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트럼프 재선] ③"무역장벽, 미국을 덜 위대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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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트럼프 재선] ③"무역장벽, 미국을 덜 위대하게 해"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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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경쟁력을 감소시킨 원인"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미 기업들도 타격
유럽 등 동맹국과 잇따라 균열 넓혀
USMCA는 트럼프의 무역정책 능력 검증하는 시험대 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덜 위대하게 만들었다"

최근 포브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관련, 이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캠페인 슬로건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웠고, 올해 재선 캠페인 슬로건으로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를 내걸었다. 외교 및 무역 정책에 있어서 철저히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슬로건이다.

2016년에도, 2020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표심을 얻으려 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같은 자국 우선주의가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역량을 감소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동맹국과의 관계 악화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미국의 국가경쟁력 10위로 '뚝'

지난달 16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6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10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2018년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위를 기록한 바 있으나, 올해는 순위가 상당히 뒤처진 것이다. 

IMD 측은 무역 전쟁으로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모두 피해를 입어 순위가 양국 모두 성장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국가경쟁력 역시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20위로 떨어졌다. 

IMD의 수석 경제학자 겸 보고서 작성자인 크리스토스 카볼리스는 포춘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미국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력을 평가하는 한 축은 경제가 얼마나 개방적인지 여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시작한 무역 전쟁은 미국의 순위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한 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무역의 장벽을 높이게 되면 소비자 가격도 인상될 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과 농민들의 생산비용도 높여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동맹국에 대해 관세 폭탄을 던져 '관세맨(tariff man)'이라는 별명도 붙을 정도였는데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이다. 

브라이언 라일리 전국납세자연합(NTU) 이사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미국 기업들에게 있어서도 보복 장벽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핵심 무역정책 목표는 불공정 무역 장벽을 낮춰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정부 지출이 증가한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다른 나라들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시장을 폐쇄했고,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농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지출하는 돈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정책재단(NFAP)은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가 해군용 선박을 건조하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유지하는 비용보다, 무역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사용했다"며 "이는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메우기 위해 납세자들의 세금을 사용하는 정책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미시간 플린트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이자,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크J.페리는 "미국 기업의 역량과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글로벌 경쟁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불행히도 트럼프 행정부는 무의미한 무역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 장벽을 높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된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켰고, 미국 기업들이 수입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늘린 것은 물론, 미국 농민과 제조업체들의 수출 시장을 차단해 미국 경제에 막대한 불확실성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경쟁력이 반경쟁적인 무역정책으로 인해 떨어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한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한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갈등의 골 깊어지는 미·중 관계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악화된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지난 1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온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가 학산되면서 양국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얼어붙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책임 공방을 두고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제는 홍콩 국가보안법, 위구르 인권 문제, 화웨이 제재 등으로 확대되면서 다방면에서 마찰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까지 1단계 무역합의는 유효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가 끝났다"고 언급했다가,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여전히 유효하다'며 진화에 나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는 상당히 중요하다. 중국은 1단계 무역 합의로 올해와 내년 2년간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2017년 수준 대비 2000억 달러 어치를 더 구매하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중 일부를 낮추기로 했다.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해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줘야 미국 중서부 농업지대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역시 "코로나19와 중국의 홍콩 자치 탄압, 중국의 무역합의 이행 부족으로 양국 사이에 큰 이견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합의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발효로 미국과 중국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 양국 무역 피해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EU도 관세 전쟁에 긴장감 흘러

미국과 유럽 사이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 보조금에 대응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EU 국가들과 영국산 수입품 31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과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고시했다.

이는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보고, 미국이 연간 75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EU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해 10월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EU 집행위 대변인은 "우리는 이것이 WTO에서 허가된 것을 넘어서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그것은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모두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에어보스 보조금에 대한 보복으로 EU로부터 수입하는 항공기에 10%, 농산물과 공산품을 포함한 다른 품목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바 있다. 

포브스는 "유럽과 미국의 불협화음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대서양 양안의 무역 분쟁이 더 심화되도록 놔두는 것은 그 누구의 이익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RSM의 조 브루스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이 각국과 벌이는 무역분쟁과 관련 "잘못된 타이밍에 저지르는 잘못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분쟁은 자칫 세계 경제의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 

브루스앨라스는 "미국이 1930년 대공황 당시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고율 관세라는 카드를 내밀었지만, 정작 교역국들의 보복 관세로 인해 경제는 더욱 큰 피해를 보았던 역사가 있다"고 우려했다.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아래 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아래 가운데), 트뤼도 캐나다 총리(아래 오른쪽)가 지난해 11월 30일 USMCA 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아래 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아래 가운데), 트뤼도 캐나다 총리(아래 오른쪽)가 지난해 11월 30일 USMCA 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USMCA가 트럼프 무역정책 능력의 검증대 

지난 1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사이에 맺은 자유무역협정인 나프타(NAFTA)를 대신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발효됐다. 

USMCA가 기존 NAFTA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바로 원산지 규정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내 더 많은 부품과 재료가 만들어져야 하며, 생산인력의 임금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미 무역대표부는 USMCA를 통해 5년간 7만6000개의 미국 자동차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이 협정을 통해 50만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235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외신 및 전문가들은 USMCA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를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직 세부사항의 조율이 진행중이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직은 요원해보인다는 것.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과 노동계 지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USMCA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을 포괄하는 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유리하게 글로벌 무역조건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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