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접어든 CJ ENM-딜라이브 갈등...양측 전략적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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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접어든 CJ ENM-딜라이브 갈등...양측 전략적 속내는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0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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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
딜라이브, 과도하다며 반발
'콘텐츠의 힘'이 촉발시킨 플랫폼-PP의 구도 변화
'티빙' 출범 앞두고 가입자 확보 위한 물밑 싸움 시각도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콘텐츠의 파워'가 유료방송시장의 전통적인 힘 겨루기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수가 적었던 플랫폼이 PP(Program Provider·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비해 우위에 있었으나, 플랫폼 과잉 시대인 현재는 파급력 있는 프로그램을 보유한 PP의 힘이 커지는 모양새다.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와 PP인 CJ ENM의 첨예한 갈등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대립 이면에는 조금 더 복잡한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 방송 및 콘텐츠 업계의 해석이다.

최근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을 두고 딜라이브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딜라이브-CJ ENM,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 두고 갈등 

6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3월 17일 유료방송업계에 '2020년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르면 개별SO(종합유선방송 사업자) 15%, MSO(복수종합유선방송 사업자) 20%, 위성방송사업자 25%, IPTV사업자에겐 30%가 책정됐다.

그런데 딜라이브가 20%를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CJ ENM은 딜라이브의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 지출의 약 25%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하면 20%는 과도한 인상요구"라면서 "이를 수용하면 중소 PP에 지급해야 할 프로그램 사용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CJ ENM 측은 최악의 경우 오는 17일부터 프로그램 공급을 끊겠다는 입장이다. CJ ENM의 채널은 tvN, OCN, 엠넷, CJ오쇼핑, 온스타일, 올리브 등 13개에 달한다.

CJ ENM 관계자는 "딜라이브를 포함한 SO업계는 지상파 등 경쟁사 사용료는 꾸준히 인상해줬으나, CJ ENM 사용료는 4년째 동결"이라며 "현재 플랫폼사들 중 4분의 3이상은 이미 인상안을 합의했거나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의 경우 재송신료 계약은 3년 단위로 이뤄진다"며 "최근 수년동안 지상파와 종편의 프로그램 인상률은 10~15% 정도"라고 말했다. 

딜라이브와 CJ ENM은 CJ오쇼핑의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두고 지난해부터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년째 접어든 갈등

딜라이브와 CJ ENM은 이미 지난해부터 CJ오쇼핑의 '송출수수료 인하'로도 갈등을 빚고 있다. CJ ENM은 CJ E&M과 CJ오쇼핑의 통합법인이다. 다만 CJ ENM은 허민회 대표, CJ오쇼핑은 허민호 대표로 각자 대표체제다.

딜라이브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지난해 7월부터 딜라이브에 내던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일방적으로 20% 인하했다. 이에 딜라이브는 CJ ENM 프로그램 사용료를 CJ오쇼핑의 미지급 금액을 제외하고 상계해 지불했다. 이런 이유로 CJ ENM가 채널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는 것이 딜라이브의 설명이다.

딜라이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CJ오쇼핑은 현재까지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차감해 지급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법원에 미지급분에 대한 지급명령을 신청했으나 CJ오쇼핑은 지급명령에 불복하고 차감 지급한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미지급한 송출수수료는 27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 인상안 공문과는 별개 문제"라며 "CJ 오쇼핑은 대표도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사의 법적 공방은 현재 진행중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도깨비',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하라 1988' 등 tvN의 드라마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일간 순위권에 드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CJ ENM 제공

◆ 반대로 기울어진 플랫폼-PP의 시소타기

이번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이지만 이면에는 조금 더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PP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상파에 10년 넘게 프로그램을 제공했던 한 외주제작사의 PD는 "과거에는 프로그램 납품 후 금액을 수개월 후에 지불하거나 방송이 불발되면 아예 지급을 안했던 사례가 부지기 수"라며 "콘텐츠의 퀄리티를 떠나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송출 플랫폼이 다양화된 현재는 이런 '힘의 기울기'에 변화가 생겼다. 굳이 A플랫폼이 아니라도 B플랫폼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게 되면서 PP의 힘이 커진 것이다.

특히 CJ ENM의 '파워'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시청률은 이미 지상파를 넘어선지 오래며 자체 플랫폼인 OTT '티빙'도 보유하고 있다. '티빙'의 가입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단가마저 추월했다. 방통위의 '2019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tvN의 최고 단가는 1800만원으로 지상파 1600만원을 능가했다. CJ ENM의 지난해 방송광고매출액 점유율은 KBS를 넘어섰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수 유지를 위해서라도 플랫폼 업체들이 PP의 인상안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CJ ENM 제공
사진=CJ ENM 제공

◆ '티빙' 출범 앞두고 가입자 확보 위한 물밑 싸움

이와 함께 CJ ENM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OTT '티빙'의 새로운 법인 출범을 앞두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초 CJ ENM과 JTBC이 신규 OTT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3월 CJ ENM은 OTT 사업부문인 티빙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오는 8월 1일 주식회사 '티빙(가칭)'이 설립된다. JTBC가 2대주주다. 대표이사에는 양지을 미국 로제타스톤 부사장이 내정됐다.

'콘텐츠의 힘'은 질 좋은 프로그램을 보유한 것으로 생기고, 그런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제한하는 것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즉, '독점'에서 오는 힘도 크다.

CJ ENM과 딜라이브의 노선이 부딪히는 곳도 이 부분이다.

CJ ENM의 경우 최대한 '티빙'의 가입자를 유지하고 새로 유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딜라이브와의 갈등도 딜라이브의 회원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JTBC가 지상파와 SKT의 OTT인 '웨이브'에 실시간 방송을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다. 마침 합작법인 출범일과 CJ ENM이 딜라이브에 통보한 채널 회수 마지노선 날짜가 오는 17일로 동일하다.

반대로 딜라이브 입장에서는 OTT 이용자를 흡수하는 전략을 취해야한다. PP의 콘텐츠를 보유해야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자사 셋톱박스를 통해 OTT를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인터넷, 이동통신서비스 등 통신서비스와의 결합상품으로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는 높은 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방통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TV 기준 4767원, IPTV 기준 1만2421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방송을 끊고 OTT구독으로 전환하는 '코드커팅' 현상이 빈번하다"며 "하지만 국내는 (코드커팅이)별로 없다. 이는 유료방송 비용이 비싸지 않기 때문인데, 일종의 (SO들의)생존 전략"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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