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갈등…전문가와 상담 문화 정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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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갈등…전문가와 상담 문화 정착해야
  • 김이나
  • 승인 2015.12.1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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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또는 지인들과만 고민을 의논할 땐 갈등 증폭시킬 우려 커

우리는 고민이 생기면 누구에게 털어놓을까. 어릴 때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였을 것이고, 사춘기 이후로는 친구에게 많이 털어놓을 것이다. 성인이 되면서는 점차 부모에게는 과묵해지면서 소수의 또래 친구들에게 고민을 이야기 하곤 한다. 부모에게 속내를 말하자니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실 것이고 또 세대 차이도 무시 못할 것이다. 같은 종류의 고민을 하고 있을 동년배 친구들이 가장 만만하긴 하다. 이들은 내게 고민해결자라기 보다는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 말동무 같은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을 가지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는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마저 찾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약점이 남의 눈에 띠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회는 무한 경쟁의 사회이지 않은가. 무언가 부족하거나 결점이 있는 사람들은 낙오자, 이른바 “루저”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자기 고민은 주변 동료나 동창들에게나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동료는 회사 내의 경쟁자이고 같은 연배의 동창들은 인생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기혼자들은 그런 고민들을 배우자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배우자는 내 인생의 경쟁자가 아니라 나의 영원한 반려자, 영원한 후원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배우자만큼 편한 상대도 없을 것이다. 고민도 들어주고 또 그 고민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힘있는 존재기 때문에 부부 관계가 이렇게 바람직하게만 유지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배우자와 갈등이 생기면 누구에게 털어놓는가.

 

상담을 하러오는 분들께 그 동안은 누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냐고 물어보았다.

우선 가족이라고 한다. 아내의 경우는 친정엄마나 자매, 남편의 경우는 어머니나 아버지, 형제들이다. 즉 가장 가까운 사람인 가족에게 먼저 털어놓는다. 물론 남편보다는 아내가 더 가족에 의존하기는 한다. 남편들은 이혼을 결심하고 나서야 아버지와 대화하는 분들도 있었다. 걱정하실까봐 혹은 남자니까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러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가장 경계해야 할 케이스들이다. 가족회의를 거치면서 곧바로 이혼 전단계로 치닫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의 가족은 때에 따라서는 나의 배우자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을 나와 살았던 사람들이니 당연히 나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이해해주기 마련이다. ‘니가 잘못한 건 없다. 왜 그런 대우를 받고 사느냐’며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한다.

 

지인들에게도 털어놓았다고 한다. 자, 지인들이라면 좀 더 객관적일까. 물론 가족보다는 객관적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인들 역시 지금 배우자보다는 더 오래 나를 알고 지낸 사람들일 수도 있고 동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은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은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의 결혼생활까지 오버랩 시켜가며 전운 감도는 상황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들은 뒤, 고맙게도 화자가 예상했던 결론을 내린다.

 

“마누라가 좀 심했네. 햇반만 달랑 사다 놨단 말이야? ”, “니네 남편은 정말 너무 하는거 아냐? 너 같은 와이프가 어딨니? 복에 겨웠네 정말.”

 

‘그래. 딴 사람이면 몰라도 얘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애야. 정말 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임에 틀림없어.’

그러나 우리 부부에 대해서 정말 그(그녀)는 잘 알고 있는 걸까? 난 과연 아무런 과장과 가감 없이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줬을까? 그러나 그 지인들이 이른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에 빠질 수 있슴은 자명하다. 일방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 게다가 사람의 일인데.

 

그런데 이렇게 가족 혹은 지인들의 지지를 받고 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배우자에게 선전 포고를 한다. 그러나 그 선전 포고를 받은 배우자라고 지원군이 없을까? 현역 예비역 용병까지 모아서 임전무퇴의 각오로 전쟁을 준비한다.

 

왜 이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가. 가족과 지인들, 즉 제 3자의 조언을 이미 들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나 나의 가족과 지인들은 나의 동맹군이다. 그들은 나의 배우자와 대척관계이다. 그런데도 상담 같은 건 받을 필요도 없고 시간낭비라 생각한다. 쉽게 만날 수 있는, 결정적으로 돈을 들이지 않고도 그들에게서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어내고는 상대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이혼 소송에 돌입한다.

 

우리는 상담을 무척 꺼린다. 최근 그나마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진로상담, 직업상담, 학업상담 분야이다. 왠지 이런 분야는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부부 상담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기혼자라면 어느 점에선 아마추어 상담사로 활동들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 상담사들은 각각의 사례들, 즉 전혀 새로운 다양한 사례들을 관찰하고 경험하고 그 프로세스 전체를 아우르는 이들이다. 그리고 일방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쌍방의 의견을 다 청취하려고 애쓰며 그 후에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식들은 손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서 상담을 받게 할 수 있지만 성인들은 상담도 받으려하지 않는 데다가 한쪽 배우자가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다른 배우자를 억지로 끌고 갈수는 없다. 그러나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면 이 또한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부디 선진국에는 보편화된 상담 문화가 점차 저변화 되길 바라며 상담사의 전문적인 솔루션이 우리 부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길 바랄 뿐이다.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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