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너 마저?..."공공재건축 반대"하는 이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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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너 마저?..."공공재건축 반대"하는 이유들
  • 손희문 기자
  • 승인 2020.08.05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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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조합원 "20년간 들인 시간이 아까워 공공재건축 찬성 못한다"
용적율 상향 인센티브 호응 못받아...현 상태서 재건축 추진 의사
압구정 현대 · 여의도 시범 주민들, "공공임대 입주자와 함께 못하겠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손희문 기자] 정부가 지난 4일 정비사업물량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총 7만호 수준의 신규 공급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 중 핵심인 ‘공공재건축’은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활성화를 유도해 강북권을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에도 재건축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단지들이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정부 의지에 대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사업추진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와 업계, 그리고 현장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18년간 재건축사업이 번번이 좌초된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지난 18년간 재건축사업이 번번이 좌초된 은마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은마아파트 주민들 반응이 중요한 이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는 주로 30평대의 중소형 평형 위주인 점, 지지부진했던 사업속도 등의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번 공공재건축 적용단지로 유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에서 만난 조합관계자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는 ”공공재건축은 독소조항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매체에서 보도되는 ‘대치 은마에서 공공재건축을 긍정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은 오보에 가깝다“며 ”장점이라면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로 인한 투명성 제고와 사업속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지와 조합원들의 수익성 측면에 있어서도 크게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여태 20년 가량을 시간과 비용을 들여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공공재건축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게 조합의 공식 입장“이라며 ”강남에서 110V(볼트) 콘센트를 쓰는 곳이 여전히 있다는 게 믿기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용적률을 상향하고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조합원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전혀 이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며 "현재 단지는 구역지정 마지막 단계에 있고, 올해안에 기본정비계획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하는 것이 목표다. 2년전에는 서울시에서 고려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재건축을 일부 완화되는 분위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있다"고 덧붙였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주민들의 여론과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현대아파트의 공공재건축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공공물량으로는 작은 평형을 지어야하는 점과 입주민들이 이른바 ‘명품 단지’로 탈바꿈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꾸리는 단계로, 지난달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안에 재건축 조합설립 신청을 마쳐야만 조합원들은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인근의 또 다른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일텐데, 현재로선 버티거나 수긍하거나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다"며 "아시다시피 허가·인가권은 서울시나 국토부 권한으로 버티고 버텼는데도 정권이 주택시장 강경기조로 유지하면 재건축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여의도 "단지 거주자들이 공공임대 원하지 않아"

또다른 관심지역인 여의도는 어떨까.

여의도 시범아파트 인근 A 공인중개업소 부장은 "시범아파트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오래 기다려왔는데 기다려 온 보람이 없어진다'는 등 단체카톡방 중심으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추가 용적률 상승분에 공공분양과 임대가구를 들이게 되는 과정에서, 결국 인센티브가 있다고 해도 이들 단지 거주자들이 잠재 임대수요층과 섞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민심을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시범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시범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그는 또 "시범아파트 근방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의 학교부지가 있는데, 300세대 규모로 청년주택이 들어올 예정으로 알려져있다고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입주민들은 '뷰(조망권)를 뺏기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등 굉장히 예민한 상태다. 이런데도 공공임대를 들여 한 단지에 같이 사는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단지는 지난 2017년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조합설립 단계에 해당하는 단계가 사업시행자 지정으로 대체된다. 조합설립이 불필요해 일반정비사업에 비해 최소 1년에서 3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여의도를 국제금융 마스터플랜 등으로 보류하면서 사업은 여태 답보상태다.

올해 준공 50주년을 맞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4개동 12층으로 이뤄진 총 1578세대의 대규모 단지다. 전용면적은 최소 60㎡ 최대 156㎡로 중소형부터 중대형까지 이뤄져있다.

여의도 내 비슷한 단지로는 삼부아파트가 있다. 여기는 반응이 어떨까.

삼부아파트 인근 J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삼부아파트는 현재도 연말까지 조합설립 가능성이 유력하고, 조합 관계자로부터 지금 수준의 용적률로도 사업성이 충분히 나온다고 들었다“며 ”입주민들은 굳이 고밀개발을 통해 아파트 주거의 질도 떨어지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반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 입주자 대부분은 생애최초주택구입자 계층, 즉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일텐데, 이들을 임대아파트에 거주한다는 명목으로 경시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히려 젊은층들이 지역에 들어와 살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별도의 주거집단으로 분리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외곽지역에 사업성이 다소 부족하고 추가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초기 재건축 단지 일부가 공공재건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기대이익 환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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