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해부] ②임대시장 개편?...'전월세전환율' 현실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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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해부] ②임대시장 개편?...'전월세전환율' 현실화가 관건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8.17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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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일단 전세 품귀 현상 나타나
합리적 기준없이 시장서 정하는 전세보증금
보증금 관련 세부적 정책조정 없이 시장 개편 어려워
전세대출금 이자보다 높은 월세 지속시...
임차인도 '월세전환' 환영할 이유없어
전월세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임대차 3법'이 지난 4일부로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행정도시 이전에 이어 전월세전환율 50% 인하 추진 등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스물세번째로 내놓은 8·4 부동산 대책 이후 '월세 위주 시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 등 전에 없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제 진영간 이념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론의 균형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임대차 3법'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임대차시장, 전·월세를 둘러싼 상황이 복잡해졌다. 전세매물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하다는 게 각 지역 부동산들의 공통된 의견이긴 한데, 이를 추세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여권에서는 당정 중심으로 그동안 주택 전세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월세시장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있다. 이에 '정말 전세가 없어지는지,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개편될 것인지'에 대해 임대인은 물론 임차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시장반응... '전세수요 충분한데, 월세가 웬말이냐'

시장에선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수도권 세입자들의 경우 대개 전세에 몰려있어 한꺼번에 주택시장에 월세 전환이 이뤄진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위기다. 물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히지만, 임차인들이  전세에서 월세전환을 받아들이기까진 적지않은 허들도 있다.

우선 전세를 살고 있는 임차인 입장에서 월세전환이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다. 전세는 내 돈을 몇 년 후에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버리는 비용'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즉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내더라도 대출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월세가 존재하는한 임차인들역시  전세에서 월세 전환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문래동에 거주하는 P씨는 "신혼으로 전세살이 중인데 돈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 올라가는 게 더 빠르다"며 "전세를 한 번 산 이상 월세로는 못 살 것 같다. 반전세도 다달이 내는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 최대한 가능기간만큼은 현재 거주중인 집에서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권에서 서울 진입을 계획하는 L씨는 "11월에서 내년 5월 사이에 이사를 계획중이다. 최대한 (서울진입을)빨리하고 싶은 마음에 매물을 물색하는데 1000~2000 세대 규모 아파트에는 전세매물이 희귀해졌다"며 "전세가격이 감당수준을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되는데, 그렇다고 대출이자보다 몇배 높은 월세로 들어갈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신규로 나오는 전세매물은 법에서 정한 (기존 전세가에 대해) 5% 상한율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셋값은 말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계약하자니 전셋값이 너무 높고, 월세를 내기엔 월세도 아깝게 느껴지는 게 현실인데 그나마 전세가 유리한 상황이다. 

◆ 전월세 시장, 어떻게 전개될까

그렇다면 전세와 월세의 중간지점인 반전세가 타협점이 될까.

마포구 대흥동 P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반전세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거래도 잘 안된다. 현재까지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반전세가 애매하지 않나. 월세면 월세, 전세면 전세였지 반전세는 그동안 잘 안나가는 매물이었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는 "월세로의 급진적인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지금의 지금의 정책의 방향과 분위기가 기정사실화된다면 반전세라도 들어오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며 "전세가격도 너무 높고, 월세도 부담되다보니 ‘대출을 받아서 반전세로 가야하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차츰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북구 미아동 J 공인 관계자는 “임대차 3법으로 인해서 이후에는 가격안정화가 이뤄지겠지만, 그 가격안정화라는 의미는 전셋값의 상향평준화다. 그마저도 집주인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전월세 비율이 현재 7:3에서 3:7정도로 뒤바뀐다면 달리 선택지가 없는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반전세나 월세위주로 시장 재편은 있을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전세는 전세를 원했던 세입자가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다달이 높은 금액을 내야하는 월세보다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렇지만 공급자인 집주인 입장에서는 저금리 등으로 전세로 수익을 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제약조건이 없다면 반전세를 놓기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 시장에서 전세가 줄어드는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월세시장 위주로 재편된다기 보다는 당분간 반전세가 조금 더 늘어나는 과도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저금리가 장기화하는 등 여러 요인들이 겹쳐 결국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월세 중심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전월세전환율'이라는 변수... 복잡한 상황에 골머리 앓는 세입자

여기서 변수는 또 있다. 바로 전월세전환율이다. 전월세전환율의 조정은 시장에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전환율이 현행 4%에서 2%대로 내려간다면 사실 전세를 두나, 월세를 두나 임대인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대출이자는 2.2~2.4% 수준이다.

예컨대 전세보증금 6억원인 집을 월세로 전환하면, 4.0%의 전환율을 적용했을 시 연 2400만원이다. 세입자는 한달에 2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전환율을 2.0%로 적용하면 이 금액의 절반인 1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또한 4억을 전세보증금으로 두고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 차액인 2억원 부분에 대해 세입자는 월 67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나, 전환율이 2.0%로 낮아지면 절반인 33만 5000원 수준을 부담하면 된다.

전세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가운데, 전세대출 강화 등으로 갈수록 전세매물은 줄어들고 이같은 월세(반전세)중심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수익률이 같기때문에 전세금이라는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들은 전세를 계속해서 공급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은 월세를 내놓지 않고 향후 더 큰폭으로 전셋값을 올리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

이에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전세가가 상승궤도를 그리고 있으나, 올라도 사겠다고 빠르게 마음먹은 매수자들이 적정한 물건을 포착하면 전세를 낚아채가는 모양새"라며 “차라리 사람들은 요즘처럼 복합적인 고민을 할 바에 집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문의하시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15억 이상은 아예 대출도 안 나와 엄두를 못내고, 전반적인 대출규모도 줄어들면서 아예 저렴한 매물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임대차 3법이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들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임차인에게 유리한 시장이 될 것이며, 과도기에 놓인 사람들은 혼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소장은 "현재 임대차 시장에서의 기계약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상한율 5%는 확보한 셈이니 유리한 위치에 섰지만, 그에반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인 쪽의 발언들이 더 크게 조명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차인들이 원하는 것은 전세금이 낮은 주택이라면, 이 같은 시기에는 현재 논의되는 '공적전세' 모델처럼 장기임대방식으로 2, 30년 임대하는 주택을 공급해 전월세로 임차인들의 선택지를 넓혀줘야한다"고 제언했다. 적극 고려해서 공급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세제도가 합리적으로 유용했다면 이미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전세를 이용하고 있을텐데 그렇지 않다"며 "현재 전셋값 상승이 가속화된 면은 일부 있지만 추세적으로 봤을 때 점차 반전세나 월세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다. 고금리가 나올 수 없는 상황때문에 그렇고, 이에 임차인들도 적응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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