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이순재와 AOA사태, 연예인의 사생활을 뉴스로 소비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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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이순재와 AOA사태, 연예인의 사생활을 뉴스로 소비하는 세상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8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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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사생활이 뉴스가 되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점에서 연예인과 정치인은 비슷하지만
오히려 연예인들에게 더 높은 도덕적 잣대 들이대
대중의 질시 어린 감시는 연예인이 감내해야 할 쓰디쓴 약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몇몇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속보로 전해진 한 주였다. 드라마나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니라 사생활로 표현했지만 그 사연이 연기나 퍼포먼스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사생활은 아니었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뉴스가 된다는 점에서 공적 생활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속보라 할 만큼 긴급한 뉴스였을까.

원로배우 ‘이순재’의 매니저 고용 문제가 한 사례였다. 매니저를 4대 보험은커녕 고용 계약도 없이 저임금에 집안일까지 시켰다고 한다. 집안일 신경 쓰지 않게 하는 게 연예인 보필의 기본이라면서. 매니저 고용은 회사가 했고 집안일은 부인이 시켰지만 본인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한 이순재의 말은 '불법은 담당자가 저질렀다'는 회사 오너의 변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AOA의 멤버 괴롭힘도 이슈였다. 지금은 탈퇴한 전 멤버가 리더의 괴롭힘을 SNS를 통해 밝혔다. 여론이 흔들렸다. 당사자의 사과 방문이 이어졌고 그 내용이 또 SNS로 중개됐다. 결국, 리더 ‘지민’이 공개 사과했고 AOA를 탈퇴했다. 소속사는 지민이 일체의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AOA 팬클럽은 지민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 두 뉴스에서 사실의 진위를 따지기에 앞서 두 연예인은 대중들에게 사과했다. 물론 사과받을 사람은 피해당한 당사자이지만 대중들에게도 사과한 거다. 연예인들은 대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매체가 그들이 올린 SNS나 발표문을 그대로 받아서 기사로 올렸다.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인 만큼 소비도 잘 되기 때문에 미디어들이 경쟁적으로 속보 경쟁에 나선 거다.

아이돌 그룹 AOA. 사진=연합뉴스
아이돌 그룹 AOA. 사진=연합뉴스

연예인과 정치인,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이 모습에서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언론이 가장 좋아하는 취재원이기도 하고 ‘대국민 사과’를 달고 사는 모습이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연예인과 정치인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닮은 구석이 많은 거 같다.

그들은 대중 혹은 유권자의 사랑과 지지를 먹고 사는 직업이다. 연예인이고 정치인이고 지망생 혹은 신인 시절에는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데뷔하거나 당선이 된 다음에는 인기를 위해서 죽는시늉까지 할 기세로 일한다. 일부이겠지만 인기가 하늘을 찌르거나 중요한 위치에 오르면 대중이나 유권자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까지도 같다.

두 번째 공통점은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그 소속을 잘 바꾼다는 점이다. 회사나 정당은 그 성격이 다르지만 이익을 위해서 모이거나 흩어진다는 점에서는 같다. 연예인의 경우 힘든 신인 시절을 함께 걸어온 회사를 떠나서 큰 회사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공천이나 당직을 받기 위해서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 번째로 연예인과 정치인에게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신분을 떠나서는 자신들과 같은 자연인인 그들에게 대중들은 모범적인 생활을 바란다. 그만큼 특혜를 누린다고 생각해서일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대중들의 눈 밖에 난다. 때문에 음주 운전이나 성범죄 혹은 다른 범죄 등으로 연예계나 정치계에서 ‘잠정’ 은퇴를 하는 이들이 왕왕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차이점이 발생한다. 연예계 잠정 은퇴와 정치계 잠정 은퇴는 분명 같지만 같지 않다. 어쩌면 대중과 유권자의 차이가 여기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선거사범이나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의 경우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기간에도 정치를 하기 위해서 물밑에서 꿈틀댄다. 그러다 때가 되면 은근슬쩍 임명직에 오르거나 선거에 나온다. 선거에 부적절한 인물이 나왔으면 유권자가 심판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나라 선거의 경우 지역 투표나 진영 투표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성향을 아는 정당과 정치인이 이용하기 딱 좋은 구도다.

하지만 연예인의 경우 대중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오래간다. 어쩌면 평생 갈 수도 있다. 우리는 몇몇 사례를 봐서 이미 알고 있다. 국적 취득 문제로 한국을 떠난 스티브 유(舊 유승준), 고의 발치로 병역을 회피한 엠씨몽, 해외 원정 도박이 발각될까 봐 거짓 쇼를 부린 신정환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가끔 연예계 복귀를 타진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오래전 일이라서 잊기보다는 그 사건이 현재에 새로운 대중에 의해 다시 밝혀지고 재조명되기까지 한다.

연예인,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대중, 특히 특정 연예인의 팬덤을 이룬 대중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 웬만한 실수나 허물은 덮어준다. 그만큼 자기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 때문에.

이런 지지에 힘입어 연예인들도 더욱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일부는 이런 팬덤에 눈이 멀기도 한다. 겉으로는 팬들에게 고마워하지만 속으로는 자기가 대중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탈을 하며 팬덤을 배신하기 시작한다. 대로는 일탈을 벗어나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그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면 모든 걸 덮어주고 이해해 줄 것 같았던 대중이 연예인을 떠나기도 한다. 요즘의 팬덤은 공식적으로 모이고 움직인다. 그래서 실수를 한 연예인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도 하고, 팬덤을 배신한 연예인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기도 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멤버였다가 팬들의 허락(?) 없이 결혼한 ‘첸’과 이번에 사달이 난 AOA의 ‘지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팬덤은 긍정적으로 활동할 때 힘을 발휘하지만 부정적으로 활동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원래 안티로부터 화살을 받는 것보다 팬들이 안티로 등 돌린 후 쏘는 화살이 더 큰 상처가 되는 법이다. 상처는 치유하면 되지만 언젠가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동력까지 잃게 된다는 거다.

대중의 질시 어린 감시, 연예인이 감내해야 할 '쓰디쓴 보약'인가

이미 대중들에게 심판받은 연예인을 한 번 더 죽이자는 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마약, 성범죄, 도박, 음주 운전 등을 범한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퇴출하자는 방송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법적 책임을 지고, 자숙 기간을 거치고, 대중이 허락한다 하더라도 또다시 법적으로 막겠다는 거다. 하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회기를 넘겨서 자동으로 폐기되었다.

같은 논리로 과거 부동산 투기, 탈세, 폭력은 물론 선거법 위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을 정치계에서 퇴출하는 법은 어떨까. 피선거권 제한 기간과 상관없이 영원히 퇴출하자는.

연예인들은 대중으로부터의 퇴출이 가장 무서운 죗값이다. 그들은 연기나 음악 등 자기 분야에서만 훌륭하면 안 된다. 생활은 모범적이어야 하고, 인격적으로도 완성이 되어야 한다.

사방에 카메라가 깔려있고 그만큼의 대중 언론이 퍼져있다. 연예인의 사생활이 뉴스가 되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살지만 대중의 질시 어린 감시도 감내해야 한다. 성공의 대가는 달기만 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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