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포트] '거센 코로나 후폭풍'...돌아오지 않는 뉴요커, 문 닫는 매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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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리포트] '거센 코로나 후폭풍'...돌아오지 않는 뉴요커, 문 닫는 매장들
  • 권혜미 뉴욕통신원
  • 승인 2020.08.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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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6월, 1만6천 뉴요커, 다른 주로 이주
맨하탄 등지고 교외로 떠나는 사람들
맨하탄 매장들 줄줄이 파산 신청
권혜미 뉴욕 통신원.
권혜미 뉴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권혜미 뉴욕 통신원] 예년 같으면 바캉스시즌 관광객들과 비즈니스맨 및 학생들로 분주해야 할 뉴욕이 텅 비어 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가장 눈에 띄게 큰 영향을 받은 도시는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뉴욕이다.

뉴욕시가 지난 3월 말 경제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격하게 치솟자 이후 다급해진 뉴요커들은 뉴저지, 코넷티컷, 펜실베니아 같은 인근 주의 가족 집으로 피신을 떠났다.

또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들도 온라인 수업과 근무가 가능해져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 경우가 많았다. 수 백만명으로 번잡했던 뉴욕의 거리에 거주민, 근로자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들던 관광객이 사라지자 거리가 한산해 졌다. 

코로나 초기였던 지난 3~4월만해도 여름이 되면 떠났던 뉴요커들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으나 경제 활동이 재개된 6월 이후에도 뉴욕을 떠났던 사람들은 돌아 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말까지 재택 근무 연장을 선언하고 9월에 시작하는 대학과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지역 신문인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교외에 별장이 있어 굳이 이사할 필요가 없는 부유한 어퍼 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지역 주민을 제외하고, 중산층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맨하탄과 브루클린에서 교외 지역으로 이사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4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인적이 없다. 뉴욕시는 지난 6월부터 경제재개를 선언했지만, 뉴욕을 떠난 시민들이 돌아오질 않는데다, 관광객 발길도 끊겨, 폐업하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4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인적이 없다. 뉴욕시는 지난 6월부터 경제재개를 선언했지만, 뉴욕을 떠난 시민들이 돌아오질 않는데다, 관광객 발길도 끊겨, 폐업하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이전 만 해도 학교를 다녀 온 어린 자녀들은 놀이터에서 놀거나 친구 집을 방문하는 등 집 밖에서 하는 활동이 많았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작고 비싼 맨하튼 아파트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진데다, 자녀들마저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집에서 듣다보니, 좁은 공간의 주거환경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맨하탄보다 저렴하면서 넓은 교외의 집으로 이사를 가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실제로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 3월에서 6월 사이 1만 6000명의 뉴욕커가 뉴욕 인근 주인 코네티컷으로 주소를 바꿨다.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주로 이주하는 뉴요커들도 늘어났다. 한 이사 업체의 경우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1000 가구 중 28%가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로, 16% 가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사를 떠났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부동산 회사인 더글러스 엘리먼 (Douglas Elliman)은 7월 뉴욕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년 대비 57%나 떨어졌고, 특히 약 40만달러(44억 원)이상의 고급 아파트 거래의 경우 전년보다 75% 급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의 경우 뉴욕 아파트 매물은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반면 뉴욕 인근 바닷가 휴양지인 롱아일랜드 햄튼 지역에서는 지난달 전년 대비 매매 건수가 두 배 증가한 987건을 기록했다. 특히 뉴욕 인근 주인 코넷티컷에 따르면 매매 건수가 72% 증가하기도 했다. 

이렇게 뉴요커들이 도시를 떠나자 주거용 부동산 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도 타격을 받고 있다. 뉴욕 주가 코로나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실내 서빙을 금지하고 야외 테이블에서만 손님을 받을 수 있게 하자, 레스토랑과 일반 주점의 매출이 85% 급감했다.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인 브라이언트 파크 그릴 & 카페를 소유하고 있는 아크(Ark) 레스토랑 그룹의 CEO인 마이클 웨인스타인(Michael Weinstein)은 “맨하탄에 운영 중이 5개의 레스토랑 중 2개만 다시 문을 열었고 앞으로 뉴욕에 신규 레스토랑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스토랑 리뷰 앱인 옐프(Yelp)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7월 말 까지 뉴욕 시에서 2800개의 상점이 문을 닫았고 이 중 3분의1이 레스토랑과 바(BAR)였다. 

뉴욕시내 레스토랑과 바의 실내영업은 아직까지 금지돼있다. 야외 테이블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 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시내 레스토랑과 바의 실내영업은 아직까지 금지돼있다. 야외 테이블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 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광객과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던 뉴욕의 대표적인 쇼핑 가인 소호와 5번가, 메디슨 에브뉴의 경우에도 많은 상점들이 영구 폐점을 했거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일부 매장의 경우 문을 열었어도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맨하탄의 중심지 헤럴드 스퀘어에 위치한 유명 속옷 매장인 빅토리아즈 시크릿 (Victoria’s Secret)의 플래그십 매장의 경우 수개월째 문을 닫은 상태지만 월세 93만7000달러 (10억원)를 내지 않고 있다. 의류 매장인 갭(Gap)도 록펠러 센터 지점의 문을 닫고 월세 26만4000달러 (2억9천만원)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맨하탄에 가장 큰 매장을 가진 백화점인 J.C. 페니(Penney)와 지난 해 오픈한 니만 마커스 (Neiman Marcus)도 최근 파산 신청을 하고, 매장 폐쇄를 발표했다. 

뉴욕 맨하탄에서 가장 큰 매장을 운영 중이었던 백화점 J.C Penney는 최근 파산신청을 내고 매장 폐쇄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욕 맨하탄에서 가장 큰 매장을 운영 중이었던 백화점 J.C Penney는 최근 파산신청을 내고 매장 폐쇄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맨하탄 건물주들은 빅토리아즈 시크릿 같은 대기업이 코로나 상황을 악용해 계약서 상 월세 지급 의무를 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언론에선 건물 매장을 임대한 대형업체들이 임대료를 내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임차인이 장기간 밀린 임대료 일부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길 지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에서 시작한 레스토랑 체인 '쉑쉑(Shake Shack)버거'의 경우 배달과 픽업만 재개 했는데 올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다.

멕시코 음식 체인인 치폴레 (Chipotle)의 경우 LA와 다른 지역 대비 맨하튼의 매출 극감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유동 인구가 사라진 후 고층 빌딩 숲이 텅 비어버린 뉴욕의 도시 경제 생태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내년 까지 재택 근무를 선언하고 학교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된 이상 코로나 백신이 나와서 이전과 같은 대면 비즈니스가 가능해지기 전까지 뉴욕이 예전의 모습을 뒤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권혜미 뉴욕 통신원은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조직 심리를 전공한 후 뉴욕에서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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