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픽게임즈 '수수료' 갈등...유저에 도움된다 vs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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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픽게임즈 '수수료' 갈등...유저에 도움된다 vs 안된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8.18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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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기능 도입
애플과 구글, 약관 위반으로 앱 플랫폼에서 퇴출
게임업계는 유저 이익 두고 상반된 입장
긍정 "에픽게임즈에 타격 없어…유료 서비스 가격 인하"
부정 "에픽게임즈의 도발, 이용자들에게 불편 초래"
에픽게임즈가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포트나이트'.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자체 결제가 가능하게 하자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한 상황이다. 사진=에픽게임즈 제공
에픽게임즈가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포트나이트'. 애플은 에픽게임즈가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자체 결제가 가능하게 하자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한 상황이다. 사진=에픽게임즈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앱스토어 수수료' 대립으로 시작된 애플과 거대 IT기업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대립을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상반된 예측을 보이고 있다. 유료 아이템 가격 및 앱 수수료 인하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과 수억명에 달하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예상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18일(미국 동부 시각) "애플이 에픽게임즈 개발자 계정을 차단할 계획"이라며 "iOS와 맥 개발 툴 등 애플 플랫폼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개발자 도구에 대한 에픽게임즈의 접근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애플의 '수수료 30%'에 반발한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 기능을 도입하면서 촉발됐다.

에픽게임즈는 3억 명 이상이 즐기는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애플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PC, 맥 등에서 유료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유저들은 최대 20% 싸게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자 애플은 바로 다음 날 규정 및 약관 위반을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퇴출시켰다. 그러면서 "위반 상태를 해제하고 앱스토어에서 다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에픽게임즈와 협상하겠다"고 전했다. 똑같은 수수료를 부과한 구글 역시 '포트나이트'를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에픽게임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 게임즈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이용자 결제에 대한 통제는 반(反)경쟁적"이라면서 "이번 소송은 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앱스토어와 관련한 애플의 많은 관행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에픽게임즈는 지난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 128k를 알리기 위해 만든 광고 '1984'를 패러디한 영상을 게시하며 애플을 더 자극했다. 당시 IBM이 독점하다시피한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은 광고 속에서 IBM을 '빅브라더'로 표현해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공개한 영상 'Nineteen Eighty-Fortnite'. 이는 1984년 애플이 IBM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상 '1984'를 패러디했다. 사진=영상캡쳐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공개한 영상 'Nineteen Eighty-Fortnite'. 이는 1984년 애플이 IBM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상 '1984'를 패러디했다. 사진=영상캡쳐

에픽게임즈는 여기에 착안해 비슷한 영상을 만들고 소송 시작과 동시에 공개했다. 제목은 'Nineteen Eighty-Fortnite'으로 마지막 자리 '4(Four)'를 'Fortnite'로 바꿨다. 동시에 트위터 해시태그를 통해 '#FreeFortnit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플랫폼 수수료 갈등'에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에픽게임즈를 거들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내년까지는 유료 온라인 행사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안드로이드 체제에만 해당하며 iOS 운영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애플이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애플에게 사업자들이 페이스북 페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피지 사이모 페이스북 앱 담당 부사장은 "애플은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이지만 애플의 수익구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ICT 기업들은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의 회복을 도와야한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의 결제 수수료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 행사를 하는 동안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1위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 역시 에픽게임즈를 지원하고 나섰다. 앞서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30%의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며 애플을 고소했고,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스포티파이는 이번 사태를 두고 "애플에 반대하는 에픽게임즈의 입장에 박수를 보낸다"며 "iOS 플랫폼이 경쟁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데이트 앱 '틴더'를 서비스하는 매치 그룹 역시 "애플이 소비자, 앱 개발자, 기업가들을 해치는 불공정한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점점 격화되는 갈등을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에 대해 '선전포고'라고 평가하며 "이는 모바일 앱의 글로벌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분쟁"이라고 말했다.

애플 앱스토어(왼쪽)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검색해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진=각 앱 플랫폼 캡쳐
애플 앱스토어(왼쪽)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검색해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진=각 앱 플랫폼 캡쳐

◆ 애플 vs 에픽게임즈, 게임업계는 상반된 입장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게임계에서는 두 가지 입장이 관찰된다.

이미 '포트나이트' 인기 스트리머들과 게이머들은 에픽게임즈 편에 서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유료 아이템들이 영구적으로 기존보다 20% 할인되기 때문에 마다할 입장이 아니다.

IT업계 관계자는 "어디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수수료의 인하 여지가 생긴다면 앱을 서비스하는 업체들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에픽게임즈의 태도를 두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한 게임업체 해외사업 팀장은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같은 플랫폼은 새로 출시하는 게임의 인지도를 넓히는 것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면서 "물론 에픽게임즈가 원래 작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포트나이트'의 성장에는 플랫폼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번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자체도 일종의 IP처럼 볼 수 있다"면서 "에픽게임즈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플랫폼의 장점만 이용하고 이제와 수수료를 거론하는 것은 얌체같은 짓으로 보인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에픽게임즈가 서비스 하는 '언리얼 엔진' 역시 논의의 대상이다. 게임 제작시 물리, 그래픽, 오디오, UI 등 각종 뼈대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툴을 모아놓은 것을 '게임 엔진'이라고 하는데,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테크놀로지의 '유니티 엔진'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이 워낙 많기에 에픽게임즈는 해당 사업 수익이 끊임 없이 들어온다"며 "포트나이트가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다시 입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자리잡은 만큼 결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 게임 개발자는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위험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포트나이트'만 퇴출됐지만 자칫하면 언리얼엔진을 사용하는 게임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면서 "에픽게임즈의 앱 개발 권한 접근이 제한되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더이상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를 통한 업데이트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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