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는 '전월세전환율' 인하...시장에선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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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전월세전환율' 인하...시장에선 "실효성 의문"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8.26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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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현행 4%→2% 인하 가능성 높아
김현미 장관 "위반시 과태료 부과 등 제재 검토 안해"
"현재 4% 규정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전월세전환율을 둘러싸고 이를 시행하는 측과 받아들이는 측의 입장 차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서고, 관련자들은 실효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월세전환율을 둘러싸고 이를 시행하는 측과 받아들이는 측의 입장 차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서고, 관련자들은 실효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전월세전환율을 둘러싸고 이를 시행하는 측과 받아들이는 측의 입장 차가 벌어지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개정된 전월세전환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책 실행을 앞두고 있는 국토부는 ‘(임대인에게)강제하지는 않겠다’ 정도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장을 중심으로 실효성 등에 의문을 표시하는 임대인과 임차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시작은 이달 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월세전환율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핀 데서 출발했다. 현행 4%의 전월세전환율을 시중금리 등을 고려해 2.5%로 낮춘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이후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4%인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전월세전환율이 2.5%로 낮아져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월세전환율은 임대차 계약기간 내 또는 계약 갱신 때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다만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와 신규 계약 건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 '전월세전환율' 잘 준수되지 않는데도... 국토부 "따로 강제하지 않겠다" 천명

다만 이 기준은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도 전월세전환율은 4%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전환율은 더 높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평균 전월세 전환율은 5.9%, 서울은 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효성 및 강제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전월세전환율 위반 계약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처벌규정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김 장관은 “위반 계약에 대해 과태료 등 제재방안을 따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10년간 경기와 서울권에서 세입자로 살았다는 30대 A씨는 “전환율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이 4%이든 2.5%이든 이전에 5%로 계약을 맺던 임대인들이 3%, 4%로 낮춰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물가가 오를 때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값이 비싸지지만, 물가가 내린다고해서 음식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심정을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세입자 구제에 관한 정부 측 제시안은 분쟁조정 혹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밖에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담긴 '월차임전환율'(전월세전환율)과 강행규정인 '제10조'를 들며 이를 어길 시 무효로 볼 수 있다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조정과 소송까지 굳이 가지 않고서도 상황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이런 수단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이 어렵고 세입자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말해지는 소극적인 보호조치라는 것이다.

◆ 전월세전환율, 실효성 담보는 어떻게? 결국 본질은 '준수가능성'을 높여야

이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무효로 본다는 것이 실제 현실화가 가능하다면 (전월세상한율을 어기는) 무효인 계약 자체에 대한 이행의무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임차인은 월세를 지급할 이유가 없게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세 4억원의 집을 반전세(보증금 1억원, 월세 100만원)로 계약한 한 임차인이 있다. 전월세전환율 4%를 적용한 경우다. 그런데 이 계약이 10월 이후 전월세전환율이 개정된 후 체결된 계약이라면 사실상 무효가 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계약 이행 의무가 없으니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은 그동안 밀린 월세를 계약서 내용대로 차감하고 지급하겠다는 말을 하겠지만, 이때도 세입자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 살 수 있다. 또 이 경우 세입자가 이사 등 사정으로 거처를 옮겨야할 때 '주택임차등기'를 해두면 임대인은 다른 세입자를 들일 수 없다.

임차권등기(주택임차등기)란, 임대계약이 종료됐으나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 등으로 거처를 옮겨야 할 경우에 대항력(및 우선변제권)을 보장받기 위해 등기를 해두는 것이다.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을 갖게 되나,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거처를 옮겨 주택을 점유하지 않아도 취득한 대항력이 보장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임차권등기명령의 효과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시가 아니라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시점부터 발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다른곳으로 이사가거나 전출하여서는 안되고, ​임차권등기가 경료된 후 이사하거나 전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법정전환율보다 높은 계약을 무효라고 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어떻게 현실화 될 지가 관건“이라며 "임대-임차인 상호간 기간피해는 있을지 몰라도, 이런 경우 임대인은 결국 보증금을 그대로 반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현진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는 “임대인에 비해서 임차인은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전월세전환율은 그 보호 장치의 하나”라며 “전월세전환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법정 최고금리나 법정 최저임금처럼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월세전환율의 최고 상한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정부가 법정 상한선을 설정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민사소송으로 해결토록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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