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예의 일본 연구] 정부는 왜 집값을 잡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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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예의 일본 연구] 정부는 왜 집값을 잡아야 하는가
  •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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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990년대 저금리시대 부동산 급등
대출확대→집값 상승...잃어버린 20년 단초돼
버블경제시기, 기업마저 부동산투자
생산보다 자산관리 나선 日기업...역사에서 지워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고속성장 속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아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스무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이 나왔지만 부동산 가격이 눈에 띄게 안정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진 않고 있다.

부동산정책이 당장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미 평범한 직장인이 급여 만으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게된지는 오래됐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 전에 일본 사례와 비교해 왜 부동산 가격 안정이 국가 경제에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이후  일본의 장기침체의 여러 요인 중 하나도 부동산 급등이었다. 이에 일본의 버블 붕괴로 인한 잃어버린 20년이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日 부동산 급등 가져 온 버블경제시기 '저금리정책'

일본 사례를 보면 금리(金利) 인하가 지가(地價)와 주가(主價)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해진다. 낮은 이자율을 이용해, 빚을 내 부동산 투기를 했던 일본의 1990년대 초반 버블 시기의 모습과 한국의 박근혜 정부시절부터 한동안 이어져 온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 시기는 유사점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이 주택담보대출 축소를 하지 않고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면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시기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1994년이후 연도별 일본 주요 경제지표

자료=일본 재무성, 표=김보예 칼럼니스트.
자료=일본 재무성, 표=김보예 칼럼니스트.

일본의 버블 경제 당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985년 9월 22일, 뉴욕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G5(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는 미국의 달러화 강세에 대한 조정에 합의한다. ‘플라자 합의’는 일본과 독일을 견제한 합의이기도 하다. 플라자 합의 이전, 미국은 대일무역(對日貿易)에서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저렴한 엔화로 인해 미국에서는 일본 제품(특히 도요타 자동차)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러나 비싼 달러로 인해 일본에서 미국 제품이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 예상을 뛰어넘는 엔고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1984년 1달러=250엔 대였는데, 1985(플라자 합의) 1달러=200엔대로 1년전에 비해  25%나 하락했다(엔화 가치상승). 이후 1986년 1달러=160엔대, 1987년 1달러=120엔 대로,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는 약 65.7% 가치가 절상됐다. 

일본 정부는 엔고로 인한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다.

플라자 합의 이전(1985년)에는 5.0%였던 금리가, 1987년 2월 이후 2년 3개월 동안 은행업이 들어선 후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2.5%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인하되자 사람들은 빚을 내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금리보다 부동산과 주식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었고 투기에 가까왔던 이들의 투자 대부분은 버블경제 초기까진 해피엔딩이었다.   

그 결과 지가와 주가가 직장인 평균 월급의 8배, 도쿄의 신규 아파트는 직장인 월급의 18배까지 상승했다.

현재 한국의 코스피는 조정을 거치긴 하지만 2300선을 오르내리며 체감경기에 비해선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직장인 월급의 20배 수준이다. 월급이 400만 원인 직장인이 서울에 20평 아파트(9억)를 구매하기 위해 20년간 한 푼도 안 써야 겨우 살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의 1990년대와 경우는 다르지만 저금리시기 한국에서 일어나고있는 부동산 투기 내지 투자는 199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초기와 흡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가격과 주가로 인해 1990년대 버블 붕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1990년대 버블 경제 당시와 현재를 비교, 검토 중이다.

출처=일본 재무성, 그래픽=김보예 칼럼니스트.
출처=일본 재무성, 그래픽=김보예 칼럼니스트.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19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주춤했던 일본의 수도권 신축 맨션 가격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경제연구소 조사 발표에 따르면 1991년 11월 일본 버블 경제 당시 최고치를 기록했던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은 7497만 엔이었다. 올해  1월에 일본의 주요 수도권(도쿄, 가나가와, 사이타마, 치바)의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은 전년도 같은 달대비 47.9% 상승한 8360만 엔(약 9억4000만원)을 기록하여, 버블 경제 때의 집값 상승을 뛰어넘었다. (일본에선 연일 부동산 가격 최고치 경신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크게 높진 않아 한국의 현재 부동산 가격이 일본에 비해서도 상당히 고공비행 중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도쿄 23구의 신축 맨션의 평균 가격은 1억511만 엔으로, 27년 만에 처음으로 1억 엔을 돌파했다. 신축 맨션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중고 맨션도 7년 연속으로 상승세다.

