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고용 논란까지'..LG화학 소송전에 더 불리해진 SK이노베이션
상태바
'불법고용 논란까지'..LG화학 소송전에 더 불리해진 SK이노베이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8.24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C ,10월에 최종 판결예정...'불법고용 논란'으로 불리
SK이노베이션 옹호하던 美 정치인들, '불법고용 전면조사' 요구
LG화학과 소송전서 더 불리...SK그룹 고위층 고민도 깊어져
미국에서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한국인 불법 고용' 논란에 직면하면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한국인 불법 고용' 논란에 직면하면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에서 진행중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이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미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렸고, 오는 10월 최종판결이 예정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인 불법고용 논란'이라는 또다른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그동안 미국 조지아주의 지역 정치인들 일부가 ITC측에 SK이노베이션이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으나 한국인 불법 고용 이슈가 불거지면서 미국 내 여론도 싸늘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원, ICE에 불법 고용 문제 전면 조사 요청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지역 네트워크인 폭스5에 따르면, 더그 콜린스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조지아주)은 이날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이 불법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전면 조사를 요청했다. 

콜린스 의원은 지난 5월에도 한국인 근로자 33명이 정식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비자면제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하려다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공항에서 추방된 사건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CBP는 당시 이 사건이 일회성이 아니라 더 큰 한국인 불법 취업 계획의 일부로 판단했다"며 전면 조사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폭스5뉴스에 따르면 배관·난방 종사자들의 노조인 '유니언72' 또한 한국인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니언72의 노조원인 데이비드 케이글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조합의 기술자 500명 이상이 SK이노베이션 건설 공사 현장에 지원했지만 한 명도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며 "대신 한국인들이 조지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3월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배터리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26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조지아 주정부로부터 3억달러(약 3500억원)의 세금 감면 및 보조금 혜택과 함께 공장 부지를 제공받은 바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미국 조지아주 정치인들 중 일부는 ITC측에 'SK이노베이션의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강조하며 SK이노베이션 측을 옹호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불법 고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게 된 것이다. 

다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불법 고용 문제가 LG화학과의 소송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정민 변호사는 "ITC는 조지아주의 입장도 고려하겠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ITC는 무역과 관련한 불법적인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불법 고용과 관련한 뉴스들이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리해진 SK이노, LG화학과 합의에 주력할 듯 

한층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0월5일 최종판결이 나기 전에 LG화학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 몰리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 선례를 볼 때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침해 소송 예비결정이 뒤집힌 경우는 거의 없다. 조기패소 판결이 최종 결정되면 LG화학의 청구 내용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만든 셀, 팩, 샘플 등 배터리 제품의 미국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미 조지아주 1·2 공장에 약 16억7000만달러(약 3조원)를 투자한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LG화학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SK이노베이션 측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각의 전략적인 방향을 세워두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 상황은 SK이노베이션 측에는 다소 불리해진 상황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이 내놓아야 할 카드도 더욱 많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NE리서치의 집계 결과 이미 지난 1분기 기준 전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7%를 차지하고 있는 LG화학은 배터리 소송전에서 승소시 기술적인 우위를 전세계에 공표할 수 있게 되지만, 명분과 실리를 고려한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LG화학 측 역시 지난달 말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0월 최종 판결 전에 양사간 협상을 통해 합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언급은 당시 시점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김 변호사는 "기업 간 분쟁은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며 "다만 합의 과정에서 어떠한 조건들이 반영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의금액과 관련해서는 양 기업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리해진 SK이노베이션 측에서는 LG화학 측에 충분한 금액을 제안했으나, 이미 승기를 잡은 LG화학 측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일축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의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줄 수 없다"면서도 "SK그룹 내 최고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배터리아메리카의 한국인 불법 고용 논란과 관련해서 "건설 현장 근로자 채용은 계약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진행을 한다"며 "다만 우리가 이 문제를 인지하고 난 이후에는 모든 계약 업체들에게 미 연방 규정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에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겸 총괄사장으로부터 충분한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원론적인 입장이외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드·GM 등 완성차 업계도 소송전 결과 '주목'

한편 완성차 업계 또한 이들 양대 기업의 소송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미국 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모두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상황이다.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이 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조지아주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ITC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건설하는 GM을 비롯해 공장이 들어서는 오하이오주 정치인들은 LG화학을 지지하고 나선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