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비자 규제에...美 대학도, 한국 유학생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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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비자 규제에...美 대학도, 한국 유학생도 '당혹'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09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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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CE, 온라인 수업 100% 들을 경우 비자 취소 등 초강수
하버드·MIT 등 미 대표 대학들 일제히 '반발'
코로나19로 가을학기 온라인 수업 진행하는 대학 많아
예상치 못한 정책 변경에 한국 유학생들도 '당혹'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진=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행정부가 100%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외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을 중단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고된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거나 한국에 잠시 귀국한 유학생들은 미국 행정부의 갑작스런 규정 변경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만 들으면 비자 취소·신규 발급 중단

지난 6일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성명을 통해 '가을에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 F-1 및 M-1 비자 학생들은 미국 체류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학교에 신규 등록하려는 학생에게는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된다.

F-1 비자는 미국 대학이나 일부 사립학교 학생에게 발급되며, M-1 비자는 직업 교육 과정에 등록한 유학생에게 발급된다. 

성명에 따르면, 외국 유학생들은 오프라인 수업을 일부 들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대학에 재학중인 유학생도 100% 온라인 수업만 수강할 경우 미국에서 추방까지 가능하며, 학기 도중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100%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ICE는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학교의 유학생이 미국에 남기 위해서는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학교로 전학해야 한다"며 "온라인과 대면 수업이 혼합된 학교에 다니는 F-1 학생은 1개 수업이나 3학점 이상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해당 프로그램이 완전한 온라인 수업이 아니며, 학위 프로그램의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고 있음을 I-20(비이민자 학생 신분에 대한 자격 증명서) 양식을 통해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에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재개 강행 위한 트럼프의 초강수

주요 외신은 이같은 미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경제 재개'를 강행하기 위해 미국 대학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재개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일부 대학교의 경우 유학생들이 전체 학부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만명 이상의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학들은 최근 주 정부의 재정 지원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유학생들은 사립대학과 주립대학 모두의 주요 자금원이 됐다. 

미국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유학생들에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비자 규정을 개정함으로써 미국 대학들이 학교를 개방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국에 대한 합법적 이민 축소를 찬성하는 단체들의 호소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규정을 개정해 유학생들의 취업문을 좁힘으로써 미국인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백인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것. 

뉴욕타임스는 "이민 축소를 원하는 단체들은 새로운 규정은 유학생들에게 출국을 강요하고,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닫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 갈등이 깊어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유학중인 중국 유학생은 약 36만9000명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비자 규정 개정과 관련된 웨이보 게시물은 55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모든 친근감과 희망을 뿌리 뽑는 것'이라는 게시글이 인기를 끄는 등 많은 이들이 미국 대통령에 분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오 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 상황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며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MIT 등 '반발'

미 행정부의 예상치 못한 정책에 미국 대학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의 명문 대학인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8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에 반발,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버드와 MIT는 "비자 규제 조치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의 수강 여건 및 취업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외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조치 시행의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특히 "ICE가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았고, 개정안을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은데다,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미리 청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정절차법(APA)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여타 다른 대학들도 이들의 움직임을 추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한국 유학생들도 '당혹'

예상치 못한 ICE의 발표에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제학생통계(IIE)에 따르면, 2018~2019년 미국에 체류중인 유학생들은 약 100만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유학생은 5만2250명으로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미국 대학들은 가을 학사 과정을 상당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는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프린스턴대 역시 대부분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역시 가을학기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유학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하버드대와 MIT가 신규 비자 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만큼, 추이를 지켜보자며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이다. 

미국한인유학생협회 공식 페이스북에서 한 유학생은 "오프라인 수업을 하면 (코로나19 노출로) 목숨이 위험하고, 온라인 수입을 하면 (비자 취소로) 신분이 위험해졌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유학생은 "미국 유학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며 "코로나19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대처를 보면서 내가 갈망해온 선진 미국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는데, 이번 비자 정책에서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역시 "미국 유학은 망한 주식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각종 미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구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를 피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유학생 중 가을학기를 미루는 등 학업 계획을 조정할 계획이라면 신규 비자 발급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대사관이 비자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긴급 사유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적체된 서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상 외로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동시에 채택하는 대학에 재학중이더라도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까지 각종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취업비자나 OPT 비자(실무경력을 쌓기 위해서 주어지는 실무경력비자)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진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는 "한미 간에 협의해서 우리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대사관에서 비자 업무에 관해 긴급한 사유가 있을 경우 창구가 이미 열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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