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한국경제엔 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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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한국경제엔 활력소
  • 김인영
  • 승인 2015.12.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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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벌이는 치킨게임…살아남는 자가 승자

 

국제유가가 폭락했다고 일부 언론들이 또 야단법석이다. 기름값이 폭락하면 한국 경제에 ‘저주’가 될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기름한방울 나지 않고 전량 수입해오는 한국 경제의 입장에선 기름값이 떨어지면 좋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싼 기름값이 그나마 경기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기름값 하락은 한국 경제에 호재

그 첫째는 소비를 촉진시킨다. 기름으로 자동차를 움직이고, 난방을 한다. 전력도 생산한다. 우리나라의 주에너지원인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다른 소비로 돌릴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된다. 한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정도를 차지하므로 소비가 활성화되면 성장에 도움이 된다.

둘째, 물가를 안정시키고, 저금리를 유지할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1월에 1.0%를 기록했다.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 사이를 유지했다. 유가를 비롯해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의 덕이 컸다. 국제유가가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부동산 가격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셋째, 제조업에 숨통을 열어준다. 우리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기름값이 하락하면 기업들이 원가를 절감하게 된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대다수 기업들에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하락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안겨준다.

원인은 글로벌 헤게머니 전쟁

7일(미국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2.32달러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무려 5.8%나 폭락했다. 뉴욕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숏세일(short sale)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락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올들어 국제유가가 급락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사우디를 비롯한 생산국이 원유를 과잉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가를 적정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면 되는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들 사이에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감산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열린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줄이자는 합의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OPEC의 주도권을 가진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증산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첫 번째 타깃은 미국의 셰일가스를 비롯해 비(非) OPEC 유전을 완전히 파산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타깃은 시아파의 경쟁 산유국 이란과 이라크를 견제하는 것이다. 누가 저유가에 오래 버티냐를 시험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허리띠를 꽉 졸라메고 적이 항복하거나 죽을 때까지 참고 인내하는 게 사우디의 전략이다.

사우디도 피를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의 재정적자 비율이 GDP의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우디는 저유가 상황이 오래가더라도 상당기간 버틸 오일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경쟁자들이 파산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도록 버티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 정부는 긴축 재정 모드로 돌아섰다.

이런 와중에 경쟁국들은 기름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수출 규제가 풀릴 것에 대비해 그동안 사우디에 뺏겼던 쿼터를 되찾으려는 속셈이다. 이라크는 사우디가 지원하는 수니파 IS와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돈이 나올 구멍은 석유밖에 없다. 아무리 싸더라도 많이 생산해야 나라를 뺏기지 않는다.

국제유가 폭락은 ①이란과 화해하려는 미국 ②미국 셰일가스 유전을 죽이려는 사우디 ③사우디가 지원하는 수니파와 싸우는 이란과 이라크의 증산이라는 국제정치학의 함수관계에서 만들어낸 산물이다.

 

치킨 게임의 패자 속출

저유가로 자원생산국들의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대부분이 신흥국이다. 이는 사우디가 노리는 바다.

7일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틀만에 9.14bp 오른 294.14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도 457.00으로 9.51bp 올랐으며 멕시코는 7.55bp 상승한 167.55였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최대 수준인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살인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 현상을 겪었다. 베네수엘라의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는 땅에 떨어져 휴지 대신 쓰이기도 했고 우유, 식용유,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은 품귀현상을 빚었다. 브라질도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5%를 보여 1996년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율도 올해 10%로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벌이는 치킨 게임에서 벌써부터 낙오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의 주타깃인 미국과 이란·이라크는 버티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산업에선 주가가 폭락하고 일부 파산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오히려 저유가 상황을 즐기고 있다. 미국이 이달중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은 저유가로 인해 경제에 타격을 받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사우디의 치킨 게임은 미국과 이란, 이라크가 아닌 다수의 약골들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

저유가가 수입 규모를 위축시켜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어렵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 저유가가 수출 규모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금액 기준으로 한국 수출은 11개월째 감소했는데, 여기에는 저유가 영향이 컸다. 유가와 매출이 연동되는 석유화학의 수출 단가가 떨어지고 저유가로 산유국의 조선, 건설, 철강 수요가 감소해 이들 업종의 수출이 부진했다.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급감하고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24% 줄어드는 등 저유가 여파는 수출전선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어 놓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 달러로 지난해 11월(570억 달러)의 70% 수준에 머물렀다.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 경기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꺾였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저유가의 덫’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저유가가 내수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배경이 되어준다면, 글로벌 치킨게임에서 우리 경제는 살아남을수 있다.

경제는 시소게임 또는 그네타기다. 좋을때가 있고 나쁠때도 있다. 지금의 국제경제는 살아남는자가 승자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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