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 폭등 막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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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세금 폭탄으로 부동산 폭등 막기 어려운 이유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7.19 0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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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열린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최고의 민생 입법 과제는 바로 부동산 대책”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통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동산 대책에 관한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실물 경기를 위한 유동성 공급이 부동산으로 흘러 집값을 높였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주택 가격 상승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진성준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안 떨어질 것”이라는 발언이 공개되어 혼란을 부추겼다. 

최근 필자는 주변의 다주택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등 부동산 세제 인상으로 인해 집을 처분할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안타깝게 그 누구도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하겠다고 답변한 이는 없었다. 강남을 잡겠다는 발언 자체가 강남에 대한 수요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고급 한정판(Limited edition) 이미지를 각인시켜 집값을 더 상승시킬 것이란 주장이었다.

사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많은 사회적 갈등이 유발된다. 불로소득으로 노동에 대한 가치가 저평가되고 근면성실한 이들의 동기부여 또한 박탈된다. 이를 막기 위해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부는 언제나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세금 폭탄으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 규제 정책은 왜 부동산 가격을 더욱 치솟게 할까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한 정책 수단은 크게 금리 인상, 세금 인상, 주택 공급 확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속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공급 확대보다 세금 인상을 통해 부동산 안정화를 실천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2번째 대책에서 다주택자와 단기거래에 관한 부동산 세제를 더 강화한 이유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은 이미 수십년 전에 ‘가장 나쁜 시장도 가장 좋은 정부보다 좋다’고 강조하며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작동되기에 이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반시장적 규제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서민을 위한 부동산 규제 및 재정지출은 오히려 집값을 치솟게 한다고 항변한다.

예를 들면,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결과적으로 유동성을 대폭 늘려 화폐 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고 자산 가격 상승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민은 재테크보다 성실히 노동을 통해 번 급여를 저축하는 편인데 유동성 공급은 결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실물(부동산) 가치만 상승시켜 저축에 주력한 서민을 더 살기 어렵게 만든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수많은 인재와 자본은 최근 들어 점점 더 특정 대도시로 몰리기에 이른바 슈퍼 도시로 불리는 곳의 부동산을 잡기 위해 정부가 세금 폭탄을 투하하면 할수록 더 많은 인재와 자본이 해당 도시로 몰리는 역설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서울은 1964년부터 55년 넘게 꾸준한 지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골자로 한 '7.10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건설부장관(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연합뉴스

세금 폭탄, 공급 확대가 아닌 균형 발전만이 해법

부동산은 일반 상품, 제품과 다르다. 짜장면 가격이 오르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집값이 뛰면 동시에 전세, 월세가 함께 뛰기에 서민은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다른 재화와 달리 부동산은 특정인이 가격을 올림으로써 제3자가 꼼짝없이 손해를 보는 금전적 외부효과를 창출하는 유일한 재화이다. 부동산 세금 폭탄은 현재 외부효과만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확대하는 건 옳은 방향일까? 서초구 내곡동은 국가정보원이 위치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지금도 풀밭 등 경작지가 대부분인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택지가 늘어난다고 집값이 잡힐까? 서울에 살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욕망만 더욱 극대화할 뿐이다.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을 곳 역시 한정되어 있다. 강남의 내곡동과 세곡동이 후보로 고려될 수 있는데 이 곳에 주택을 늘릴 경우 강남에 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욕구를 부추겨 또 다른 부동산 투기를 유발할 수 있다. 과거 노태우정부처럼 200만호 공급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입지 역시 부족하기에 공급 확대도 올바른 해법은 아니다. 

애덤스미스는 부동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교통을 손꼽았다. 지방의 인프라를 더 많이 구축하고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이전 강화, 더 나아가 주요 대기업계열사및 학교의 지방 이전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세제 혜택만이 서울 중심의 부동산 과열을 해소할 수 있다. 정치수도 워싱턴, 금융수도 뉴욕, 영화수도 LA 같은 다양성 구축이 필요하다.

실학자 정약용은 자신의 자녀에게 서울에서 수십 리만 떨어져도 야만적이기에 지방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지방에 대한 육성을 소홀히 한 결과 대한민국은 수도권 이외 황폐화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 중심의 공급 확대가 아닌 지방의 교육 및 산업 경쟁력을 확대시키는 것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장기적인 그리고 유일한 해법이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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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선인 2020-07-19 20:11:01
균형발전에 의한 부동산투기를 잡는 방법은 장기대책의 하나입니다..지금은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들이
피해가 심하니 단기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서 시장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