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비대면 계약 확대'...불완전판매 해결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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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비대면 계약 확대'...불완전판매 해결책 될까?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7.1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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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생명, 핀테크 도입확대
소비자 자발적 계약 확대 유도
약관·상품 간소화는 과제로 남아
보험사가 비대면서명, 녹취 등으로 가입이 가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코로나사태가 불러온 언택트 트렌드에 발 맞춰 보험회사들이 비대면 보험 계약을 확대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 소비자들의 자발적 상품 가입을 통해 고질적 문제인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복잡하고 난해한 보험약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들이 비대면 계약 과정에서 보장내용, 해지요건 등을 온전하게 판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한화·삼성생명, 비대면 보험계약 시행 

최근 한화생명은 신계약 체결과정에서 고객의 자필서명이 필요한 경우, 보험설계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작성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언더라이팅 보완 프로세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보험가입 절차가 완료되기 위해선 고객의 청약서 작성 후 신계약 심사(언더라이팅) 과정에서 다양한 보완이 이뤄져야한다. 

과거의 병력이나 보험검진결과 등에 따라 청약내용이 변경되거나 고지받은 내용이 부족할 경우, 추가 서류 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대로면 보험설계사가 변경내용에 대한 고객의 동의(자필서명)를 받기 위해 고객과 직접 대면해야했다. 

한화생명, '신계약 심사 보완 프로세스' 진행과정. 사진제공=한화생명

이번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은 보험설계사 대면 없이 본인 스마트폰 URL 접속을 통해 보완내용을 확인하고, 본인인증을 거친 후 스마트폰에 직접 자필서명 만 하면 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신계약 심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요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편의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신계약 심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완은 전체 계약건의 약 15%로 월 평균 약 1만1000건이다. 

이 관계자는 "고객이 일부러 보험설계사와 약속을 잡지 않더라도 편리하게 서류 작성을 할 수 있고, 본인 인증 절차까지 거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계약 청약에서 성립까지 소요되는 심사기일 또한 상당시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화재 또한 편의점 업체 CU 점포 내 택배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보험판매에 나섰다. 기기에 노출된 보험광고를 터치해 자료 조회 후 스마트폰으로 QR을 받아 절차를 마치면 가입이 완료된다. 

현재 판매상품은 삼성화재 다이렉트 펫보험에 한정돼 있다. 해당 상품은 오프라인 가입시 보다 10% 가량 보험료가 저렴하며 반려동물 사진 한 장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는 이러한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 확대로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됐던 불완전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는 기본적으로 제공해야하는 정보를 제한적으로 전달하거나 회사에 유리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발생된다"며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을 가입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고 소비자 스스로 판단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대면채널, 비대면채널 중에 본인 스스로 선택해 가입하는 만큼 보험소비자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확대되며 회사의 불완전판매도 자연스레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남은 과제, '보험약관 개선-상품 간소화' 

다만, 현재도 불명확한 약관 내용과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에 있어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는데 비대면 채널을 통해 모든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보험소비자가 완벽하게 약관 등을 이해하고 계약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복잡한 보험약관. 자료제공=소비자 시민 모임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비대면 채널을 확대한다고 해서 당장 모든 상품을 판매한다기 보다 표준화되고 간단한 상품 위주로 영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언택트 기조가 빠르게 확산되면 지금보다 비대면 비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면채널에서도 많은 서류를 봤다고 해서 이해를 완전히 할 수 없는 만큼, 불완전판매 자체가 비대면채널 확대로 인해 눈에 띄게 개선되거나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국 본질적으로 보험소비자들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보험회사나 감독당국이 어떻게 노력하고 시스템을 구현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보험회사들과 TF를 구성해 복잡한 약관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코로나사태 등으로 일정이 연기되며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약관 간소화 노력과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개선 방안 등으로 보험 소비자의 편의성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너무도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 보험상품 구조를 간단한 상품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회사의 비대면 채널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현재는 간단한 상품으로 한정됐던 부분이 점차 이해하기 힘든 보험으로 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보험회사가 보험상품 이름부터 직관적으로 바꾸고, 상품들을 최대한 간소화하는 등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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