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이재명의 지지를 가르는 리더십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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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이재명의 지지를 가르는 리더십 스타일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8.22 09:0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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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야당 리더십' 이미지...친문 견제속 민주당 후보될까
노무현 같은 정치인 보다는 '일 잘하는 행정가' 면모 강해
의회정치 보다 '포퓰리스트적 민주주의 추구' 가능성 많아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한국갤럽이 지난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지사라고 응답한 사람은 19%, 이낙연 의원은 17%로 나타났다.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전주보다 6%포인트 상승했고 이낙연 의원 지지율은 전주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이재명지사의 첫 역전이다.

이재명 지지율의 '이중성'

이번 여론조사의 특이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재명이 ‘현 정권을 교체할 야당후보의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는 점이다. 다음 대선과 관련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선택지를 주고 고르게 한 결과이다. 이낙연 의원 지지자들은 87%가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골랐고, 9%만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선택했다. 야권의 대선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자들은 96%가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1%만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 지지자 중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고른 응답자는 63%였고,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선택한 사람이 27%로 집계됐다. 이 지사 지지자 27%는 그를 '정권을 교체할 야당 후보'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단체와 지지자들이 2년전인 2018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당시 지지자들은 일부 민주당 세력이 '혜경궁 김씨' 프레임을 씌워 이재명 죽이기와 이간질 공작을 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해서도 마녀사냥식 왜곡 보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단체와 지지자들이 2년전인 2018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당시 지지자들은 일부 민주당 세력이 '혜경궁 김씨' 프레임을 씌워 이재명 죽이기와 이간질 공작을 하고 있으며 언론에 대해서도 마녀사냥식 왜곡 보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둘째는 이재명이 ‘여당 내 야당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3%로 집계됐는데, 이 부정평가자 중 이재명 지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7%로 윤석렬 총장 지지자(17%)와 같았다. 이 부정평가자 집단에서 야권 유력 대선후보와 같은 지지율을 얻은 것이다.

이런 두 가지 특이점은 이재명 지사가 확실한 비문(非文) 후보로서 ‘여당 내 야당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당 내 야당 리더십’이란 표현은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유력 차기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를 두고 쓰이던 표현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이재명 지사가 ‘여당 내 야당 리더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의 이후 행보와 리더십 변화 가능성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39%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왔고, 문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긴급재난지원금, 부동산 정책 등에서 문재인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권과 독립돼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그런 의미에서 친문(親文) 후보 아니면 차기 대권이 어렵다는 인식을 검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높아도, 당의 주류인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예선인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37%가 이낙연 의원을 지지했고,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28%로 낮았다. 이재명 지사가 당내 친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보에 대해 어떤 전략적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그가 당내 경선뿐 아니라 본선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태도의 변화도 지켜볼 대목이다. 그동안 사이다 발언과 선명성을 좋아하는 일부 극단적 지지층에만 호소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도 중도지지층 확대를 위해 근본적으로 재검토 해봐야 할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재명에 대한 선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변수에 대해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차기 대권주자가 지녀야 할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이재명에 대한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중요한 변수이다. 이재명이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방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올해 2월말 신천지예수회 교인들의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하자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급습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올해 2월말 신천지예수회 교인들의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하자 도내 교인들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급습하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일 잘하는 행정가, 평등주의자, 포퓰리스트?

이재명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변수로서 차기 대권주자가 지녀야 할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는 다음과 같다.

