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위기] '익명의 의사'가 돌린 경고메시지...확인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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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유행 위기] '익명의 의사'가 돌린 경고메시지...확인결과는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0.08.2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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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감염내과 교수 "계속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해"
"신규 확진자 줄었다고 안심해선 안돼...중환자 병상은 계속"
"중증환자 대상 병상 및 인력 확보는 단기간에 어려워 계속 부족한 실정"
"일일 확진자 증감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돼"
최근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떠돌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이야기. 사태의 심각성과 향균필터의 효과 여부, 병상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떠돌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이야기. 사태의 심각성과 향균필터의 효과 여부, 병상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오피니언뉴스=양소희 기자]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를 웃돈지 4일만에 200명대로 감소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최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과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했던 의사’의 글이 돌았다. 누구인지는 현재론 알길이 없지만 전문지식이 담긴 글은 언뜻 보기에도 심각해보였다.

그 메시지는 “현재 상태가 너무 위험한 상태이며 방역당국에서 저 정도로 얘기하면 거의 두 손 들기 직전인 것”이라며 “우리가 믿고 있는 항균 필터는 사기에 가깝고 조만간 병원 병상은 동날 것”이라고 경고를 겸한 우려를 전했다.  

'두 손을 들기 직전'이라는 이 메시지 내용은 사실일까.

확인에 들어가자,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이 무척 심각한 상황이 맞다”며 언급된 글의 내용처럼 ”지금 제대로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유럽처럼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공용 엘리베이터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항균 필터의 효과에 대해서는 ”필터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가 필터에 닿자마자 바로 죽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놨다. 최 교수는 ”일단 오염된 필터에서도 바이러스가 몇 시간은 유지된다“며 항균필터에만 100%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쇠나 플라스틱 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3일 정도지만 구리 성분의 항균 필터에서는 4시간으로 생존 시간이 단축된다. 항균 필터가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닿자마자 죽는 것과 같이 완전히 안전한 상황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용자들도 이를 항상 기억하며 손 씻기 등의 방역수칙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이날 퍼진 메시지의 내용 중에는 ‘병원 병상이 조만간 동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확실히 병상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맞다“고 동의하기도 했다.  

앞선 지난 23일 서정협 서울시 권한대행은 병상확보 문제를 지적받자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남산유스호스텔, 태릉선수촌, 한전인재개발원, 은평소방학교 765병상에 이어 문래동 유스호스텔, 이천 국방어학원, 경기 소재 공공시설 1개소 등 총 3개소 900병상의 생활치료센터를 추가로 확보해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코로나19 음압병동 투입 준비를 마친 의료진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음압병동 투입 준비를 마친 의료진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필요한 건 생활치료센터 이상이다. 최 교수는 병상 문제를 두고 ”생활치료센터를 늘렸던 경험이 있어 상황이 그래도 괜찮지만, 음압병동 등 중증 환자 대상의 병상은 쉽게 늘릴기가 어려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 입소기준 자체에 고령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병상 한계로 인해 현재는 일부가 생활치료센터로 가기도 하지만 중환자 병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 교수는 ”중환자 병상 확보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 것은 대학병원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있는 중환자 병실에는 다른 중증 환자들도 있어 코로나19 치료에만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병원은 원래 인력 시스템이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곳이라 어느 병원에서 근무중인 누군가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며 ”중환자실이 일반병상에 비해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다“고 언급했다. 중환자실을 마련하려면 구조변경 자체가 이루어져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간이 분리돼고 간호인력도 늘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환자는 방호복 등을 필수로 착용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소요되는 간호인력이 더 많다. 최 교수는 ”최소 2배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며 ”인력재배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게 쉽지 않으니 가장 최선의 방법은 환자발생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말 검사인원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300명 밑으로 줄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안심해서도 안되고, 긍정적으로 봐서도 안된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최 교수는 ”깜깜이 감염자가 20%에 달한다는 자료만 봐도 숨어있는 환자 수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코로나19 전파 고리가 어떤 집단 하나를 끊는다고 끊어지는 상황이 아닐 뿐더러 확진자 수도 증가 과정이 계속해서 더블링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하루의 증가 감소로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발생의 질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에 관해서는 ”정부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확진 추세만 놓고 봤을 때 3단계 격상은 불가피하며 이미 했어야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격상이 늦어질수록 환자발생의 추이가 꺾이는 정도가 덜할 것“이라면서도 의료부하가 심한 상황을 우려했다.

최 교수는 ”2단계니까 집합금지 기준인 50명 아래 '49명까지는 모이는게 괜찮겠지' 이런 생각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방역 현장에 있는 사람의 시각은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대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이 결국 말하고 싶은 것도 ‘최대한 대면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2단계는 몇 명, 3단계는 몇 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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