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한국판 뉴딜에 정부가 꼭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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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한국판 뉴딜에 정부가 꼭 해야 할 일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07.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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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딜, 하드웨어 뉴딜과 소프트웨어 뉴딜로 구체화해야
데이터와 AI 강조하지만...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초점 맞춰야
AI교육 담당할 인재 없어...정부가 특히 준비해야 할 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지난 14일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가졌다. 그린 뉴딜을 살짝 끼워 넣기도 하였지만, 핵심은 디지털 뉴딜과 AI이다. 1년 전(2019년 7월) 손정의 회장(소프트뱅크)은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재인대통령에게 한국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손정의 회장은 20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해야 할 것은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라고 조언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20년 전에는 초고속인터넷이고 지금은 왜 5G가 아닌 AI인가?

차이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차이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처음 배운 개념이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이다. 컴퓨터에서 등장한 이 개념을 요즘엔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서 용법이 다양해졌다. 하드웨어는 컴퓨터 및 주변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IT 인프라(SOC)의 개념으로, 소프트웨어는 그 위에 올려진 서비스 또는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뉴딜,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뉴딜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 보고대회에서 후버댐(1930년대 대공황 시대) 건설공사에 빗대어 아날로그 뉴딜과 다른 디지털 뉴딜에 관해서 설명하였고, 후버댐에 모인 물을 다양한 산업에 이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각종 데이터를 데이터댐 에 모아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게 하자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날로그 뉴딜은 토목공사를 말하는 것인데, 질병으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을 아날로그 뉴딜을 통해 극복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진부하게 후버댐, 데이터 댐 등의 개념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디지털 뉴딜 중 하드웨어 뉴딜과 소프트웨어 뉴딜의 차이를 전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나아가 모두가 디지털 뉴딜을 생각하는 중에서도 정부는 하드웨어 뉴딜 보다는 소프트웨어 뉴딜이라는 방향 설정을 명확히 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정부의 뉴딜은 디지털 사회안전망(SOC)를 까는 것이 시작이다. 그것이 2000년에는 초고속인터넷이었고, 2020년에는 5G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하드웨어 뉴딜이다. 한국은 그동안 잘해왔던 하드웨어에 더욱 집중할 것인지, 전세계와 경쟁해야하는 소프트웨어에 새롭게 집중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메모리, 스마트폰 등) 회사인 반면, 미국의 소위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이라고 하는 IT 공룡들은 애플(Apple)을 제외하곤 전적으로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중국(알리바바, 텐센트)도 마찬가지이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드웨어 산업은 점점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고, 해답은 소프트웨어 뉴딜이다.

소프트웨어 뉴딜은 데이터와 AI가 중심이다

소프트웨어 뉴딜을 생각할 때 처음 떠오른 것은 데이터, 빅데이터다.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데이터가 모이면 그 다음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 정부가 데이터와 AI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뉴딜을 설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다만, AI가 가져올 미래를 좀 더 면밀히 예측하고 정부부터 AI시대에 맞게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 

이번 보고대회에서 필자는 ‘AI기반의 지능형 정부’라는 말에 특히 눈길이 갔다. 방향 설정에 충분히 공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들어가 ‘비대면 공공서비스’ 및 ‘맞춤형 행정서비스’, ‘5G 국가망’, ‘공공 정보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 등은 진부한 느낌을 주었다. ‘5G’와 ‘클라우드’는 하드웨어 뉴딜에 성격이 강하고, ‘비대면’ 또는 ‘맞춤형’ 서비스는 AI의 초기단계 모습 정도로 보였다.

정부가 조금 더 효율적이고 조금 더 지능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우리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다. AI의 도입으로 정부가 훨씬 효율화되고 국민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AI의 도입 과정에서 정부에 사람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AI 의사, AI 변호사의 등장으로 전문직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는 정부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보다 전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AI가 고도화 되면서 전문성과 효율성 면에서 정부는 이전과 확연하게 차별화될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AI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공무원도 피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AI가 공무원을 포함한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데 대한 대책은 별도로 면밀히 수립해야 한다.

데이터와 AI 뉴딜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

한국이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미⋅중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AI 산업구도를 바꾸어야 한다. 최근 'AI 인덱스(INDEX) 2019' 보고서(미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전세계 AI 특허의 94% 이상이 미국, 서유럽에서 출원됐고, 1위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등록된 AI, 머신러닝 소프트웨어의 90% 이상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또한 AI 특허 등록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도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감세와 규제완화 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 정부의 주도로 데이터 저장소와 거래소를 만들고 정부가 일정부분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데이터분야 집중 추진 과제인 ‘데이터 댐’을 보자. 정부의 데이터 댐은 공공데이터 위주, 정부 주도의 데이터 축적으로 중국식에 가까워 보인다. 데이터 전문가들은 “기술 위한 기술, 양을 위한 데이터는 의미 없다”고 얘기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빅데이터와 AI의 목적을 고객에 맞추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맞춰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데이터 축적은 자칫 데이터의 이용을 방해할 수도 있다.

중국은 접근이 용이한 공공데이터의 활용에서 출발해 민간영역에 축적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가공·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민간기업과 계속 상호작용했다.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모으는 지가 훨씬 중요하다. 고객과 서비스에 맞춰 데이터의 포맷을 정하고, 이에 맞춰서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해야만 최초에 구상한 목적에 맞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서는 맞춤형 데이터가 필수다. 정부는 “데이터의 수집·표준화·가공·결합은 사람의 작업에 의해 이뤄져야 해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일자리 관점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비정형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기준을 세우고, 수집 단계부터 기준에 맞추어 표준화 하면, 누구나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데이터를 가공·결합할 수 있다.

빅데이터와 AI를 뒷받침하는 것은 네트워크 속도와 데이터 처리 능력이다. 정부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5G망 구축, 데이터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등 하드웨어 뉴딜에도 집중해야 한다. 통신 3사 등 민간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영역이니,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정부가 추가로 할 일은 규제혁신, 미래 기술 연구 및 교육

정부는 현재의 기술 보다는 미래의 기술에 대해 투자해야 하고, 기술 개발과 적용을 막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문재인대통령도 규제혁신을 강조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보이지 않는 미래 기술에 기업이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6G 기술 등 미래 기술 연구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신기술과 국제 표준을 우리가 선점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은 빅데이터, AI 교육이다. 교육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현재는 AI 교육을 담당할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빅데이터, AI 인재를 길러야 한다. 육성한 인재를 일부는 산업의 역군으로, 일부는 교육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민간에서 추진하기 힘든 일이고,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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