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KBS, 개그맨 내치더니 웃음까지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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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KBS, 개그맨 내치더니 웃음까지 포기했나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9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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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은 재미와 웃음이 기본 미덕
코미디 프로그램을 잃은 개그맨들은 예능으로 활동 영역 넓혀
KBS는 예산 절감 압박 속에서 예능 전쟁에서 계속 뒤처지는데
2020 공영방송의 가치를 깊이 고민해 보는 KBS가 되어야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공중파에서 개그맨들이 나오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졌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개그콘서트’를 즐겨 봤던 시청자로서 아쉬울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전보다 더 재미있는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케이블과 종편에서 방송되기도 하고 굳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의 방송 프로그램, 특히 예능을 표방하는 방송들은 모두 웃음 혹은 재미를 기반으로 한다. 시청자에게 얼마만큼의 재미를 주고 얼마만큼 웃게 하느냐가 그 방송이 갖는 가치다. 예전에 개그맨과 코미디 프로그램이 가졌던 미덕이기도 하다.

재미를 기본 미덕으로 삼는 예능 프로그램들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로 예를 들어보자. 출연한 패널들이 경쟁적으로 자기의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물론 실패를 이겨낸 감동스러운 이야기도 있지만 배꼽을 잡는 실수담이나 목격담이 편집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런닝맨’ 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들은 핫한 배우들이나 가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데 그들 모두 ‘개그감’을 발휘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마도 소속사에서 집중 연습시켰을 개인기를 펼친다거나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몸개그도 불사한다. 심지어 아기들과 동물들도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준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에서 재미있다고 찍힌 ‘예능감’ 높은 연예인들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경쟁적으로 섭외를 한다. 요즘엔 자기의 전공 분야인 배우나 가수 외에 예능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능 전문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대중들도 이들이 주는 웃음에 점점 중독됐다.

그 나비 효과가 공중파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사라지게 했을지도 모른다. 대본과 연출에 의존하던 코미디가 주는 웃음과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경쟁한 결과가 그렇다.

공중파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지만 개그맨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재미와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런 상황에 익숙한 개그맨들이 필요하다. 어색해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출연진들을 이끄는 MC들로 개그맨 출신들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공중파,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보더라도 개그맨 출신 MC들이 다른 분야 출신을 압도한다. 한때 MC로 각광 받았던 아나운서들도 개그감을 장착해야 하는 게 현안이 되어버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진=KBS2TV 방송 캡처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진=KBS2TV 방송 캡처

웃음을 포기한 공영방송

KBS가 개그맨을 내치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없앴지만 그 취지는 더 좋은 웃음을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KBS 방송을 보면 아예 재미를 포기하고 웃음도 잃어버린 듯하다. 오히려 무리한 기획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일요일 저녁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1박2일’은 예전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네 번째 시즌으로 오면서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예전 향기를 뿜어낸다. 자기 복제의 오해를 안을 수밖에 없는 기획이다. 대중에게는 재미에 대한 내성이 생긴 지 오래라 독한 게임만 무한 반복할 뿐이다. 월요일 오전 연예 기사의 비중을 보더라도 화제성이 예전만 못하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CEO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스에게는 성찰을, 시청자들에게는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화제성만 쫓는 무리수가 보이기도 한다. 설정과 연출은 물론 간접 광고가 의심되는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최근에는 출연진의 태도 논란 구설수도 생겼다. 재미와 웃음은 자연스러움과 의외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KBS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의 효자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지난 주말에는 비난을 받았다.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아서 예전 ‘개그콘서트’ 시간대에 배치한 프로그램이다. 아이와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고군분투가 프로그램의 핵심인데 지난주에는 ‘트롯 소년단’이라는 트로트 오디션 포맷을 보여주었다.

다른 방송 프로그램들이 트로트로 재미를 보는 게 불안했던지 이 프로그램도 그 인기에 편승한 것이다. 방송 후 애초의 취지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의 예상치 못한 행동과 그 행동에 반응하는 아빠의 쩔쩔대는 모습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의도와 설정을 따라가는 ‘트롯 소년단’은 웃음보다는 비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KBS 부산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사진=KBS부산어린이합창단
KBS 부산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사진=KBS부산어린이합창단

2020 공영방송의 가치를 잘 살펴보아야

얼마 전 KBS 관련한 어떤 뉴스가 화제였다. KBS 지방 방송국이 운영하는 5곳의 어린이 합창단을 해산한다는 소식이었다. 그 이유로 ‘본사 재무 악화와 예산 절감’을 들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합창단은 단원들의 회비와 지휘자의 재능 기부로 운영된다고 한다. KBS가 지원하는 건 이름과 장소 제공 그리고 약간의 제작비 정도였다고. 국회 자료에 의하면 지방 방송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간 평균 1500만원 정도를 어린이 합창단에 지원한다고 한다.

KBS는 6천억원대의 수신료를 징수한다. 2018년 자료에 의하면 KBS 직원 5300여 명중 1억원 이상 억대 연봉자가 51.9%에 달한다고. 어린이 합창단 해산 뉴스에 비판이 많이 따랐다. KBS는 어쩔 수 없이 어린이 합창단 해산 계획을 철회했다. 정확히는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공영방송다움은 어떤 것일까. 직원들이 공무원스러워지는 것일까. 공무원스러운 직원들이 만드니 프로그램도 공무원스러워져야할까. 공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변하지 않겠지만 공영방송이 뿜어내는 가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비정상이 정상이었던 시절의 공영방송과 2020년 지금의 공영방송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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