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칼럼]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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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칼럼]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의 시대
  •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YTN사장
  • 승인 2020.07.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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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 세계경제 '지그재그' 패턴 감수해야
위기를 기회로 삼을 에너지원 마련해야
WEF "'그레이트 리셋' 기회삼자" 화두 던져
세프티 퍼스트(안전제일) 사회 실현 해야
최남수 서정대 교수
최남수 서정대 교수

[최남수 서정대교수·전 YTN사장] 최근 뉴욕타임스는 전염병 전문가 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활동 20가지를 골라 활동별로 언제 정상화될 것으로 보는지를 물었다.

이들은 과거로 돌아가는데 3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릴 활동으로 항공기 여행, 공유 사무실에서의 근무, 체육관에서 운동하기 등을 들었다.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 활동으로는 예배, 결혼식이나 장례식, 스포츠 행사 등 참석과 악수하기, 마스크 착용 중단 등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오래 계속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2분기에 3.2%의 플러스 성장을 하는 등 일부 나아지는 기미도 있긴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지배적 진단이다. 예측기관들은 올 한해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가 내년에 기저효과를 발판삼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2022년은 돼야 경제가 2019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모든 것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다. 조기에 이번 사태가 종료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을이나 겨울에 2차 대확산이 시작되거나 또는 지금처럼 지역별로 국지적 그리고 산발적인 발병이 이어지리라는 두 갈래의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나아지면 일상으로 돌아오고 코로나19가 ‘출몰’하면 다시 서로 거리를 두는 일을 당분간은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같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도 ‘지그재그’의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전망한다. ‘활동 재개 → 경기 반등 → 감염증가 → 재봉쇄 → 경기 반락’의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러스 폭풍’에 이은 전례 없는 ‘경제 위기의 폭풍’. 각국은 그동안 정부와 중앙은행의 곳간을 풀어 기업과 취약계층에 자금을 긴급 수혈을 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젠 이 위기를 극복해내면서도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어젠다로 본격 제기하고 있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 이 같은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창시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최근 열린 WEF총회에서 코로나19시대 '그레이트 리셋'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유튜브캡쳐.
세계경제포럼(WEF) 창시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최근 열린 WEF총회에서 코로나19시대 '그레이트 리셋'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유튜브캡쳐.

클라우스 슈밥 WEF회장은 지난달초 코로나19 사태를 모든 부문을 혁신하는 ‘그레잇 리셋’의 기회로 삼자고 세계 각국에 제안했다. 슈밥은 이번 사태로 경제 성장, 정부 부채, 고용, 복지 등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고 이를 그대로 두면 글로벌 경제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경제와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향이 제시됐다. 보다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시장, ‘그린 인프라’ 같이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투자, 보건 개선 등을 위한 4차산업혁명의 가속화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개축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K방역으로 코로나19 위기에 선방해온 한국이 사회경제 전반을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그레잇 리셋’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청사진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세심한 계획과 담대한 실행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우리 경제가 반드시 해결하고 나갔으면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늘 주요 의제였지만 기업 현장의 갈증은 여전한 규제혁신 이슈이다. 사회경제의 대개조를 위해서는 정부의 선도뿐만 아니라 민간의 활력 제고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활동할 공간을 넓혀주는 규제 수위의 완화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어떨까. 중국과 비교해보자. WEF가 평가하는 국제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는 13위로 중국(28위)에 한 수위다. 정부 규제에 대한 평가는 딴판이다. 중국이 19위, 우리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89위이다.

국가자본주의를 한다고 하는 중국보다 규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현실은 무엇인가 잘못됐다. ‘큰 정부의 시대’아래서 과감하게 ‘기업의 시대’를 열어주는 유연함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레잇 리셋의 시대. 한국 경제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더 짚어보려 한다. 먼저 재정지출과 국가부채 문제. 물론 지금은 경제의 붕괴를 막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공격적인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 멈칫멈칫하기보다 지나친 대응을 해도 괜찮다는 데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의 부채 증가는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이라는 관점에서 잘 관리돼야 한다. 국가신용등급을 지킬 수 있는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면밀하게 짚어본 다음 재정지출의 수위를 조절하는 ‘재정준칙’의 운용 같은 대책도 세워져야 한다. 재정의 효율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산에서 불요불급한 부문을 절감하는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이슈. 위기 국면이 길어지면서 실적 부진으로 인한 기업의 위기도 가시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결과 기업 부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자금을 빨리 투입하는 게 중요해서 옥석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지원의 분명한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구조적으로 어려웠던 한계 기업은 지원보다는 ‘처리’로 방향을 잡고, 자금 지원은 경쟁력이 있고 산업의 ‘그레잇 리셋’을 주도할 미래지향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혁신형 경제의 새 살을 돋게 하는 방법이다.

팬데믹과 대외 무역 환경 등 ‘신흥안보’ 이슈로 부상한 사안에 대해서도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이제 보건은 단순히 방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팬데믹은 일시에 국가 경제와 일상을 중지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보건 위기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 이에 상응하는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대응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안전제일(SF·Safety First)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도 그 영향이 더 이상 경제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이 ‘예고된 전쟁’을 우려했을 정도로 양국의 긴장 고조는 앞으로 어떤 우발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미국이냐 중국이냐’에 대한 선택을 압박받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수출의존도 40%에 수출의 4분의 1 정도가 중국으로 가는 현재의 편중된 무역구조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 가고 있는 신남방정책 등 무역선 다변화 노력이 가속화돼야 할 이유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배워야 할 역할 모델 국가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보건에 이어 경제에 있어서도 퍼스트 무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주어져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레잇 리셋’을 앞장서서 해나가는 한국 경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찰력과 창의력이 넘치는 의사 결정구조와 발빠른 실행력, 그리고 갈등을 넘어선 단단한 사회적 합의구조가 필요할 것이다. 

●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는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SBS 등 언론사에서 경제 전문기자로 일한 뒤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 YTN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SK증권 사외이사, 보험연구원 보험발전분과위원장, 유튜버(‘행복한 100세’)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경제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 ‘교실 밖의 경제학’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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