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의 블록체인 토크] 스테이블코인은 지불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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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의 블록체인 토크] 스테이블코인은 지불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
  • 정인호 IT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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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IT칼럼니스트.
정인호 IT칼럼니스트.

[정인호 IT칼럼니스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는 법화(法貨)에 대개 그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그것을 실제 유통에서 지불수단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산으로 인식되는 면이 강하다. 그러한 문제점에 착안하여 개발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화와의 교환비율이 1대1로 고정된 암호화폐이다. 가치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스테이블(stable)’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2019년부터 붐이 불었고, 그 기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은 세 가지다. 우선 특정한 제 3기관에 법화를 예치해두고, 그만큼만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현금이 아니라 금과 같은 실물자산을 담보로 할 수도 있다. 이것을 ‘법정화폐 담보형’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형의 암호화폐로는 USD테더가 대표적이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의 리브라도 이와 유사하다. 

둘째로는 특정기관에 법화가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대표적이고 믿을 수 있는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일정한 교환비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다. 이는 특정한 화폐를 담보로 잡지 않고,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코인의 가치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업체인 티몬의 창업자 신현성 대표가 창설한 테라가 대표적이다.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국가의 법화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국가의 법화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어느 방식도 확실하게 가격이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법정화폐 담보형이라고 볼 수 있는 테더의 경우에도 발행한 코인만큼의 준비금이 갖추어지지 않아 항상 구설수에 올랐고 따라서 가치가 불안정했다.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충분한 준비금이 있는가는 물론이고, 암호화폐의 가치 자체가 변동하므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경우에도 거래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가치의 불안정이 나타난다. 이제까지 테라의 경우에는 비교적 가치가 안정적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코인도 적지 않았다. 

또한 세 경우 모두 중앙에서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탈중앙적인 암호화폐로서의 성격은 크게 약화된다. 이 경우 시스템의 안정성은 중앙의 통제에 달려 있는데, 그에 대한 해킹 등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 운용주체가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가격의 안정성이 확보되면 사실 현재의 투자목적인 변동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지불수단으로서는 매우 유용해진다. 따라서 전자상거래의 경우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를 대신하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의 전자상거래는 중간자인 신용카드사가 존재하여 상당히 높은 수수료를 징수해가므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지불이 직접 이루어지므로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비용이 절감된다.

현행 시스템은 항상 수작업으로 거래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으나, 블록체인은 그러한 과정이 자동화되어있으므로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테라의 경우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 2019년6월 출범이후 1년 만에 백만 가입자를 돌파하였으며 현재에도 온라인 거래에 지불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의 파트너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본격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직 시작되고 있지는 않지만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그러한 한계를 돌파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대형은행들이나 핀테크 회사들이 이를 결제수단을 인정하고 받아준다면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암호화폐는 니치마켓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기관인 체인아날리시스(Chainanalysis)라는 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9년1~4월의 경우 전 세계 상업 거래액의 1.3%만이 암호화폐로 결제되었다. 

또한 규제기관의 엄격한 조사와 감시는 은행으로 하여금 이를 수용하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정부는 통화정책이 사적이며 상업적인 기관으로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스테이블코인이 법화를 위협할 정도로 확산되는 것을 꺼려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중요한 장애가 될 수 있다.

결정적인 키는 중앙은행이 쥐고 있다. 중앙은행이 이를 제도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면, 점차 온라인으로 거래가 옮겨가는 추세에 힘입어 스테이블코인은 중요한 결제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일종의 국제통화로서 국경을 넘어 움직이기 때문에 개별국가 차원에서 접근하기 어렵다.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처럼 글로벌 SNS 또는 전자상거래를 통하여 송금이나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 사실상 그 나라의 법화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최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스테이블 코인에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금지(AML/CFT) 기준을 적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물론 스테이블코인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하나의 단계적 조치로 볼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어떠한 형태로 제도권에 자리 잡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우리의 제도를 준비할 시점이라고 보인다. 

● 정인호 경제 칼럼니스트는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20년 이상 IT전략과 정책연구를 담당하였다. 건국대, 단국대, 서울시립대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으며, 최근에는 경제와 IT에 관한 저작에 몰두하고 있다. '디지털 머니', '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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