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백종원 호출한 김종인 리더십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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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백종원 호출한 김종인 리더십이 남긴 것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7.0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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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리더십, 미래통합당 안팎서 논란거리 제공...눈길 끌기에 그쳐
김종인 킹메이커 역할, 막스 베버 '직업적 소명의식'에 감화된 듯
김종인 '지도자 민주주의' 지향...21세기 시민참여형 민주주의에 안맞아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7월 1일부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되었다. ‘기본소득’으로 시작해서 ‘백종원 호출’까지 다난한 한 달이었다. 김종인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김종인 리더십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단서는 단연코 ‘백종원씨 호출사건’이기에 이것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차기 대권주자와 관련해 “백종원씨 같은 분은 어때요?”라고 물으면서 화제를 만들었다. 이 사건은 백종원씨가 “정치에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당내 대권주자들이 유명인에 편승하는 ‘백종원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당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언행을 놓고 ‘메기효과’를 통해 대선주자들을 분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종원과 대비되는 인기없는 잠룡들의 민낯을 보여주며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대권 후보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긍정론으로 대중친화적인 정치인으로 분골쇄신하라는 메시지라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론으로 정당정치를 희화화한다는 시각이다. 긍정론의 대표적 시각은 오세훈 전시장이고, 부정론의 대표적인 시각은 장제원 의원이다.

오세훈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는 김 위원장 발언을 굉장히 새겨듣고 있다. 그 정도로 국민적 거부감 없는 인물이 되라 하는 취지의 주문 아니겠는가, 그런 메시지로 해석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재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세간에서는 통합당 후보를 놓고 ‘백종원 보다 임영웅이지’, ‘아니야, 영탁이야’, ‘우리 임영웅이 왜 통합당을 가냐’라는 조롱섞인 농담이 돌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사람을 존중하고 키워야 할 당이 비대위원장의 허언으로 이렇게 희화화 되는 모습이 참 씁쓸하다”고 했다.

김종인 리더십, 21세기 정당정치에 맞나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 위원장이 백종원씨를 호출한 이번 사건은 21세기에 부합하는 리더십과 정당정치의 미래 등과 관련해서 많은 토론거리를 주고 있다. 우선 김종인이 구사하고 있는 리더십이 적절한지와 함께 유권자인 시민들이 ‘국민참여경선제도’와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21세기 시대상황에 정당 밖 인기스타를 발굴해 대권주자로 영입하려는 킹메이커의 역할이 적절한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물론 여야를 넘다들었던 그의 신비스런 행적도 토론의 대상이다.

김종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이다. 최근 ‘기본소득정책’ 등을 띄워서 ‘이슈몰이에 성공했다고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회의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가 대안없이 ‘이슈 몰이’에만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는 있으나 ‘알맹이’에 대한 속 시원한 대안제시가 없고, 내놓는 대안들마다 논쟁거리를 안고 있음에도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기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이다. 즉, 눈길 끌기는 잠시일 뿐, 내부의 실질적 개혁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에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종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보통은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통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020년 4월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면 어떨까. 그분은 카리스마도 있고 또 오랜 정치경력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과거 행적은 항상 논란거리다. 2016년 1월 15일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역대 정권마다 정부 요직에 올랐다가 박 대통령의 경제 참모, 안철수 의원의 정치 멘토 그리고 문재인 대표의 선거 총책까지 김 위원장의 ‘갈지(之)자’ 행보 또한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새가 방앗간 기웃거리듯이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행보로 정치권을 혼란에 빠뜨리는 구태 정치의 민낯일 뿐”이라고도 평했다.

