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험하다는 트럼프, 갑자기 왜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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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험하다는 트럼프, 갑자기 왜 바뀌었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2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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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빌 전당대회 취소...코로나19 위험성 경고
"학교 개학도 미룰 수 있다" 밝혀..마스크 착용도 당부
경합주 내 확진자 급증이 트럼프 인식 바꿨다는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브리핑을 석달 만에 재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일간신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를 전하며 "보건 전문가들에게 자주 들어본 말이지만, 놀랍게도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지속해왔다. 코로나19 위험성보다는 경제 재개에 초점을 맞춰왔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전당대회를 강행하는 등 11월 대선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코로나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조언하며 갈망해오던 전당대회도 취소하는 등 코로나19의 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코로나19에 180도 바뀐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다음달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를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4~27일 플로리다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플로리다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주시하고 있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전당대회를 하기에는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 개학을 미룰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미국 내 코로나19가 급증하는 지역의 학교들은 몇 주 개학을 미룰 수 있다"며 "개학을 결정하는 것은 각 주의 주지사들에게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2주전인 지난 8일까지도 '가을에 문을 열지 않는 학교에게는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해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같은 날 "이제 때가 왔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할 때"라며 학교 개학을 강조한 바 있다. 2주만에 학교 개학과 관련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입장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마스크를 쓰는 게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기를 꺼려왔다. 심지어 마스크 공장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가 아닌 고글만 착용해 많은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중단했던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석달만에 재개하면서 지금까지 보여온 태도와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300만명을 넘긴지 불과 15일만에 400만명을 넘어서면서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10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때까지는 총 98일이 소요됐다. 100만명이 200만명으로 불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43일. 200만명이 3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28일이 걸린 데 이어 15일만에 또다시 400만명으로 100만명이 추가된 것이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속도가 점점 가파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각 주(州)별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캘리포니아가 40만명을 넘어서면서 뉴욕주를 제치고 가장 많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플로리다·텍사스·뉴저지·애리조나·조지아·매사추세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루이지애나 등 9개 주에서 1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왜 톤 바뀌었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태도가 급변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하는 것을 해석되고 있다. 

특히 11월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 지역의 확산세가 두드러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신규 확진자의 대부분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에서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최악의 확진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일부 지역들은 대선을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4월 상반기 기준 전체 확진자의 67%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한 주에서 발생한 반면, 7월 중순 기준 신규 확진자의 74%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였던 주에서 보고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인구 등의 측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의 경우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10만명 당 53명이 감염되는 등 가장 높은 코로나19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 역시 10만명 당 42명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네다바와 캘리포니아주 역시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각각 10만명당 37명, 2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 우위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던 코로나19 초기와는 달리,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합주의 확진자가 급증하자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지기 전에 더 악화될 것'이라며 '드물게' 정확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등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운이든, 마스크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엄청나고 훌륭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실제로 병원에서는 의료인력이나 보호 장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의 크리스 실리자 선임기자 역시 "속지 마라, 코로나19에 대한(혹은 다른 것에 대한) 새로운 트럼프는 없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배웠거나,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새로운' 트럼프도, 새로운 버전도, 뒤집을 만한 새로운 것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트럼프의 입장 변화에 '반색'

반면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전략가인 매트 맥코위악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은 (코로나19에 대한) 톤의 변화와,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의미한다"며 "국민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고 반가운 소식"이라고 언급했다. 

레니 커리 잭슨빌 시장 역시 "(잭슨빌 전당대회 취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우리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빌 스테피언 공화당 전략가 역시 "대통령이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다"며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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