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 "9일까지 폭우 더 내릴 것"...사상자 증가 예상
일본 전역이 동시에 호우 피해 발생, '이례적'
이번 폭우 이후...폭염과 태풍 덮칠까 더 큰 걱정
[오피니언뉴스=김명윤 도쿄 통신원 ] 현재 일본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사면초가', '살상가상'이외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아베 정권의 마지막 숙원이었던 도쿄 올림픽 개최가 이미 물 건너갔고, 그 후폭풍으로 경제지수는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 해제 이후 코로나는 가라앉기는커녕 연일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다. 7일현재 6일 연속 도쿄에서만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본 전역이 동시에 엄청난 강수량의 폭우로 인해 사망, 실종 사건이 들끓고 있다는 것이다. 몇십 년에 한 번씩 일어나야 할 재난이 올 들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폭우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심각한 곳은 일본 규슈(九州)다. 지난 4일부터 내린 폭우로 일본 규슈에는 인명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규슈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간헐적으로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방성이 집계한 7일 20시기준 폭우로 인한 인적 피해는 사망 55명, 심폐정지 11명, 실종 18명 등이다.
이번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하천 범람과 동시에 산사태가 잇따랐던 규슈 중서부 구마모토(熊本) 현에 집중됐다. 또한 물적 피해와 관련해서는 정전 4100가구, 단수 2100가구 이상, 유선전화 약 3만 9000 회선 불통 등이다. 스가 장관은 "재해 응급대책을 추진하기 위해'특정 비상재해'지정 역시 검토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재해지 복구·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현재 규슈 주민 약 130만 명에게 대피 지시를 발령했으며 구마모토 현에서만 약 27만 명에게 대피 지시를 내렸다.
TV뉴스와 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수해 현장의 모습은 처참했다. 구마모토 구마강의 다리는 끊기고, 구마 무라의 한 도로는 구마 무라의 한 도로는 불어난 물에 토사가 쓸려 내려가 도로 한복판이 움푹 파였다. 경찰과 자위대, 소방관들이 수마가 할퀴고 간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에 나섰다.
현재 구마·무라와·사가라·무라 현 등 수십 개 지역에는 고립된 주민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구마모토 현 전역에서 20만 5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가옥 6100채와 농경지 약 1060헥타르(㏊)가 물에 잠기는 등 재산피해도 컸다.
일본 국영방송 NHK는 피해 재산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재민 1500명은 86개 대피소에 분산 수용돼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대피소는 코로나 19 전파를 막기 위해 제한적인 공간에서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발열 검사를 하는 등 예방 조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아마쿠사의 한 대피소에서는 코로나 19 감염이 의심되는 이재민에게 골판지로 만든 1인 격리 공간을 제공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주까지는 장마전선의 활발한 활동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일본과 동일본에서 대기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규슈 북부에는 비구름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9일 아침까지 24시간 동안 규슈 북부의 강수량은 300㎜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지난 5월 25일 이후 긴급사태 해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확산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어느새 5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계속되는 바이러스 쇼크로 인해 극도의 불안증세로 느끼며 병원을 찾는 환자 역시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은 오랜 시간 섬나라 국가로서 지진 및 각종 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일본의 안전 의식 역시도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3.11)대지진' 이후로 깨진 지 오래다. 일본 전역에 폭우로 인한 피해를 알리는 각종 기사에 베스트 댓글에는 '2020년도 한 번 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일어나고 있다' '너무 불안하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본은 이제 끝났어' 등 회의론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코로나 19 사태 및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까지 몇십년만에 한번 일어나야 할 재난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극도에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폭우 이후 남은 폭염 그리고 태풍까지 일본의 2020년은 결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최연소 국회의원 출신 스기무라 타이소 전 의원은 자신이 진행하는 아사히TV의 'TV태클' 프로그램에서 "코로나 사태 중 이런 재해가 발생했으니 죄송하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포기하자" 라고 발언해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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