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톺아보기] 축구장 몇 배 크기의 데이터센터, 손바닥만큼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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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톺아보기] 축구장 몇 배 크기의 데이터센터, 손바닥만큼 줄어들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05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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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메모리용량 1000배 늘릴 수 있는 원리 발견
예쁜꼬마선충에서 찾은 노화 늦추는 단백질과 기전
기존보다 10배 더 투명한 플라스틱 개발
연일 터지는 정치·사회 뉴스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기 일쑤죠. 21세기 미래를 바꿀 IT기술, 인포테인먼트 소식입니다. 미래 먹거리일 뿐 아니라, 흐름을 놓쳤다간 금방 시대에 뒤처지게 됩니다. <오피니언뉴스>는 매주 주요 IT, 과학기술, 게임 소식들을 짤막하게 모아 소개합니다.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미래에 상용화될 IT기술을 주로 다루려합니다.  [편집자 주]
정보 1비트 저장·처리에 원자 수천개가 필요한 기존의 평면 메모리 반도체(왼쪽)와 같은 작업을 원자 4개만으로 구현 가능한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사진=UNIST 제공
정보 1비트 저장·처리에 원자 수천개가 필요한 기존의 평면 메모리 반도체(왼쪽)와 같은 작업을 원자 4개만으로 구현 가능한 새로운 메모리 반도체. 사진=UNIST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면적은 5만4229㎡입니다. 축구장 7배 크기입니다. 페이스북이 스웨덴 북부에 만든 '서버 팜'은 축구장 11배 크기에 달합니다. 이처럼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서버들이 모여있는 데이터센터의 크기는 축구장에 비교할 만큼 거대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이렇게 큰 데이터센터 부지는 필요 없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메모리 용량을 1000배 높일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 축구장보다 몇 배 큰 데이터센터, 손바닥 크기로 줄어들까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이준희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원자간 탄성 작용을 상쇄시키는 물리 현상 발견해 반도체에 적용, 기존 반도체 메모리 저장 용량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론과 소재를 발표했습니다.

만약 해당 이론이 기술화 및 상용화에 성공하면 원자 4개에 1비트의 정보를, 손톱만한 메모리 반도체에 500테라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데이터센터가 가능한 이론입니다.

그동안 업계와 학계는 반도체 소자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세화를 통해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소자가 한계 수준 이하로 작아지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스케일링' 현상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현재 플래시 메모리 공정은 10나노, 강유전체 메모리(FeRAM) 공정은 20나노 선폭에서 멈춰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2)'라는 반도체 소재의 산소 원자에 전압을 가하면, 원자간 탄성이 사라지는 물리현상을 새로 발견했습니다. 이를 반도체에 적용. 원자에 정보를 직접 저장하면서 초집적·초절전 반도체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즉 현재 저장 용량의 한계를 돌파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현재 10나노 수준의 반도체 공정을 0.5나노까지 미세화할 수 있어 메모리 집적도가 기존 대비 1000배 가량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산화하프늄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산업계에 파급력이 대단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시 사이언스에 게재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UNIST에 따르면, 국내 이준희 연구팀 단독교신으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이론적 엄밀성과 독창성,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순수 이론 논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고 합니다.

예쁜꼬마선충(왼쪽)의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세포 단백질 'VRK-1'을 형광 처리해 관찰한 모습(가운데). 오른쪽은 VRK-1이 에너지센서 효소에 화학반응(인산화)을 일으켜 수명 연장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 그림. VRK-1은 인간 세포에도 존재한다. 사진=KAIST 제공
예쁜꼬마선충(왼쪽)의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세포 단백질 'VRK-1'을 형광 처리해 관찰한 모습(가운데). 오른쪽은 VRK-1이 에너지센서 효소에 화학반응(인산화)을 일으켜 수명 연장을 유도하는 메커니즘. VRK-1은 인간 세포에도 존재한다. 사진=KAIST 제공

◆ 소식(少食)이 장수에 도움된다고?

노화를 늦추거나 극복하는 것은 인류의 바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손톱보다 작은 벌레를 통해 적게 먹으면 노화가 늦게 오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승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 김경태 포항공과대학교 교수의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을 통해 세포 속 인산화효소인 단백질 'VRK-1'이 노화를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번 성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했다고 알렸습니다.

땅 속에 사는 1mm 길이의 예쁜꼬마선충은 현재 인간이 완벽하게 알아낸 유일한 동물입니다. 2만개의 유전자 정보가 모두 해독됐고 그 중 40%가 인간과 유사해 많은 연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AMPK 효소'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포가 항상 일정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일종의 에너지 센서인데요. 학계는 예쁜꼬마선충의 먹이 양을 제한하면 'AMPK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적게 먹으면 장수한다'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왜 적게 먹으면 'AMPK효소'가 활성화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었는데요.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 세포핵 안에 있는 단백질 'VRK-1'을 원인물질로 주목했습니다. 특정한 조건을 만들어 예쁜꼬마선충 체내의 'VRK-1'을 발현되도록 했더니, 이 단백질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에너지센서 'AMPK 효소'에 '인(P) 화합물'을 결합시키는 걸 알게됐습니다. 그리고 '인 화합물'이 결합된 'AMPK 효소'가 노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더니 VRK-1을 과도하게 발현시킨 예쁜꼬마선충은 일반 개체보다 수명이 평균 27% 늘어났다고 합니다. 반대로 억제시킨 개체는 평균 32% 줄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VRK-1이 장수를 유도하는 인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VRK-1의 기능을 조절해 인간의 노화를 늦추는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디칼 고분자-이온 복합체로 투명, 유연, 전도성을 지닌 개발된 필름. 발광다이오드에 전류가 흐르는 전도성 테스트를 하는 모습. 사진=KIST 제공
라디칼 고분자-이온 복합체로 투명, 유연, 전도성을 지닌 개발된 필름. 발광다이오드에 전류가 흐르는 전도성 테스트를 하는 모습. 사진=KIST 제공

◆ 기존 보다 10배 더 투명한 플라스틱 개발

투명 전극은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전기가 잘통하는 물질입니다. 스마트폰, TV 등 각종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데, '전도성 고분자'가 소재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화학 구조상의 한계로 두꺼워지면 투명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의 투명한 전도성 플라스틱보다 투명도가 10배 이상 높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의 주용호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팀은 미국 퍼듀대 브라이언 보두리스 교수팀과 함께 높은 전도성과 투명함을 동시에 지니는 플라스틱 신소재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투명 전극은 '공중합 구조'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공중합 구조의 유기물질은 구조 안의 이중 결합 영향으로 전기가 흐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는 전도성 고분자를 결정화 시켜 투명도를 떨어뜨립니다. 반대로 전기를 통하게 만들면 투명도가 낮아지게 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라디칼 고분자(radical polymer)'에 주목했습니다. 전기적 신호를 받아 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이런 역할 덕분에 공중합 구조에서 나타나는 딜레마를 풀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개발된 소재를 활용한 고분자 필름을 실험한 결과 두께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에서 96% 이상의 투명도를 가진다고 합니다. 같은 두께의 기존 전도성 고분자의 투명도는 10% 이하임을 생각하면 크게 향상된 수치입니다.

주용호 박사는 "라디칼 고분자는 기존 전도성 고분자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 유기 전자재료 연구개발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높은 전도도와 유연성, 투명도를 극대화하는 고성능 유기 전자소재의 개발로 이어져 차세대 에너지 저장 소재, 투명 디스플레이 소재 등 다방면의 발전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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