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상장 어려워진 中 기업, 어디로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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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상장 어려워진 中 기업, 어디로 향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1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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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미중 회계협정 파기 임박
미·중 회계협정 파기 임박...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 더욱 까다로워질듯
중국기업, 런던·홍콩 등으로 눈 돌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미 행정부의 칼날이 미·중 회계협정을 겨누면서 미 증시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중 회계협정 파기 임박"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미·중 회계협정은) 미국의 주주를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며, 우리의 우위를 약화시키는 국가안보 문제"라며 "(파기) 조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미·중 회계협정은 지난 2013년 체결된 것으로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미 회계 규정 준수 의무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은 미국식이 아닌 중국식 회계규정을 따라 미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다. 

미·중 회계협정이 파기될 경우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미국식 회계규정을 적용받게 되며, 이는 더욱 까다로운 규제를 의미한다.  

또 다른 관계자들 역시 "파기 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백악관이 이번 논의에 관여한 것으로 언급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미·중 회계협정이 파기된다 하더라도 현재 미 증시에 상장돼있는 알리바바나 바이두 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 행정부가 불투명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 더욱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규제를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미국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루이싱 커피 이후 미국의 중국기업 압박 강해져

미 행정부의 중국기업 압박을 불러일으킨 것은 나스닥 상장기업인 루이싱 커피였다.

중국판 스타벅스로도 유명한 루이싱 커피는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을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 최단 기간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린 사례이자, 커피 분야에서는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었다.

루이싱 커피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지만, 회계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지난 4월에는 지난해 매출의 40%에 달하는 22억 위안이 부풀려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나스닥 측은 지난 5월19일 루이싱 커피에 상장 폐지를 통보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2차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회계규정을 지키지 않는 중국 기업들의 미 증시 상장에 대해 매우 강도높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도 "미국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시장실무그룹(PWG)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기업, 런던이나 홍콩으로 눈 돌려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당장 미국 증시 상장이 쉽지 않아진 중국 기업들은 여타 국가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런던 거래소는 그 중 하나다. 

중국 대표 국유 보험사인 중국태평양보험(CPIC)은 지난달 17일 런던증권거래소에 정식으로 상장했다.

중국은 지난해 자국 기업들의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중국인들이 영국 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하이-런던 교차 거래제도인 '후룬퉁' 제도를 추진한 바 있다. 중국태평양보험은 화타이증권에 이어 후룬퉁을 통해 런던거래소에 상장한 두번째 기업이다. 

홍콩을 둘러싸고 중국과 영국의 갈등이 깊어지자 후룬퉁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지만, 이번 중국태평양보험의 상장으로 후룬퉁 거래 재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거래소 역시 선택지 중 하나다.

지난달 18일 징둥닷컴은 홍콩증시에 2차 상장했다. 지난 2014년 나스닥 시장에 이어 두번째 해외 상장이다. 게임회사 넷이즈 역시 지난달 11일 홍콩거래소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바 있다. 

이밖에도 검색엔진 바이두와 여행사 씨트립 등도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등으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증시가 최근 강세를 보인 점 역시 홍콩 거래소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PIIE "美의 中기업 퇴출 시도..무의미해"

미 증시의 중국기업 상장을 규제하는 각종 방안들이 나온다 하더라도, 중국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경제·통상 분야 전문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 또다른 방법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사모펀드 시장이나 홍콩 증시를 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권거래소가 중국 기업들을 퇴출하고, 상장을 규제하는 것이 미국 자본시장 접근을 부정하지도 않고 중국기업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미없는 시도'라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자인 니콜러스 라디와 톈레이 황은 "핵심은 자본시장이 글로벌하다는 점"이라며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가로막는 다고 해서 이들 기업이 미국 자본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중국 기업들을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완전히 떼어내는 어려움은 세계의 양대 경제가 얼마나 상호 의존적이 됐는지를 보다 강조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은 다양한 조건 속에서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정책적 옵션을 확실히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의 금융 분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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