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통신] 두 개의 인도네시아版 '수퍼히어로' 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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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통신] 두 개의 인도네시아版 '수퍼히어로' 영화사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 승인 2020.07.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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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인도네시아인, 현지 만화에서 따온 수퍼히어로들 탄생시켜
'시네마틱 부미랑잇'과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 등 두 영화사가 이끌어
CG기술 크게 발달, 유능한 영화감독들 활약..."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 이미지출처= 사트리아 데와 스튜디오 홈페이지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 이미지출처= 사트리아 데와 스튜디오 홈페이지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헐리우드에 DC와 마블이 있듯이 인도네시아에도 시네마틱 부미랑잇(Sinematik BumiLangit)과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Jagad Satria Dewa)라는 영화제작사가 있다.

부미랑잇 회사 자체는 2003년 설립되었지만 500여 만화 캐릭터들 중엔 그 기원이 195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주인공들도 있다. '땅과 하늘'이란 의미의 '부미랑잇' 측은 2019년 조코 안와르 감독을 통해 수퍼히어로 영화 '군달라(Gundala)'를 탄생시켰다.

부미랑잇의 대항마인 사트리아 데와는 전통 와양극(일종의 그림자극)의 캐릭터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2020년 4월 크랭크인 해 2020년 10월 개봉 예정으로 했던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Satria Dewa: Gatotkaca)'는 2019년에 이미 캐스팅을 끝마쳤다. 사트리아 데와는 '성기사(聖奇士)'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헐리우드엔 마블과 DC, 인도네시아엔 부미랑잇과 사트리아 데와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를 여는 이번 첫 영화는 유명한 젊은 감독 하눙 브라만티요가 맡았다. 그는 '인간의 대지(Bumi Manusia, 2019, 팔콘픽쳐스)', '까르티니>(Kartini, 2017, 래거시 픽쳐스' 같은 예술성 높은 영화들은 물론 '사랑의 규칙(Ayat-ayat Cinta, 2008, MD 픽쳐스)', '루디하비비(Rudy Habibie, 2016, MD 픽쳐스)' 같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많이 내놓았다. 특히 올해 개봉예정인 '7번 방의 선물'의 인도네시아 리메이크 작 'The Miracle in Cell No.7'의 감독이기도 하다.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왼쪽)과 조코 안와르 감독. 사진= 구글아카이브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왼쪽)과 조코 안와르 감독. 사진= 구글아카이브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의 기용은 2019년 흥행에 성공한 '군달라'와 이를 연출한 조코 안와르 감독의 중량감에 맞추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2015년 CJ 엔터테인먼트 합작영화 '내 마음의 복제(A Copy of My Mind)'로 두각을 나타냈고 곧이어 2017년 인도네시아 국산영화 최고 흥행작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을 내놓으며 인도네시아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2019년 그는 '군달라' 뿐 아니라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j Jahanam)'을 감독했고 '흑마술 여왕(Ratu Ilmu Hitam)'의 시나리오를 써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군달라'가 시네마틱 부미랑잇의 첫 번째 영화였으니, 사트리아 데와 스튜디오의 레네 이샥(Rene Ishak) 프로듀서가 첫 영화에서 명성과 실력 모두 조코 안와르 감독에 밀리지 않는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을 기용한 속마음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네마틱 부미랑잇 측은 '스리아시(Sri Asih)',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and The Sparklings)' 등 후속작들을 이미 준비 중이며 조코 안와르 감독은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다.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수퍼히어로들. 출처= 부미랑잇 인스타그램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수퍼히어로들. 출처= 부미랑잇 인스타그램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배우들 대거 출연...헐리우드급도

주인공 '가똣까차'가 되는 유다(Yuda)역은 배우 리즈키 나자르(Rizky Nazar)가 맡았다. 야스민 나뻐르(Yasmin Napper)는 아그니(유다의 절친) 역을, 야얀 루히얀(Yayan Ruhian)은 꾸라와(Kurawa) 측의 한 명인 베쩽(Beceng) 역을 맡는다. 왜소한 체격과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쁜짝실랏(Pencat Silat)이라는 인도네시아 전통무술실력을 뽐내는 야얀 루히얀은 '레이드' 속편, '존윅 3'에도 출연한 헐리우드급 배우다.

야얀 루히안. 출처= 구글아카이브
야얀 루히안. 출처= 구글아카이브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는 총 여덟 편의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데 그림자극 등장인물의 이름을 가진 수퍼히어로들이 매년 한 편씩 영화로 소개될 예정이다.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챠' 다음으로는 아르쥬나(Arjuna,), 유디스트리아(Yudhistira), 바라타유다(Bharatayuda), 비마(Bima), 나꿀라 사데와(Nakula Sadewa), 스리깐디(Srikandi)로 이어진다. 자가드 사트리아 데와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꾸룩쉐트라(Kurukshetra)의 전쟁으로 마무리된다.

와양 그림자극 출연자들은 인도의 라마야나나 마하바르타에 출연하는 신들을 차용하곤 한다. 이 그림자극 캐릭터들은 모두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에 수퍼히어로와 빌런들로 출연한다. 출처= https://www.123rf.com/
와양 그림자극 출연자들은 인도의 라마야나나 마하바르타에 출연하는 신들을 차용하곤 한다. 이 그림자극 캐릭터들은 모두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에 수퍼히어로와 빌런들로 출연한다. 출처= https://www.123rf.com/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꾸룩쉐트라는 꾸라와와 빤다와 두 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으로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의 배경이기도 하다. 꾸룩쉐트라 전쟁을 다룰 마지막편은 마블 유니버스의 '어벤져스:엔드게임' 같은 대단원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영화제작 능력, 눈부시게 발달...코로나가 발목잡아

불과 2018년까지만 해도 수퍼히어로물의 불모지와 같았던 인도네시아에서 이제 봇물 터지듯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한 것은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인도네시아 관객들의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놀랍게 발전한 CG 기술과 이를 유려하게 이용할 줄 아는 유능한 감독들의 출현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헐리우드 작품들 정도의 퀄리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몇 년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흥미로운 발전상을 목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3월 코로나가 인도네시아에 상륙하면서 모든 경제활동이 멈출 당시 영화촬영도 대부분 중단됐다. 그때 영업을 중단한 상영관들은 몰과 쇼핑센터들이 다시 문을 연 지난 6월 15일 이후에도 방역 프로토콜로 고심하다가 7월 29일 뒤늦게 영업재개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그러나 6월과 7월을 거치며 일일 신규확진자 숫자가 크게 늘자 다시 상영관 개관은 또다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인도네시아 누적확진자는 7월 27일 현재 10만 명을 넘겼다. 따라서 이들 수퍼히어로 영화들의 촬영은 조만간 재개되겠지만 이들은 언제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함들다.

수퍼히어로들의 놀라운 능력도 코로나 앞에선 딱히 힘을 못쓰는 듯하다.

●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은 1995년 당시 (주)한화 무역부문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입성했다.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부문 수상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을 지냈고, 재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편찬위원회 공동 총괄편찬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있고, 한국외대 양승윤 명예교수와 함께 <막스 하벨라르>를 공동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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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2020-07-31 17:29:27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 대한 지식이 깊으시네요. 덕분에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