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갈등 ‘영사관 상호 폐쇄로 폭발’···수교 이후 관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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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갈등 ‘영사관 상호 폐쇄로 폭발’···수교 이후 관계 최악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0.07.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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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갈등이 영사관 폐쇄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양국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
미국과 중국 갈등이 영사관 폐쇄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양국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 상황이다. 사진=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영사관 폐쇄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양국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영사관 폐쇄는 국교 단절 직전 단계의 외교적 조치다.

이번 조치가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면전환용일뿐 전선이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도 미국에 맞대응 하면서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첫 영사관 상호 폐쇄 대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닉슨도서관에서 한 연설에서 "휴스턴 총영사관이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영사관 폐쇄는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1979년 이래 첫 조치일 만큼 초강수여서 총성 없는 외교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맞서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청했다. 

양대 강국 전선이 코로나19(COVID-19)와 화웨이 퇴출, 홍콩 민주화, 남중국해 군사 대결 등까지 펼쳐지며 곳곳이 지뢰밭인 상황에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이 휴스턴을 선택한 데는 중국을 견제하되 전면전까지는 가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왜 휴스턴인가···전면전 경계하며 '대내용' 해석도

미국은 자국내 6개 중국 공관(워싱턴DC·뉴욕·로스엔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카고·휴스턴) 중 휴스턴만 핀셋으로 집듯이 지목했다.

최근 휴스턴 총영사와 외교관들이 공항에서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중국인을 빼돌리려다 적발됐다는 점도 들었다.

지난해 미 국립보건원(NIH)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의 소속 교수들이 첨단 기술 자료를 넘긴 혐의를 적발했다. 이들은 모두 해외 고급 인재를 유치하려는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폐쇄 요구를 받은 휴스턴 영사관에서는 지난 21일 저녁부터 22일 새벽까지 중국 측이 외부 출입을 통제한 채 밤사이 각종 자료를 황급히 소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상징성으로 본다면 워싱턴DC가, 해당 지역의 중국인 인구 규모를 생각한다면 로스엔젤레스 등이 훨씬 더 요충지다. 또 미국이 폐쇄 명분으로 세운 지식재산권 절도라면 샌프란시스코 공관을 겨냥하는 게 합리적이다.

명목상 이유가 산업스파이라면 이면에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반전 카드라는 해서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때부터 중국과 각을 세우며 반중 메시지를 강화했던 만큼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동시에 대응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포석이라는 의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대표보를 지낸 제프 문은 CNN과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이 진짜 이유라면 미국은 실리콘 밸리를 관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폐쇄했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보복과 트럼프의 처참한 코로나19 정책으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청두 미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는 정치적 목적 

당연히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비합리적인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이 외부의 공격에 같은 방식과 수준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 내 미국 공관 폐지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주중 미국대사관에 "중국은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면서 "청두 총영사관의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통지했다. 

청두총영사관은 1985년 문을 열었으며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미국이 인권 상황에 큰 관심을 두는 티베트 지역을 관할한다. 

지난 2012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가 벌어져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당시 보시라이의 부하였던 왕리쥔(王立軍) 전 국장이 보시라이와 다툼으로 신변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다.

중국과 미국은 왕리쥔의 청두 총영사관 진입 후 신병 인도 문제를 두고 충돌을 빚었지만, 결국 그의 망명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왕리쥔은 30시간 만에 청두 총영사관을 나와야만 했다.

휴스턴 영사관 폐쇄 시한 임박…"미국, 균형 잡을 것" 전망

폐쇄 요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아직 미국의 강제 집행과 같은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측은 폐쇄를 거부하고 있다.

차이웨이(蔡偉) 휴스턴 총영사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오늘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고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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