째, ‘정치가’냐 ‘행정가’냐의 차이이다. ‘정치가’보다 ‘행정가’로 생각하는 유권자일수록 이재명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반대로 ‘행정가’보다는 ‘정치가’로 생각하는 유권자일수록 그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둘째, ‘자유’냐 ‘평등’이냐의 차이이다. ‘자유’보다는 ‘평등’의 가치를 생각하는 유권자일수록 이재명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반대로 ‘평등’보다 ‘자유’의 가치를 생각하는 유권자일수록 그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셋째, ‘민주공화주의자’냐 ‘포퓰리스트’냐의 차이이다. ‘민주공화주의자’보다 ‘포퓰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일수록 이재명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반대로 ‘민주공화주의자’라 생각하는 유권자일수록 그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위 변수들은 이재명이 보이는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논쟁사항으로 열린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첫째, 이재명 지사는 ‘정치가’보다는 ‘행정가’ 스타일이다. ‘행정가’로서 이재명 지사의 리더십은 코로나19속에서 물 만난 메기처럼 돋보였다. ‘신천지’, ‘배달의 민족’을 일사불란하게 제압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서도 현행범처럼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정가’로서 그의 리더십은 ‘기본소득’에 이은 ‘기본주택ᆞ개념’에서도 더욱 빛이 났다. 자신의 신념이 배어있는 아이디어를 진리처럼 비타협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행정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정가’ 스타일은 정치과정의 문제 즉, 다양한 의견의 표출을 도와주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론장을 창출하는 ‘정치가’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개혁에 대한 추진력이 있더라도 대화와 토론을 좋아하는 노무현과 대화와 토론이 별로 없는 이재명의 차이를 드러낸다. 노무현 리더십이 정치가에 가깝다면, 이재명 리더십은 행정가에 가깝다.

둘째, 이재명 지사는 ‘자유’보다는 ‘평등’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한나 아렌트는 ‘자유’보다 ‘평등’을 강조하는 시각을 공과 사를 구분했던 그리스 민주주의 정치관의 전통에서 벗어난 마르크스의 공리주의적 정치관으로 보았다. 그에 의하면, 그리스 민주주의가 잘 굴러간 것은 정치적 공적공간인 폴리스와 경제적 사적공간인 오이코스(가정경제)의 확실한 공/사구분이 있었기 때문인데, 마르크스는 이 공/사 구분을 지키지 않고, 오이코스라는 사적공간이 해방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폴리스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사적영역인 오이코스 영역을 정치영역인 폴리스로 대체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마르크스의 시각은 ‘정치적 동물’을 ‘경제적 동물’로 격하시키는 전형적인 공리주의적 정치관이다.

마르크스는 다양한 시민들이 자유로운 말과 행동의 참여를 통해 열리는 정치적 자유의 공간인 폴리스와 사적영역인 오이코스를 구분하지 않고, 사적공간인 오이코스에서 국유화나 복지확대, 기본소득 등으로 경제적 평등이 되면 그게 폴리스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시민들이 정치적 공간인 폴리스를 건설하는 문제와 사적인 영역인 오이코스의 평등을 달성하는 문제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폴리스는 ‘위대함’을 추구하는 시민행동(action)의 장으로 ‘다양성의 원리’이고, 오이코스는 ‘효율과 목적의식성’을 추구하는 작업(work)의 장으로 ‘동일성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이 둘의 차이를 무시해서 결국 사회주의 국가가 필연적으로 전체주의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한다. 전체주의는 ‘자유’보다 ‘평등’을 강조하게 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셋째, 이재명 지사의 말하기 방법은 ‘민주공화주의자’보다는 ‘포퓰리스트’ 스타일이다. 이재명 지사는 선악의 이분법에 기초한 위정척사론을 프레임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이 지사는 “그분(이낙연)은 엘리트 출신이고 난 변방의 흙수저”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이 지사는 자신의 행동은 선하고, 정의롭고 공정하며, 상대는 악하고 부정의하며 불공정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신천지’를 제압할 때도, ‘배달의 민족’을 제압할 때도 그런 프레임을 사용했다. 자신은 악의 무리를 쳐부수는 의인 홍길동과 배트맨으로 묘사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관제배달앱’을 ‘공공배달앱’으로 포장하여 수수료와 광고료가 무상, 무료라고 홍보한다.

