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7월 경제지표 반등했지만...그래도 갈 길 멀다
상태바
美·中 7월 경제지표 반등했지만...그래도 갈 길 멀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8.04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7월 ISM 제조업 PMI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
중, 7월 차이신 제조업 PMI 2011년 1월 이후 최고치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둔화 추이
경제학자들 "그래도 갈 길이 멀다"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 2분기(4~6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대 최악을 기록해 코로나19의 타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의 7월 경제 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세계 경제가 2분기 바닥을 친 후 7월 이후 회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美·中 경제지표 일제히 반등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52.6에서 7월 54.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5개월래 최고치며 시장 예상치(53.6)도 상회한 것이다. 

PMI 지수는 50선을 웃돌면 경기확장을, 50선을 밑돌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미국 PMI 지수는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50을 넘어서며 제조업이 확장 추세임을 보여주고 있다. 

신규 주문지수는 61.5로 전월(56.4)보다 5.1포인트 올랐다. 당초 시장에서는 신규 주문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미국 경제 예측에 있어서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도 한 풀 꺾인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두드러졌던 캘리포니아·애리조나·플로리다주 등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뉴욕을 제치고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날 일일 확진자 수가 4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주 역시 지난 6월 이후 가장 적은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으며, 조지아주에서는 약 한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됨과 동시에 코로나19 재확산 추세 역시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중국 역시 긍정적인 경제지표를 내놨다. 

중국 금융정보 업체 차이신은 7월 제조업 PMI가 전월(51.2)보다 높은 52.8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2011년 2월 이후 9년만에 최고치다.

차이신 제조업 PMI는 대형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통계국의 공식 제조업 PMI와는 달리 중국 수출 업체들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해 보다 현실적인 경기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차이신 제조업 PMI가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중국의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제학자들 "그래도 경제 회복 갈 길은 멀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과 중국에서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중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한 상황인데다 경제를 이끄는 '소비' 부문에서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ING그룹의 제임스 나이틀리는 "금융시장은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고 고용시장의 불안정함에 따른 소비 감소로 인해 회복의 길이 더욱 험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GDP가 -32.9%를 기록했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상당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인데, 경제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최근 몇 주간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이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는 징후를 일부 목격했다"며 "경제가 나아갈 길은 매우 불확실하고, 상당 부분이 코로나19 억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경제의 70%를 담당하는 소비 부문에서도 회복의 길이 쉽지 않음은 드러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식당 예약 어플리케이션인 오픈테이블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월 초 이후 예약건수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경로탐색 등을 포함한 이동성 지표에서도 7월 이후 상승세가 둔화된, 횡보하는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이 언론은 "식당 예약이나 이동성 지표 등 고빈도 지표(high-frequency indicators)를 보면 최근 경기 회복에 탄력이 떨어지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지표들은 전반적인 경제 회복에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고 보도했다. 

이는 고용시장의 불안정성과도 무관치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산더 린은 "우리가 보고 있는 지표들의 일반적인 추세는 이달 들어 고용시장의 모멘텀이 현저하게 둔화됐다는 것과 상통한다"고 설명했다. 

7월 19~25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주 연속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상당한 수의 미국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불안정한 고용시장에 노출됐음을 의미한다는 것. 

특히 실직자들에게 지급돼온 주당 600달러의 실업급여 종료 이후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추가 부양조치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기존 부양책 감소 및 소멸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결국 경제에 매우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인들도 경기회복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이 미국의 CEO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 CEO 중 42%는 U자형의 온건한 반등을 예상하고 있으며, 26%는 L자형 회복을 전망했다. 23%는 W자형 회복, 즉 더블딥 불황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CEO 중 9%만이 V자형 회복을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은 이와 관련 "CEO들이 기업 성장에 필요한 투자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적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중국 광둥성의 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중국 광둥성의 한 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중국, 신규 수출 위축..고용시장도 여전히 불안

중국의 긍정적인 경제지표 속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은 남아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7개월 연속 신규 수출이 위축됐다는 것. 이와 함께 기업들의 경우 고용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지속하는 점 등 중국 내 고용시장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메모를 통해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회복 모멘텀이 전세계적으로 약화됨에 따라 중국의 PMI 제조업 지표 역시 수개월 내에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중국 경제는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베이징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돈을 다시 쓰지 않고 있고,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수출 및 제조업이 모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경제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 정부가 상반기에 도입한 경기부양책을 완화시키거나, 혹은 하반기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를 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