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이통3사, 수조원대 '주파수 재할당 가격'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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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이통3사, 수조원대 '주파수 재할당 가격' 줄다리기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2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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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는 실제·예상 매출액의 3%
정부, 관행대로 과거 경매가 반영해 3조원 예상
통신사들 "경매가 제외해야…1조원대 중반이 적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조 원이 걸려있는 만큼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한 가치'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6월 이용기간이 종료되는 2G·3G·LTE 전체 주파수 400MHz 중 310MHz를 기존 통신사 이용자에게 재할당한다.

주파수 재할당은 '집 임대차'와 비슷하다. 해당 대역폭의 주파수를 일정 기간 돈을 내고 빌리는 형식이다. 통신사는 해당 주파수로 통신 사업을 하고, 기한 만료에 앞서 연장을 논의하는 식이다.

이용기간 종료 주파수는 SKT 105MHz, KT 95MHz, LG유플러스 120MHz 등 총 320MHz다. KT, LG유플러스의 재할당 대역폭도 동일하다.

다만 SKT는 2G를 종료해 해당 주파수 10MHz 폭이 제외된다. LG유플러스는 2G 서비스 종료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KT는 2012년 이미 서비스를 마쳤다.

재할당 주파수는 내년 6월과 12월 이용기간이 만료된다. 이통사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6개월 전 할당 대가가 포함된 이용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 때문에 과기정통부는 적어도 오는 11월까지는 대역별 적정 이용 기간과 대가 등을 포함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재할당 되는 주파수의 이용 대가를 둘러싸고 정부와 통신사 간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 정부 안은 3조원, 이통 3사 "너무 비싸…절반 수준"

전파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파수 사용 대가는 경쟁이 있으면 경매에 부친다. 하지만 경쟁이 없으면 재할당 하게 되고, 그 대가는 '할당 대상 주파수 실제 매출과 예상 매출을 혼합한 금액의 3%'를 원칙으로 한다.

이전 주파수 재할당은 2011년, 2016년에 이뤄졌다. 2016년 5월 재할당 당시에는 이전 경매 낙찰 가격을 반영하고, 동시에 통신사의 매출액 합이 함께 고려돼 가격이 책정됐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에도 과거의 경매가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에는 최소 3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통신사는 과거 경매가를 산정 기준에 포함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재할당 주파수의 가치가 과거보다 하락했기에 실질적 가치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6년 재할당 당시 정부는 통신사의 매출이 약 4.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가를 산정했다. 하지만 이통3사의 2016년~2019년 매출액은 오히려 2% 줄었다. 이런 이유로 통신사들의 매출액 대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은 2014년 4.6%에서 2019년 8.1%로 올랐다.

동시에 통신사들은 주파수의 가치 자체도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TE 주파수 대역폭이 사업 초기보다 현재 10배 가량 늘어났고, 통신 기술 발전으로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통신사들은 시행령에 있는 3%를 적용하고 과거 경매가를 연동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통신사들의 재할당 대가는 1조 원대 중반으로 책정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재할당되는 주파수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아니고 경쟁도 없는데 5G 주파수 10년 이용 금액인 3조 원과 비슷한 수준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해외의 경우 재할당되는 주파수의 대가는 없거나 (국내보다)훨씬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지 않는다. 최초 할당 시 약속된 서비스 제공 의무를 지키면 이후에도 동일한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 제공을 약속 받으며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재할당을 하는 경우 기존보다 대가가 높지 않다. 영국은 30% 가량 낮추고, 프랑스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기간을 늘려준다.

통신사들은 재할당 대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으면 5G 인프라 확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5G 투자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존 관행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지난 15일 이통3사 CEO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간담회 이후 "재할당 이슈는 디지털 뉴딜과는 무관하다. 현재 연구반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투자세액공제, 등록 면허세 감면 뿐 아니라 5G 국가망이나 5G 활용한 응용서비스에 직접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주파수 재할당은 전파법 취지에 맞게 적정 대가를 부과하고 경제적 가치를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사회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의 가속으로 여러 세대의 서비스가 동시에 존재하고, 따라서 통신망도 여러 주파수를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망 환경으로 진화 중"이라며 "연말까지 주파수 이용 효율화 및 5G 전환 촉진 등 지속적인 기술발전을 도모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부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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