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옥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타격 입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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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옥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타격 입을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8.19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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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수준의 미국의 화웨이 3차 제재
거의 모든 반도체 업체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
국내 반도체 업계도 불똥 튈 가능성
메모리에 주력한 SK하이닉스 타격 클 수도
미국이 극단적인 수준의 화웨이에 대한 3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극단적인 수준의 화웨이에 대한 3차 제재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를 겨냥한 3차 제재를 발표했다. 앞선 두 차례 제재안보다 강도를 크게 높인 것으로 이번에는 반도체 업계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미국의 세 번째 '화웨이 때리기'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기운이 감지된다.

19일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전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제재 강화를 두고 어떤 영향이 생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계산하는데 골몰하는 분위기다.

이번 미국 상무부의 제재안은 지난 5월의 2차 제재안 강화를 골자로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기술을 이용해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때 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의 TSMC는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화웨이는 TSMC 대신 미디어텍을 선택했다.

이번 3차 제재안에는 '화웨이가 설계한'이라는 항목을 뺐다. 미국의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로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중 미국의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없다시피 하다.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반도체 제조업체를 향해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 단기 영향 불가피, 장기적으로는 희석될 수도

앞선 제재안에는 '화웨이가 설계한'이라는 단서가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이 문구가 빠지면서 두 업체도 포함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미국 상무부는 제재안의 범위나 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데, 메모리 반도체의 포함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때문에 이번 3차 제재안이 발표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는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해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이를 상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맞는 듯 하다"며 "가장 큰 수요처가 사라질 위기이니 공급 초과를 염두에 두고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른 대부분의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의 기술과 장비를 사용해 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실적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각각 6%와 15%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화웨이 스마트폰 제조가 더욱 어려워지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에 일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이번 제재는 화웨이 제품을 넘어 모든 기성품을 대상으로 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이번 제재안으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또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D램 5년, 낸드플래시 2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중국이 따라잡으려 해도 단기간 내에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길게 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의 빈자리를 다른 업체들이 채우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행복문'.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행복문'. 사진제공=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타격이 더 클까?

다만 만약 타격을 입는다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하반기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중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장이 급부상하며 D램에 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동시에 재고도 늘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요 고객인 클라우드 업체들이 상반기 중 재고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며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서버용 디램 가격 협상이 상당히 어려운 조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를 제외하고라도 비메모리, 파운드리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가전 사업도 하반기 전망이 밝은 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이다.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며 비메모리 육성에 의지를 불태우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는 있으나 비메모리 매출 비중은 약 6% 수준이다.

미 상무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가 발표된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0.67% 올랐지만 SK하이닉스 주가는 2.62% 하락했다. 19일 삼성전자는 1.03%, SK하이닉스는 3.97% 떨어지며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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