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경영난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승무원준비생들'의 '플랜B'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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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경영난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승무원준비생들'의 '플랜B'는?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08.07 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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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항공은 최종합격자에게 '잠정보류' 통보도
전문가 "코로나 이후 공채 규모 늘어날 수도" vs"항공사 구조조정 필요해"
전문가 "승무원 채용 시기는 국제항공 수요에 달려 있어"
한살 더 먹는 승준생들.. 아시아나 "나이는 평가 요소 아니다"
교육받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교육받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로 항공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날달 22일 국회를 찾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사장단은 국내 LCC항공사 9곳의 유급휴직자가 1만 7905명·무급휴직자가 6336명이라고 밝혔다.

전체 항공업 종사자 65%가 휴직 중인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물론 제주항공·티웨이·진에어 등이 정부로부터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기간은 180일이다.

정부는 지원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말께 지원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난 3~4월부터 정부의 지원이 시작했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항공업계는 오는 9~10월 이후 대량 실직사태와 직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합병역시 코로나 발발 영향으로 원점으로 돌아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항공사 뿐만 아니라 저비용 항공사에도 코로나 확산은 직격탄이돼 기존 직원들의 안위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애경그룹이 인수를 철회한 후 청산위기에 직면한 이스타항공은 16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애경그룹 이외에 또 다른 인수희망자 5곳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으나 성사여부가 현재까진 불투명하다. 티웨이항공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전직원 대상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승무원 준비생은 대략 1만여명, 경쟁률 100대 1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승무원 채용은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대학정보를 공시하는 대학알리미 확인 결과, 국내 대학 22곳에 항공운항과·항공서비스과(2·3년제)가 있다. 지난해 입학 정원은 1335명 수준. 승무원 입시 전문가들은 "2·3·4년제 대학 재학·졸업생, 해외대출신 등을 포함하면 국내에서 승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승준생(승무원준비생)' 수는 대략 1만여명 정도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시아나의 한 관계자는 "서류접수 인원은 대외비라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채용 규모가 가장 큰 대항항공 승무원 채용시 모집정원과 무관한 지원규모는 약 1만여명 수준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올해 국내 항공사 중 채용을 진행한 곳은 신생 저비용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3월 150명 규모의 객실 승무원 모집 공고를 냈다. 신입 75명, 경력직 75명 채용이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채용전형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정확한 신입, 경력 비율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신입 승무원 경쟁률은 100대 1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9개 항공사는 객실승무원·운항승무원·일반직 등 4600여 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다르다.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추가 채용은 사실상 어렵다고 예측한다. 에어프레미아에 입사한 75명 가량의 신입 승무원이 올해 마지막 신입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에 승준생들의 고민이 더 해가고 있다. 

카타르 항공, 기약 없는 ‘잠정보류’ 통보 

1년 차 승무원 준비생 A씨(여·26)는 지난 1월 카타르 항공 면접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동남아시아의 한 도시에 갔다. 카타르 항공의 ‘오픈데이(Open day)’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오픈데이는 외국항공사 특유의 채용 방식이다.

항공사가 면접이 열리는 도시와 일정을 공개하면 지원자들이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현지에서 진행하는 면접에 자비를 들여 참여한다. 승무원 지망생 입장에선 자국에서 채용이 없을 때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왕복 항공비와 체류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싱가포르, 쿠알라룸프루 등 아시아 지역 오픈데이에는 한국·일본·중국·인도 등 주변국은 물론 유럽이나 북미에서도 참가자가 온다. 

카타르 항공 승무원과 직원.(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카타르 항공 공식 이스타그램 계정
카타르 항공 승무원과 직원.(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없습니다.) 사진=카타르 항공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A씨는 호텔에서 2박3일간 세 차례 면접을 거쳤다.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 비자 등 서류 절차를 남겨 놓은 지난 3월말, 카타르 항공은 채용 예정자들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 채용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대기하라는 통보였다. 카타르 항공은 사실 확인을 묻는 기자의 메일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카타르 항공은 운항을 지속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중 하나로 기내 승무원을 포함해 모든 채용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예정대로라면 A씨는 카타르에서 승무원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하지만 이젠 다시 승무원 면접과 영어회화 스터디를 계속하며 승무원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타르 항공 관계자는 "향후 항공업계 상황이 나아져 채용을 다시 진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승준생들의 ‘플랜B’는...역시 승무원 준비?  

