론 (어떻게 이런 것까지 다루나 싶은) 소소한 일상까지 유튜브의 소재가 된다. 대중이 주목하는 분야이다 보니 이제는 연예인이나 전문 방송인들까지 유튜버로 전향한다.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유튜브 전문 회사를 표방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TV 방송국 또한 유튜브와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내놓는다.

유튜버의 커지는 영향은 최근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명 유튜버들의 ‘뒷광고’ 즉 광고비를 받았으면서도 마치 아닌 척 방송하는 행태를 밝히거나 우익 유튜버들의 기행과 가짜 뉴스 남발을 고발한다.

최근 논란이 된 유튜버들은 왜 이런 무리수를 둘까. 대중은 왜 이런 유튜브에 열광할까. 난 체계적으로 따져보고 싶었다.

 

'유튜버의 일'. 스리체어스 펴냄.
'유튜버의 일'. 스리체어스 펴냄.

 

서점에는 유튜브와 유튜버를 다룬 책들이 많았다. 그것들은 유튜브가 무엇인지 유튜버는 어떻게 되는지 다룬 실용서적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의 관심이 어디로 쏠리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고른 책은 이수진이 쓴 ‘유튜버의 일’이다. 저자는 2년 반 동안 유튜버로 활동했고 그의 경험과 다른 유튜버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유튜버의 일’은 유튜버로 활동했던 저자가 12팀의 유튜버를 만난 이야기를 기반으로 쓰였다. 모두 유튜버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겸업 혹은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들의 경험과 일을 대하는 자세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는다.
 
먼저 저자가 만난 유튜버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는데 관심을 즐기는 ‘관종’ 즉 ‘관심 종자’라는 거였다.

유튜버는 채널의 지속 가능성과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사업가, 팬덤을 형성하는 연예인, 관심을 진심으로 즐기고 그것을 동력 삼아 경제 활동을 하는 ‘관종(관심 종자)’의 특성을 모두 가지는 직업이다. (10쪽)

저자가 만난 유튜버들은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말한다. 관종이어야만 유튜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러한 ‘관종끼’는 유튜버의 직업적 역량이기도 하다. 그리고 직업 유튜버로서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는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암흑기’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관종끼는 이 시기에도 유튜버 활동을 지속하고, 심지어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두 번째는 그런 유튜버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받는 “관심을 경영한다”는 거다. 관심의 결과는 수익과 연결되니까.

관심 경제하에서 유튜버들이 시청자로부터 받는 관심은 곧 수익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관종끼’나 ‘관심병’은 본래의 뜻처럼 유별나거나, 병적인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튜버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42쪽)

그렇다고 유튜버들이 마냥 관심을 끌기 위해서만 애쓰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직업 유튜버들은 사업가로서 관심을 경영한다는 거다. 그들은 채널 운영을 장기적으로 조망하며 광고 수주에 유리한 방식을 찾는다. 시청자들이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고 떠나지 않도록, 다른 채널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도 한다. 때론 유튜브 플랫폼 밖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 유튜버들은 만능이어야 한다는 거다. 그들은 출연자뿐 아니라 기획자와 제작자 그리고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유튜버들은 자신의 콘텐츠의 일관성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다. 시청자가 본인의 채널에서 어떤 콘텐츠를 기대할지 고민해 정체성을 구축하고, 그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기획하는 것이다. 일정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채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은 사업체를 경영하는 비즈니스맨과 닮아 있었다. 유튜버는 채널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경영하는 사업가로서 어떤 아이템이든 본인 채널에 맞게 자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 (59쪽)

저자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시청자라고 말한다. 유튜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튜버 주변으로 팬덤과 같은 커뮤니티가 생겨야 한다는 거다. 유튜버는 시청자를 구독자로, 구독자를 팬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시간을 쪼개 ‘대댓글(댓글에 다는 댓글)’을 달고, 시청자의 목소리도 영상에 반영해야 한다. 유튜버는 팬덤을 만드는 스타이자, 시청자와 소통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야 하니까.

저자 소개에 의하면 이수진은 “2년 반 동안 유튜버로 활동하며 100개 이상의 영상을 올렸고, 구독자는 2천 명이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 정도의 경험과 경력으로 유튜브와 유튜버를 논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유튜브 생태계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내게는 저자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일반화할 수 있다고 본다.

 

2019년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인천국제1인미디어페스티벌에서 해외 유튜버들이 음식을 먹는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인천국제1인미디어페스티벌에서 해외 유튜버들이 음식을 먹는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뉴스를 빼놓지 않고 보는데 그때마다 우익 유튜버의 일상이 뉴스를 장식하곤 한다. 그들의 통제되지 않은 단어와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전하는 장면이 공중파 정규 뉴스에까지 나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유튜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이 믿는 신념을 퍼뜨리며 돈을 벌고 있었다. 그들이 더욱 자극적인 말을 내뱉을 때 구독자는 열광하며 지갑을 연다. 하지만 유튜브 본사는 국내 정치 유튜버들에게 ‘노란딱지’를 붙였다. 즉 욕설, 폭력성 등 자체 운영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광고가 붙는 걸 제한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돈을 벌 수 있다. 어떻게? 그야말로 유튜브에서 구걸하거나 장사를 한다.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어느 우익 유튜버는 막말 방송을 하는 사이사이 김치를 팔며 후원금도 보내달라며 읍소한다. 화면 하단에는 계좌번호가 고정되어 있다. 유튜브가 텔레비전으로 대표하는 기존 미디어와 다른 점은 통제의 중심이 플랫폼 운영사가 아니라 이용자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이수진의 ‘유튜버의 일’은 ‘직업’으로 바라본 유튜브와 유튜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직업은 정신적 육체적 노력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즉 생활을 위한 돈을 벌게 하는 일을 의미한다. 유튜버도 그러한 직업의 범주에 들어왔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유튜버가 직업이라면, 불법이나 탈법을 저지르지 않는 정상적인 직업이라면, 스스로 지켜야 하는 나름의 직업윤리가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최근 몇몇 유튜버가 저지른 만행들을 보면 그들은 직업윤리는커녕 윤리 자체를 무시하는 것 같다. 정상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그런 불량 콘텐츠는 걸러내고 보는 구독윤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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