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해부] ③ 8.4 대책 해외사례와 비교해 보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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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해부] ③ 8.4 대책 해외사례와 비교해 보니 (끝)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8.25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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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임대기간 3년 혹은, 10년이상도 있어
미국, 독일, 일본 등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뉴욕시, 장기임대시 월세 인상률 '제로' 제도도 운영
"전세제도 있는 한국, 갭투자 막아야" 의견도
전월세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임대차 3법'이 지난 4일부로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행정도시 이전에 이어 전월세전환율 50% 인하 추진 등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스물세번째로 내놓은 8·4 부동산 대책 이후 '월세 위주 시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 등 전에 없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제 진영간 이념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론의 균형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임대차 3법'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보이는 뉴욕 맨하탄 도심부의 건물 모습. 사진제공=Freepik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보이는 뉴욕 맨하탄 도심부의 건물 모습. 사진제공=Freepik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국내 주택시장에서 전월세 관련법(임대차3법·전월세전환율 등) 개편에 따른 파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제대로 시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에게조차 비난 받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해외 사례를 비교해 봤다.  

임대차 관련 법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호주·프랑스·독일·일본·홍콩 등 6개 국가들과 한국을 비교해 본 결과, 눈에 띄는 차이점은 호주와 홍콩을 제외한 G7 소속 경제 대국들은 임차인을 보호하는데 임대차 법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임대 제도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이들 6개 국가에는 전세제도가 없었다. 이들 국가들은 주택시장은 자가가 아니면 월세 중심이다. 월세도 한국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는 보증금 규모다. 

한국에서 월세보증금은 비싼 편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입지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내 원룸(전용면적 33㎡이 이하)의 월세 보증금은 최소 300만원에서 1000만원 선으로 형성됐었다. 서울 원룸의 월세가 평균 5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보증금은 최소 5개월치에서 20개월치를 오르내린다.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의 월세 보증금이 1~2개월치 수준 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월들이 높은 수준이다.  

◆ 美·獨 등 임대기간 정해놓지 않아...계약갱신청구권도 보장 

우선 임대기간은 다양하게 이뤄진다. 보통은 1~3년이 표준이지만 독일과 미국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간을 정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임대계약기간이 설정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임차인이 원하면 10년 거주기간 보장이 되며 퇴거를 강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대부분 10년을 기본으로 본다. 때문에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경우도 흔치 않다. 집주인이 바뀌어도 그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 뉴욕시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계속 지급하는 한 예외사유(집주인의 실거주 등)를 제외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거나 강제 퇴거시킬 수 없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과 미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일본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된다. 한국과 다르게 특이한 점은 일정한 예외사유가 없는 경우 이를 무제한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총 4년(2+2년)을 보장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2+2'라고 명명한 것이지만 2년 이상 임대를 거친 임차인도 이사가기 전 한 번은 쓸 수 있는 계약 갱신 카드다. 이때 갱신 기간은 최대 2년이고 임대 계약기간 중 1회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호주와 홍콩의 경우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호주는 대체로 임대차 계약기간이 기본 1년이다. 이렇게 기본 계약단위가 짧은데다, 갱신청구권도 보장이 안되면 세입자는 이사를 자주 가야한다는 부담을 지게된다.

홍콩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Freepik
홍콩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Freepik

◆ 파격적 임차인 보호정책 운용하는 미국 뉴욕시 

호주는 또한 연간 임대료 상한선이 제한돼있지 않아 집값이 폭등해도 세입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이의제기에 그친다. 

임대료 상한을 두고 있는 나라중 한국과 가장 유사한 곳은 일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전월세상한제의 통과로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대상으로만 집값을 최대 5%로만 올릴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매년 해당 지역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산정해서 이에 비례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도를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정부가 지난 2014년부터 주택임대료가 급등지역에 한해 '주택임대료 브레이크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새로 건축된 주택 ▲리모델링한 주택 ▲주인이 임대사업을 처음 시작한 주택 등 예외대상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임대계약 체결 시 해당지역의 임대료 평균가격의 10%를 초과해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임대료 상승에 제한을 둔 나라 중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임차인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정책은 다름아닌 미국 뉴욕시였다.

뉴욕시는 대표적으로 '렌트 컨트롤'과 '렌트 스테블라이즈'라는 임차인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렌트 컨트롤'은 뉴욕에서 1947년 이전에 지어진 빌딩 중 1971년 이전에 렌트한 거주민의 경우 본인이 원할 때까지, 입주 당시 가격으로 임대해서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규정으로 방 3개 짜리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5000 달러가 넘는 건물에서 1971년 이전에 들어온 70대 노인은 400 달러(한화 약 47만원)만 내고 살고 있지만, 1990년대에 들어온 가족은 2500 달러(한화 약 300만원)를 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시장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아파트는 뉴욕시 전체 임대 주택의 1%를 차지한다. 

또 다른 임차인 보호법인 '렌트 스테블라이즈'는 197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 임대료를 시 정부가 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정책이다. '렌트 스테블라이즈' 아파트의 경우 뉴욕시 전체 아파트의 50%인 100만채 정도에 적용된다. '렌트 스테블라이즈'에 적용되는 아파트의 월세 상한선은 2700 달러다.

반면 상대적으로 임차인 보호에 소극적인 호주와 홍콩의 경우는 이 제한이 없다. 작정하고 집값을 올리면 임차인이 보호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사진제공=Gettyimages
사진제공=Gettyimages

◆ 한국, 전세제도개선 시급...갭투자 막을 방안 내놔야 

종합하면 주요 선진국들은 대체적으로 임대인보다는 임차인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집주인의 사유 재산권을 인정하면서도, 임차인이 계약상 동등한 지위를 갖도록 보호해주는 측면이 강했다.

앞서 나왔던 것 처럼 ▲계약갱신청구권 무제한 인정 ▲임대차기간 적극 (연장) 보장 ▲임대료 상한제 적용 등 '임차인 보호장치'를 이미 국내보다 앞서서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자유주의 경제를 지향하는 영미권 조차도 임차인 권리 보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도 임차인 보호에 익숙했다.

반면 호주와 홍콩은 높은 집값 등으로 부동산 문제가 큰 사회이슈로 다뤄지고 있는만큼, 임차인 보호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배려를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 일부가 월세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면 시행은 하고 있지 않는 데 반해 한국은 (전월세상한제를) 전면 시행한다"며 "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영국 같은 경우엔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했다가 가격이 폭등하며 규제를 완화한 케이스"라며 "일본도 시도를 했다가 신규 공급이 줄면서 하지 않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임대료가 폭등하는 등 일부 부정적인 면도 잘 살펴 시행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처럼 변동성이 높은 나라에서 40년동안 한 집에서 산 임차인이 있다면, 장기거주에 따른 기득권(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장해주는 것이 굉장히 일리있고 합리적"이라며 "이는 임차인 보호도 되지만, 소유자 입장에서도 한 세입자가 장기간 한집에 살면서 기여를 했다고 보아 서로가 신뢰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임대차시장에 대해 "해외사례는 사회문화적으로 한국과 딱 맞게 대응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며 "한국의 경우 매년 과세기준인 공시지가 높아지기 때문에 집을 가지고 있기만해도 세금 부담이 올라 월세를 올리지 않기가 쉽지 않다"며 "임대차시장은 근본적으로 세제와 사회시스템이 연관 돼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임대인과 임차인의 균형잡힌 관계는 한국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가야 할 숙제"라며 "한국 임대차시장은 집값을 끌어올리는 갭투자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월세 중심으로 바뀌어도 집을 사는 것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임차인 입장에서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가 되는 전세 제도 자체가 주는 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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