A씨는 진로를 바꿀 생각이 없다. 한번 경험해본 최종합격에 자신감을 얻은 것도 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준비해온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A씨는 일반 기업 사무직에 도전해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다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항공사의 승무원 모집이 얼어붙자, 플랜 B를 실천하는 승준생도 늘고 있지만, 역시나 승무원 준비를 위해 경험을 쌓겠다는 목표는 뚜렸했다. 모집공고가 없는 승무원을 포기한대신 플랜B를 실천하는 승준생들은 대개 호텔·비서 등 승무원과 유사한 서비스 업종에서 경력을 쌓으며 항공업계가 채용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관광대학 항공서비스과를 졸업하고 1년 6개월째 승무원을 준비 중인 Y씨(여·23)는 최근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승무원을 지망하는 같은과 선후배가 취직 이후에도 유무급 휴가를 받고 쉬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승무원이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객실 승무원으로 취업할 때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Y씨는 와인 관련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면접 스터디·영어회화 스터디를 병행하고 있다. 승무원 공채가 다시 시작됐을 때 준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새로운 임시직(?)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승무원 관련 학과가 있는 전문대학도 상황은 비슷한다. 항공운항과가 있는 수도권 대학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사실상 승무원 합격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2월과 이번 달 졸업생들이 가장 심리적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과 함께 코로나를 맞이한 2월 졸업생들이 현재 진학·기타 업종 취직 등으로 진로를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스·메르스 이후 채용규모 늘어나" Vs. "항공수요 회복 2~3년 걸릴 것" 

승무원 취업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강서구 마곡동에서 승무원 입사·입학 학원을 운영 중인 이자영 대표도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외항사 승무원이었던 이 대표는 “지난 2003년 사스나 2015년 메르스 때를 돌이켜 보면 위기가 끝나고 공채 규모가 늘어났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이 시기를 오히여 면접준비기간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승무원 면접은 감각을 잃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승무원 준비생들에게 꾸준한 모의 면접 등을 통해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적항공사 채용형황. 사진=항공일자리포털 홈페이지
2015~2016년 국적항공사 채용규모. 사진=항공일자리포털 홈페이지

정부 통계를 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아시아나 항공을 제외한 모든 국내 항공사의 신규 채용 규모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3214명이었던 국내 9개 항공사 채용인원은 2016년 3764명으로 늘어났다. 

항공업계에 낙관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항공경영학회가 지난 5월 항공산업·학계·정부 기관 및 연구기관에서 평균 17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COVID-19(코로나19)이후의 우리나라 항공산업 대응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항공여행객이 회복되는 시기를 국내선은 평균 오는 2021년 1월 초~2021년 3월 말로, 국제선은 2021년 4월 중순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 재유행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과 비교적 희망적인 코로나 19 진정시기를 전제로 추정한 것이다. 

2015~2018년 국적항공사 채용형황. 사진=항공일자리포털 홈페이지
2015~2018년 국적항공사 채용현황. 사진=항공일자리포털 홈페이지

또 보고서는 “사스와 메르스 위기 때는 전세계적으로 6개월~9개월의 회복시기가 필요했다 ”며 “당시에는 국경폐쇄·항공기 운항 중단·입국자 격리·등을 시행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코로나 위기 이후 항공여행 수요 회복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항공·철강 전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항공사들은 코로나 이전 수요회복 시점을 2~3년 후로 예상한다"고 말한다. 국적 항공사들이 국내선 운행을 늘렸지만 항공사 매출에서 국내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대한항공이 6%, 제주항공이 20% 수준이다.

국제선 승객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 항공사 사정이 나아지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방 애널리스트는 "국내 항공사 구조조정 가능성은 정부 지원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각국 정부가 기간산업에 지원금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항공사에 대한 지원규모·방법·시기 등이 국내 9곳 항공사의 지속가능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했다. 

승무원 채용시기는 국제선 항공수요 회복에 달려 있어

윤문길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4월경에 항공전문가를 상대로 응답을 받을 때는 코로나 종식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현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 1분기에야 코로나 이전 수준의 항공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윤 교수는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 수요 회복률이 항공사 추가 채용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말한다. 그는 “국제선 수요가 코로나 이전 대비 80% 이상 회복된 시점부터는 감염병 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제선 수요가) 20~30% 이상 정상화 되는 시점부터 매달 눈에 띄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선 여객 수요가 코로나 이전 대비 15~20% 회복된 시점에서 다시 6개월~9개월이 지나야 해외 여행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항공사들이 보통 운항 승무원·객실 승무원을 뽑을 때 최소 6개월 전부터 도입 계획을 세운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의 분석 대로라면 국제선 항공수요 회복률에 따라 항공사의 승무원 채용 시기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셈이다. 

한살 더 먹는 승준생들...아시아나"나이는 평가요소가 아니다"

올해 공채 없이 시간이 지나면 나이 때문에 공채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승준생들이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승무원 취업, 항공과 입시를 지도하고 있는 최윤빈 대표는 “국내 항공사가 채용을 재개할 경우 나이에 조금 더 관대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항공사 면접관도 코로나 여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느냐는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항공의 한 관계자는 "나이는 승무원 선발시 평가 요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도 승무원 합겨자의 나이에 대한 공식 데이터가 없다"며 "평가항목에 나이 자체가 없기 때문에 따로 자료를 만들고 관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오히려 이 시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채 준비 방법은 호텔, 비서 등 유사 서비스 직종으로 근무하여 퇴근 후 외국어 공부 등으로 스펙을 쌓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항공사에서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외항사는 지금도 간간히 채용을 진행하기도 하고 국내 항공사도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채용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실력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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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i 2020-08-18 06:22:23
나도 사스때 준비하고면접보고 중단되었었는데..힘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