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⑯홍차, 그 맛과 향의 다양성은 어디서 오는가?
상태바
[문기영의 홍차수업] ⑯홍차, 그 맛과 향의 다양성은 어디서 오는가?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08.15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위에 약한 대엽종 차나무, 무더운 나라에서만 자라
우리나라와 일본등은 소엽종 차나무
인도, 스리랑카, 케냐등 차연구소에서 차 품종개량 열중
토양, 일조량등 자연환경과 가공방법 따라 품종도 다양화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필자 사무실 한쪽 벽면은 수 백 가지 홍차로 진열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홍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들 각각의 맛과 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나무 싹과 잎으로만 만드는 차가, 그것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가공방법으로 만드는 홍차가 어떻게 수 백 가지의 맛과 향을 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차나무는 '소엽종'

차나무는 찻잎 크기에 따라 대엽종과 소엽종으로 나눈다. 대엽종은 말 그대로 잎이 크고, 소엽종은 잎이 작다.

잎이 큰 대엽종은 차나무 키도 커서 다 자라면 10~15m 정도 높이가 된다. 숲속에 있으면 일반 나무와 구별이 안 된다. 소엽종은 다 자라도 2미터 전후에 불과한 높이를 가진다. 하지만 차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국가나 지역에서는 이 차나무를 사람 허리 정도 높이로 가지치기 한다. 채엽을 편리하게 하고 차를 만들 때 필요한 새로 올라오는 어린 찻잎 양을 늘 일 목적이다. 따라서 재배되는 차나무 외형만 보고는 대엽종인지 소엽종인지 언뜻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사무실 벽면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차들.
필자의 사무실 벽면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차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차나무는 모두 다 소엽종이다. 차나무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추위가 약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보성, 하동, 김해 등 남부지방에서만 주로 재배된다(기후 온난화로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대엽종 보다는 소엽종이 추위에 강한 편에 속한다. 대엽종은 추위에 더 약해 우리나라는 아예 자랄 수 없다.

사람 허리 정도 높이로 가지치기한 대엽종 차나무. 사진= 구글
사람 허리 정도 높이로 가지치기한 대엽종 차나무. 사진= 구글

일본에서도 자라지 못하고, 중국남부, 대만, 인도, 스리랑카, 케냐 같은 곳에서나 자랄 수 있다. 따라서 홍차 생산국으로 유명한 인도, 스리랑카, 케냐 같은 국가들에서 재배되는 차나무는 이 지역의 무더운 기후에 적합한 대엽종 위주다. 물론 인도 다즐링 처럼 고도가 높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소엽종이 재배되기도 한다.

차나무도 활발한 품종 개량중

여기에다 이들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차나무 대부분은 같은 대엽종이라 할지라도 품종들이 아주 다양하다. 이건 소엽종으로 녹차를 주로 생산하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 품종들 대부분이 인간이 여러 차나무의 교배를 통해 개량한 새로운 품종들이다.

차나무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재 우리가 먹는 쌀과 같은 농산물, 사과, 오렌지 같은 과일도 거의 다 새롭게 만들어낸 품종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맛이나 생산량 혹은 해충에 대한 저항력 등이 개선된  새로운 품종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동의 차 밭. 소엽종 차나무를 가지치기 했다. 사진= 문기영
하동의 차 밭. 소엽종 차나무를 가지치기 했다. 사진= 문기영

차나무도 마찬가지다. 인도, 스리랑카 같은 국가들에는 차 연구소가 있고 이곳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품종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즉 같은 홍차를 만들더라도 차나무 품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도, 스리랑카, 케냐 등 국가별로도 혹은 아삼, 다즐링, 우바, 딤불라 등 지역별로도 더 적합한 품종이 있을 수 있고, 다즐링 87개 다원들도(어느 생산지역 어느 다원들도 마찬가지다) 다원별로  선호하는 품종이 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홍차의 맛과 향이 다양한 첫 번째 이유는 이렇게 홍차를 만드는 차나무 품종의 다양성에서 온다.

자연환경, 가공방법도 품종에 영향 

두 번째는 차나무가 재배되는 자연환경 즉 '떼루아(Terroir)' 영향이다. 토양, 강수량, 일조량, 고도, 바람 같이 과일이나 식물이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 등을 통칭해 '떼루아' 라고 부른다.

히말라야 산맥 중턱에 위치하며 가끔씩 눈도 오는 겨울이 있는 다즐링 지역에서는 차나무가 마치 설악산 같이 험한 산의 경사진 등성이를 따라 500~ 2000m 고도에서 재배된다. 기후변화도 심하고 일교차도 크다. 반면에 밀림을 개척한 넓은 평원지역에다 세계에서 제일 비가 많이 와서 습하고 무더운 곳이 아삼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지역은 각 지역 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해서 재배한다. 설사 같은 품종 차나무라 하더라도 이처럼 다른 떼루아 영향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찻잎(따라서 차도)을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성녹차와 하동녹차도 맛과 향의 특징이 다른데, 전 세계 수많은 생산지의 다양한 조건 아래에서 생산되는 홍차의 맛과 향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홍차 생산과정중 산화 단계의 모습. 사진= 구글
홍차 생산과정중 산화 단계의 모습. 사진= 구글

홍차의 맛과 향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세 번째는 가공방법이다. 같은 지역 같은 차나무 품종이라도 찻잎을 어떻게 채엽 하는지, 위조는 짧게 하는지 길게 하는지, 유념을 부드럽게 하는지 강하게 하는지, 산화는 어떤 정도로 하는지 등 가공과정 각 단계마다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는 수없이 많다. 이 가공과정에 차생산자(Tea Manager)들이 갖고 있는 맛과 향에 대한 철학과 노하우가 반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홍차의 맛과 향의 다양성은 품종, 떼루아, 가공방법 등 수많은 조합의 결과이다. 이것은 홍차가 생산되는 인도의 다즐링, 아삼, 스리랑카의 딤불라, 우바 같은 각 생산지 현장에서 나오는 1차적인 맛과 향을 말한다.
 
이 홍차들을 수입한 각국의 여러 차 회사들은 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블랜딩해 브랜드마다 독특한 맛과 향으로 재창조한다. 이렇게 나온 것이 홍차 종류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랜딩 홍차와 가향차다.

홍차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6대 다류 모두 대체로 이렇다고 보면 된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