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아베정부, '여행떠나자' 캠페인...결과는 '코로나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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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아베정부, '여행떠나자' 캠페인...결과는 '코로나 폭증'
  • 김명윤 도쿄통신원
  • 승인 2020.07.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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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전망치 -4.5%에 초조해진 아베 정부
국내 여행 장려 Go to Travel이후 코로나 확진자 연일 300명 넘어
총 코로나 감염자 수 3만 5000명 돌파
Go to Travel이후 日 47현 모두 감염 확산  
김명윤 도쿄 통신원.
김명윤 도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김명윤 도쿄 통신원]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지난주 23일부터 시작했었던 나흘간 연휴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NHK는 30일(현지시간)현재 코로나 확진자 수가 1299명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 누적 환자수는 3만 5000명이다. 특히 수도 도쿄에서는 이날 신규 확진자 367명이 집계돼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현재 도쿄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일본 전역 확진자의 3분의 1에 이르는 1만 2228명이었다.

긴급 사태 이전보다 더욱더 심각한 상태인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를 다시 선언하라’라는 민심에도 아무런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오히려 연휴기간 중 내수진작을 위해 'Go to Travel(여행떠나자)' 캠페인을 벌였는데,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나흘간 연휴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연휴이후 그동안 코로나 확진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이와테현에선 타지역 여행자가 다녀간 후 남성 1명이 코로나 양성 반응을 나타내 일본 전역에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총리에 이어 정부 내 서열이 두 번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확진자 다수가 젊고, 고령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적기 때문에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인들 상당수는 SNS 등을 통해, 고령확진자와 중증 환자 수의 적고 많음의 기준이 무엇인지, 젊다고 해서 완치 가능성이 100%라는 연구결과가 있는 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 입장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열린 미래 투자회의에서 "새로운 일상을 향한 성장 전략도 검토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내놨다.

도쿄에서만 하루새 코로나확진자가 367명 증가로 확인된 30일, 스가 관방장관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사진=ANN뉴스화면캡처.
도쿄에서만 하루새 코로나확진자가 367명 증가로 확인된 30일, 스가 관방장관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사진=ANN뉴스화면캡처.

일 정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 -4.5%" 

아베 총리가 이토록 코로나 방역보다 경제 회복에 힘을 쏟는 이유는 일본의 올해 경제 성장률추정치가 –4.5%인데다, 향후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올림픽 연기를 예상치 못했던 아베 정부의 계획이 코로나로 인해 꼬이면서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보다 더 악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올림픽 연기를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5% 내외로 추정한바 있다. 그러나 이 발표 이후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된데다, 일본 내수 마저 얼어붙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점차 하향조정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30일 열린 일본 내각의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는 올해(2020년 4월~2021년 3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4.5%로 제시했다. 불과 4개월여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게다가 이 회의에선 올해 가을 코로나가 다시 대규모로 확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올해 성장률은 현재 예상치보다 더 떨어진 –5.0%를 기록 수 있다는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4.5%를 기록할 경우,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95년도 이후 최악 수준이다.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벌어진 2008년에 일본의 성장률은 –3.4%였는데 이보다 더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직후 연일 지지율이 추락 중인 아베 총리는 어떻게든 경제 성장률만을 유지하여 지지율을 유지할 생각으로 ‘Go to Travel(여행떠나자)’ 캠페인을 강행했지만 이는 오히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말았다는 비판여론에 직면해 있다. 

일본정부는 총예산 360억 엔 우리 돈 4100억에 이르는 구호 마스크 8000만장을 30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배포한다고 27일 발표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은 아베노마스크에 대한 시민과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31일 일부 간병시설에 특정해 배포하고 남은 마스크는 정부가 보관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정부는 총예산 360억 엔 우리 돈 4100억에 이르는 구호 마스크 8000만장을 30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배포한다고 27일 발표했으나, 상태가 좋지 않은 아베노마스크에 대한 시민과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31일 일부 간병시설에 특정해 배포하고 남은 마스크는 정부가 보관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정부는 지난 27일 긴급구호예산 360억엔(한화 약 4100억원)을 편성, ‘아베노마스크’라 불리는 구호 마스크 8000만장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30일부터 배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얼어붙은 민심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으로 오히려 ‘노 아베(NO ABE)’ 구호만 인터넷 댓글과 거리 곳곳을 달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아베 정부는 31일 아베노마스크를 전 국민이 아닌 간병시설에만 특정해 배포하고 남는 물량은 정부에 비축해 놓기로 지급 대상범위를 변경, 발표했다.      

중앙정부 “여행 떠나라”, 지자체는 방역 총력전 

이 처럼 일본 정부가 경제와 방역을 병행하겠다며 코로나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지방자치단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로인해 중앙정부 정책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더욱 시민들에 신뢰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가 확산한 가운데 방역과 관련해 일본 정부보다 강한 메시지를 내놓아 주목받았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는 자체적으로 경고 수위를 최고 5단계로 올렸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30일 오후 도쿄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염확대 특별경보'라고 쓴 판넬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NHK화면 캡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30일 오후 도쿄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염확대 특별경보'라고 쓴 판넬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NHK화면 캡쳐.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3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염 확대 특별경보'라고 쓴 패널을 들고서 "지금까지는 '감염 확대 경보'라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감염 확대 특별경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시민모두 코로나확산을 막기위한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경우 도(都) 독자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고이케 지사는 술을 제공하는 음식점이나 노래방 등에 대해 다음 달 3일부 31일까지 영업시간을 오후 5∼10시로 단축해달라고 요청했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업체에는 협력금으로 월 20만 엔(약 228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김명윤 도쿄 통신원은 일본 영화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전공, 다수의 한일 영화 현장에서 통역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리니아 신칸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부는 마을, 오시카무라(가제)>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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