1990년대 이래 최고의 부동산 가격과 상승률에, 일본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초래할 제2의 버블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채무 대국이라고 불릴 만큼 거액의 국채가 있는 상황이다. 일본 재무성(財務省)은 올해 1월 국채가 102.7조 엔(약 1150조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의 GDP(국내총산)의 3.5배에 가까운 금액으로 GDP 대비 채무액은 세계 1위이다.

현재 일본은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상황으로 국채 의존도가 높다. 국채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 시기는 역시 버블경제가 시작된 1990년도 부터다. 이후 버블 경제 붕괴로 인한 세입의 감소와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보장제도 확대가 국채 의존도를 높였다는 의견도 있으나, 글로벌 1등 산업이 차례로 무너진것도 한 몫 했다. 

1989년부터 다시오른 '금리'...부동산투자 기업 붕괴   

금리인상 이전 버블 경기 당시 일본에서는 ‘자산운영도 못하는 경영자는 머저리다(資産運営もできない経営者はアホだ)’라는 말이 나 돌 정도로, 많은 기업인도 신사업 개척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통한 경영실적 개선에 열을 올렸다.   

즉, 일본 버블기 부동산투기는 개인투자자들보다 기업·기관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몰락한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팔리거나, 흡수 통합됐다.

기업이 몰락하자 채용은 악화됐다. 지난 1993년부터 2005년까지 구인배수(일본에서는 ‘유효구인배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가 1아래로 떨어졌고, 1998년에는 0.9까지 내려갔다. 

구인배수란 1명당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수를 뜻한다. 구인배수가 1이면, 한 명당 구할 수 있는 직장 수가 1개라는 뜻이다. 그 때문에 구인배수가 1 아래로 떨어지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처럼 1987년부터 1989년 초까지 연 2.5%대 저금리가 이어진 동안 은행에서 돈을 차입해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던 기업들은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일본 정부는 낮은 금리로 부동산투자가 확대되고 경기가 과열된 소위 버블경제가 지속되자, 1989년 5월 결국 금리인상을 단행한다.  단기간에 금리가 롤러코스트처럼 급전직하했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르게 된 것이다.  

일본은행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중앙은행은 1989년 5월부터 1990년 8월까지 1년3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2.5%였던 금리를 6.0%까지 끌어올렸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이자 부담이 커진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면서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경기침체와 직결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절과 비교해 한국이 다행스러운 것은 0%대 금리 시대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현상이라는 점이다. 당분간 한국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릴 명분이 없다는 것이고, 바로 이 부분이 일본의 1990년대와 현재 한국이 다른 점이다.  

현재 일본은 무금리, 무담보 대출이 나온 상황이고, 마이너스 금리까지 거론되고 있어 1990년대 처럼 금리 인상으로 버블을 막을 가능성은 없다. 

                          -연도별 일본 재정적자  규모 

출처=일본 재무성, 그래픽=김보예 칼럼니스트.
출처=일본 재무성, 그래픽=김보예 칼럼니스트.

공급확대 성공하려면...부동산 말고도 돈 흘러갈 곳 있어야  

일본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집값이 오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근거는 지난해부터 수도권의 신축 맨션 공급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금리 ▲제로금리 ▲마이너스 금리 등과 상관없이, 공급이 늘어나고 있어,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최근 들어 정부 출범이 후 스물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급확대 정책을 내놨다. 

한국에서 만약 공급확대 정책이 성공한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공급 확대에 따라 한동안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거나 완만한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시중 통화 유동성 조절이 시급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은 3077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에 넘쳐나는 시중 통화량은 앞서 언급했듯이 부동산 투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역시 넘치는 시중 통화량 출구가 부동산으로 집중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 더하여 앞으로 넘쳐나는 시중 통화량을 어느 곳으로 어떻게 흘려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시중 통화의 향방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물론 국가 경제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면서 일본어 번역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한일관계와 관련한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인문학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대중들과 소통해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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