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연예 미디어의 능력, 김구라 태도 논란이 남희석 과거 논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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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연예 미디어의 능력, 김구라 태도 논란이 남희석 과거 논란이 되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0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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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의 김구라 방송 태도 지적이 연예 미디어를 달아오르게 하고
논란이 논란을 낳는 양상은 애초의 문제 제기를 가리고 마는데
자극적인 방송보다는 착한 방송이 대중들의 선택을 많이 받듯이
연예 미디어도 균형감과 다양함도 갖추고 이슈를 좇아야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대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대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연예 미디어는 이슈를 먹고 산다. 자그마한 이슈라도 없으면 그 미디어는 대중들의 레이더에서 벗어난다. 없는 이슈라도 만들어 내야 하는 게 연예 미디어의 숙명인 것이다. 그래서 연예부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취재원이 연예인들이나 셀럽들의 SNS다. 그들이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혹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쉽게 취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개그맨 ‘남희석’이 SNS를 통해 개그맨 ‘김구라’가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마침 남희석의 SNS를 본 어떤 미디어가 속보를 올렸다. 다른 미디어들도 이를 받아 '동료 저격'과 같은 취지로 기사들을 쏟아냈다. 평범한 일상 뉴스 속에서 진짜 이슈를 건졌으니 미디어들은 얼마나 신났을까.

남희석(왼쪽)과 김구라. 사진=연합뉴스
남희석(왼쪽)과 김구라. 사진=연합뉴스

문제 제기는 사라지고, 논란은 논란을 낳고

그런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슈가 이슈를 낳고, 이슈로 이슈를 묻어버리는 양상이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최초 문제 제기의 의도는 사라진 느낌이다. 연예 미디어들이 이 논란의 본질을 파헤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선 그 양상의 흐름을 살펴보자.

이 논란은 제일 먼저 남희석의 SNS에서 시작됐다. 그는 김구라의 방송 태도, 특히 MBC ‘라디오스타’에서의 모습을 지적했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출연자에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등 돌리고 앉는 김구라를 두고 동료를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하다고 한 것이다. 방송계에 영향력이 큰 김구라이기에 시청자에게 잘 보이려 하기보다는 그의 눈에 먼저 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연예인이 많다고도 남희석은 전했다.

SNS는 이미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디어의 특성을 잘 아는 연예인 남희석이 SNS로 동료일 수도 있는 김구라를 지적한 것은 그의 방송 태도를 공론화시키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 수순으로 연예 미디어들이 남희석의 SNS를 인용한 뉴스를 쏟아냈다. 대다수는 SNS 내용과 댓글을 그대로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일부 미디어는 과거에 논란이 된 김구라의 ‘막말’과 ‘안하무인’ 사례를 다시 소환해 이번 논란도 그의 성향이 반복된 것이라는 분위기를 끌어냈다. 한때 김구라만의 콘텐츠라 평 받았던 그의 방송 태도가 비판의 대상에 오른 것이다.

많은 미디어가 김구라를 비판하자 MBC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입장을 내놓았다. 사태의 양상이 ‘연예인 대 연예인’이 아니라 방송사가 끼어든 것이다. 제작진은 김구라가 좋은 방송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 질문을 하거나 상황을 만들어” 가는 점은 방송을 위한 노력일 뿐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방송 밖에서는 출연진들을 배려하는 등 제작진이 보는 김구라는 “무례한 MC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디어들은 자연스럽게 ‘라디오스타’ 제작진의 의견을 퍼 날랐다. 침묵하고 있는 김구라에 대한 동정 여론도 감돌았다. 입바른 소리에 대한 반발이었는지 남희석의 과거를 캐는 기사들도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남희석과 후배들과의 과거 일화를 통해 인성 논란과 성희롱 논란으로 맞불을 놓았다. '네가 감히 동료를 지적할 만한 자격이 되냐'는 투였다. 여론은 이제 남희석에 대해 비판 기류로 돌아섰다.

이슈가 이슈를 낳고 또 다른 이슈로 그 이슈를 덮어버린 결과가 되었다. 하지만 남희석의 과거 때문에 김구라의 현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연예 미디어들은 논란의 본질보다는 ‘누구의 인성이 더 나쁘냐’ 혹은 ‘동료 저격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호도하기만 했다. 물론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어한다.

남희석이 불씨를 지핀 김구라 태도 논란이 연예인이 연예계 동료를 저격한 사건이기만 할까. 배려를 지적한 사람의 인성이 문제 된다면 그 문제 제기는 거론할 가치가 없는 지적질이 된 것일까.

논란을 퍼 나를 때가 아니라 그 본질을 따져볼 때

이 사태가 벌어진 지 이제 일주일이 되었다. 그동안 사태의 양상이 매일 달라졌기 때문에 미디어들은 그 흐름을 전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희석 대 김구라’ 이슈가 애초의 본질을 찾아갔으면 한다. 어쩔 수 없이 자극적인 뉴스가 필요했다면 올바른 비평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도 있다. 미디어는 다양한 시각의 뉴스와 비평으로 대중에게 올바로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해야 하는 사명이 있으니까.

최초 논란의 발단은 ‘배려’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출연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웃기게 만든 걸 재미있어 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그런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는 시청자도 있기 마련이다. 사실 약삭빠르게 자기 이익만을 좇고 타인의 단점을 웃음 포인트로 삼는 연예인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찾기도 했다. 다만 선을 지킨다는 전제에서다.

그런데 방송 태도를 지적받고도 그 지적이 반복된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의 태도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런 태도를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가 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대중문화 트렌드는 영원하지 않다. 사람들의 입맛처럼 자주 많이 바뀐다. 이국적인 매운 향으로 각광을 받던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주메뉴가 바뀌는 걸 보라. 영원할 것 같았던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덕을 부린 것이다. 입맛이 변한 게 아니라 어쩌면 자극적인 맛을 원래 싫어했을 수도 있다. 혀의 미각에는 원래 매운맛을 느끼는 감각이 없다고 하니까.

선한 영향력으로 화제가 되는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보라. 이 프로그램은 어떤 출연진이라도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공평한 편집 배분은 물론 별도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출연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 어떤 자극적인 장치가 없어도 웃음이 나오고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고정 시청자도 늘어간다.

다른 예능들도 변하고 있다. 자극을 주더라도 긍정적이고 착한 자극을 주려 하는 프로그램들이 요즘 추세다. 제작진이 착하게 변해서일까. 아마도 대중들이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쳐간다는 걸 잘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연예 미디어는 어떤 모습인가. 이번 ‘김구라 대 남희석’ 논란에서 애초의 문제 제기는 사라지고 새로운 이슈로 번진 것을 보라. 아마도 지목당한 김구라가 계속 침묵하고 당사자인 남희석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이번 이슈는 그냥 묻힐 것이다.

어쩌면 연예 미디어들은 이미 기자들에게 옛것을 버리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라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슈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뉴스는 균형을 잡고 비평은 다양함을 추구할 때 대중들이 찾아온다.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자판을 두드려 보면 어떨까. 가십이 온 세상에 은하수처럼 펼쳐졌다 하더라도 유난히 빛나면 대중들이 바라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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