수수료와 광고료가 무료인 것은 맞지만 국민의 세금을 충분한 동의나 합의 없이 자기 편의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경향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독점적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가주의적 직접규제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위임하거나 경쟁사의 경쟁구조를 지원하고 시민단체의 감시기능을 키워 자생적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간접적 접근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

이재명 지지자들 중 다수는 “반엘리트주의, 기득권 타파”, “인민주의에 대한 호소” 등으로 표현되는 포퓰리즘을 민주공화주의의 한 특성으로 파악하여, 포퓰리즘을 ‘좋은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 고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가 ‘포퓰리스트 민주주의(populist democracy)’로 타락한다고 보면서, 민주주의를 ‘우중정’으로 타락하는 정치체제라고 분석하였다. 

의회정치 몰락한 '워싱턴'처럼 

한나 아렌트는 시민(citizen)과 군중(the mob)을 구분했다. 전자는 토론과 숙의를 기초로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수용하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대의민주주의 토론과 숙의에서 소외되어 대의제를 증오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히틀러의 등장처럼, 대의제를 파괴하겠다는 포퓰리스트와 군중이 만난다면 대의제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히틀러가 선거민주주의로 등장하여 집권 후 전체주의로 갔듯이,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포퓰리스트와 폭민까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는 허약함과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시민적 자유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공화주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방어적 민주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여의도 의회정치’의 무능함을 막지 못하면 포퓰리스트가 등장하여 군중을 폭민으로 만들어 결국 의회정치를 쓰러뜨리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우파 포퓰리스트 성향을 지닌 트럼프의 당선은 ‘워싱턴 의회정치’의 몰락에서 나온 것이다. 시민들과 유권자들이 이런 위험성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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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 2020-09-04 13:14:27
이 사람은 참 자기 주관에 시하게 빠져있네.. 글이 포퓰러네.. 이재명 처럼 대화 열ㅆ히하는 정치인이 있르까심네., 엄중한걸 좋아하나?

ㅇㄱㄴ 2020-08-26 19:24:17
이분법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 공감합니다.
세상이 선과 악으로 쉽게 이분하기 힘든것인데 자기가 정의고 타인은 악이라는 생각은 좀 위험하죠.
모든 독재의 시작은 '나 아니면 안돼'에서 온다는 것도 염두해야 할것입니다.

적폐청산 2020-08-24 13:59:45
'이 지사는 자신의 행동은 선하고, 정의롭고 공정하며, 상대는 악하고 부정의하며 불공정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행동?

정책 추진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재명 지사처럼 정책을 장기간 연구하고 토론하는 정치인도 없습니다. 독단적이지도 않고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모든 정책을 추진합니다. 어떤 정치인에게서도 볼 수 없는 추진력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합니다. 이런 추진력을 얼핏 보고 글쓴 이는 이재명 지사가 '본인은 선의고 상대는 부정의'라고 주장한다고 주장하며 이재명 지사를 확증 편향으로 표현하는군요.

정치인 평가는 정책입니다. 복잡하게 해석하지 말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많이 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도로스 2020-08-22 11:37:02
진짜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도자가 필요한 세상이 온거죠
이재명의 정치는 출발부터 민심에서 기반합니다. 차기대선후보선호도가 현재 도지사의 평가를 물어보는게 아니므로 도정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이재명지사를 더 유심히 살펴보세요

별망성 2020-08-22 11:27:52
깨어있는 시민들이 여의도 의회정치의 무능함을 막지 못하면 포퓰리스트가 등장한다고 하신 표현이 거슬리는군요. 세금의 사용을 국민의 허락없이 사용하여 공공배달앱 수수료가 무료인것처럼 포장하는 기술이 부러워서 그런 지적을 하신것은 아닐테고요, 공론화도 좋고 토론도 좋습니다만 관료화된 행정의 고질적 구조를 이미 알고 계실텐데 굳이 시간낭비를 해야하는 이유를 지적하시니 동의하기 어렵네요. 이런 토론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해야겠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