그렇다면 김종인은 왜 ‘갈지(之)자’ 행보를 한다는 비판을 마다하지 않고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독일에서 유학한 그가 독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직업적 소명의식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김종인의 리더십도 베버의 노선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년 기본소득에 이어 백종원 리더십을 띄우면서 눈길끌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닫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기본소득에 이어 백종원 후보론을 띄우면서 눈길끌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막스 베버 '소명으로의 정치'가 김종인에게 준 영감(靈感)은

김종인 위원장이 막스 베버의 노선을 언급한 대표적인 경우는 2012년 12월 9일 20대 대선을 10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을 때이다. 거기서 김 위원장은 “막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념의 윤리와 책임의 윤리를 잘 조화하는 게 정치”라며 “박근혜 후보가 한번 약속한 것은 철저하게 지키는 인물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박 후보에 대한 신뢰를 천명했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단순히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균형만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민주적 리더십’보다는 ‘카리스마 리더십’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면서 ‘민주정당’보다는 우리나라 3김과 같은 1인 보스가 정당을 이끄는 모델인 ‘정치머신’(political machine)을 지지했다.

또한 베버는 국민의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중심이 되는 ‘지도자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대중의 갈채와 환호를 받는 로마의 시저와 같은 지도자의 출현이 후발국가인 독일에 필요하다고 봤다. 베버는 ‘지도자 민주주의’의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그에게 국민투표란 선거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환호와 갈채를 통한 ‘시저주의적 수단’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시저주의적 수단’이란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가 그랬듯이, 위로부터 의도적인 선동을 통해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조작하고 유사민주주의적인 독재를 실시하는 수법을 말한다. 오늘날 쿠데타세력이 국민투표를 통해 기존의 헌법을 부정하고 독재정권의 정당성을 호소하면서 권력을 유지하거나 행사하는 경우도 시저주의라고 볼 수 있다. 시저주의적 수단을 활용하는 베버의 노선은 선동과 여론조작으로 무장한 히틀러의 선동정치가 독일을 장악해 전체주의로 가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지도자 민주주의’란 카리스마로 무장한 엘리트들이 지지자와 대중을 선동해 동원하면서 경쟁하는 요식적인 선거절차만 되면 민주주의가 된 것으로 보는 ‘귀족적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런 베버의 시각은 영국과 미국의 선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압축적으로 따라잡기 위해 발달된 관료주의 국가를 특징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의 후진국인 당시 독일의 열등감을 정당화하기 위한 노선이었다.

김종인의 킹메이커로서 소명의식은 베버가 말한 카리스마 리더십과 머신정당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참여민주주의’나 ‘숙의민주주의’와 같은 21세기 시민정치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버가 말한 카리스마 리더십의 ‘소명’이란 신의 부름을 받은 자, 계시를 받은 자로서 주술사와 예언자의 소명이다.

21세기 시민정치 시대에 책사정치 또는 킹메이커

이번 김종인 위원장의 백종원씨 호출은 ‘3김정치’를 닮았다. YS가 김문수와 홍준표를 데려오자 DJ는 정동영과 추미애 카드로 맞섰다. ‘3김’은 1인 보스정당을 추구했기에 자체의 인재양성보다는 외부인사 영입에 의존했다. 당연히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취약했고, 상향식 공천도 부재했다. 

시민주권의 시대인 21세기에 여전히 책사와 도사들이 킹메이커가 되어 대통령을 만드는 책사정치가 필요할까? 이런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주권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킹메이커인 시대다. 당연히 책사정치를 대신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당정치와 시민정치가 작동하는 게 맞다.

그러나 변화된 시민정치의 시대임에도 여야정당이 번갈아가며 킹메이커를 자꾸 소환하는 모습은 씁쓸하다. 왜 일까? 이것은 우리 정당의 시민적 기반의 허약성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정당개혁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정당이 전체 국민의 평균적인 이해를 반영하기 보다는 지도자를 우상으로 숭배하는 팬덤현상처럼, 일부 지지층의 결집과 동조에 의존하는 진영정치(‘지도자 민주주의’)에 휘둘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극단적인 지지층만을 결집하는 진영논리의 좌우정당개념에서 벗어나 중도적 성향의 시민들이 정당의 중심을 잡는 중도수렴의 정당 지지기반을 만드는 정당개혁이 필요하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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