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포르메] 코로나도 멈추지 못한 스페인 라리가(La li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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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포르메] 코로나도 멈추지 못한 스페인 라리가(La liga)
  • 최지윤 스페인 마드리드 통신원
  • 승인 2020.07.04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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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축구리그 스페인의 '라 리가'
1조원 손실 줄이기 위해 뒤늦게 개막
'코로나 블루' 스페인국민들, 축구 통해서 다시 단합나서길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 최지윤 마드리드 통신원] 스페인 축구 리그인 '라 리가(La liga)'는 혹독한 준비 끝에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무관중 리그를 재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3개월 만에 경기가 치러진 것.

6월 11일에 첫 번째로 치러진 세비야와 베티스의 경기는 ‘안달루시아 더비’라고 불리며, 평소라면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경기다.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경기에 아쉬움을 느낀 약 200여 명의 축구팬들은 경기장 주변에 모였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말을 탄 경찰이 배치되기도 했다. 경기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희생자를 기억하는 '침묵의 시간'과 의료진을 위한 '격려의 시간'이 마련되었다.

3개월 늦게 개막한 스페인 '라 리가'

관중이 없는 경기장은 적막이 흐르기 짝이 없었다. 이를 위해 라리가는 온라인 축구 게임 FIFA의 기술을 활용해 그래픽으로 관중석을 채웠으며, 팬들의 함성을 비롯한 각종 오디오를 삽입해 그럴듯하게 중계 방송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래픽 처리된 관중석의 모습은 골대에 장착된 광각 카메라나 공중 카메라로 촬영할 때, 빈 공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라리가 관계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현실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6월 11일 세비야 FC VS 레알 베티스 하이라이트 장면. 그래픽 처리된 관중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Wbz3uJGIWw&feature=onebox]
지난달 11일 세비야 FC VS 레알 베티스 하이라이트 장면. 그래픽 처리된 관중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가 여전히 유행하고 있지만, 라리가 관계자들은 시즌 재개를 위한 계획을 계속 추진해왔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KPMG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축구 리그의 손실을 예측했는데, 라리가의 경우 시즌이 취소될 경우 최소 약 8억 유로(한화로 약 1조 4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페인에서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며, 축구는 실제 경기뿐만 아니라 방송, 광고 등 연관된 분야의 사업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많은 인기를 끄는 축구 시즌이 이대로 종료된다면 어마어마한 손실이 야기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 그렇지만 2019-20시즌을 재개한다면 그나마 적자를 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비에르 테바스(Javier Tebas) 라리가 회장. 사진= sportaragon.com
하비에르 테바스(Javier Tebas) 라리가 회장. 사진= sportaragon.com

개막전 엄격한 준비와 약속들

따라서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훨씬 더 엄격한 훈련과 경기 프로토콜을 준수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리그를 재개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카르 마요 라리가 국제개발팀장은 “리그 재개에 앞서 정부와 보건 기관을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엄격하고 전문적인 프로토콜을 마련해 모든 클럽이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라리가는 1부 리그와 2부 리그 42개 클럽에 각각 감독관을 배치했다. 감독관은 프로토콜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클럽을 24시간 감시한다. 또한, 어떤 팀이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정식 수사를 개시한다며 위생 규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장, 선수들의 식사, 세탁, 소독 등 자세한 매뉴얼을 가지고 리그를 운영한다.

경기를 위해 온도 측정에 임하고 있는 라리가 선수. 사진=www.cope.es
경기를 위해 온도 측정에 임하고 있는 라리가 선수. 사진=www.cope.es

테바스 회장은 "정부와 손잡고 리그 재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빠르게 리그를 재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 정부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논의할 만큼 축구는 스페인의 국가 정체성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축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는 알고 있다.

이렇게 스페인 라리가가 세계적인 ‘빅 리그’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익숙한 사실이다. 축구가 스포츠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대화에서 배제될 정도로 축구는 중요하다. 하물며, 좋아하는 축구팀이 같지 않다면 친한 친구, 가족, 혹은 연인끼리도 얼굴을 붉히고 다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곳이 스페인이다.

축구가 '국민스포츠' 되기까지 

어떻게 해서 축구가 스페인의 국민스포츠가 됐을까. 처음부터 스페인의 국민 스포츠였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후반 스페인 남부 우엘바(Huelva)에 있는 광산 회사에서 일하던 영국 노동자들이 영국에서 유행하던 축구의 재미를 스페인 동료들에게 알려주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우엘바와 세비야 지역을 중심으로 축구팀이 탄생했고, 1890년에 공식적인 첫 번째 축구 경기가 열렸다. 이때만 해도 스페인 축구는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축구팀 이름도 ‘세비야 FC(Football Club)와 같이 영어식으로 지어졌다. 각 팀 대부분의 선수도 영국 출신이었다.

그 후, 1903년에 ‘코파 델 레이(국왕컵)’가 생겼고, 본격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클럽들이 생겨나 자리를 잡게 된다. 1913년에는 왕립 스페인 축구 연맹이 만들어져 FIFA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다.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축구는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했는데, 이후 국가의 명성과 정치적 선전을 위해 축구가 이용되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1936~1939년) 이후 프랑코 독재정권에서는 축구를 부흥시켰다. 이 시기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이미지를 해외에 알리고 성공한 스페인 브랜드로 도약했으며, 국민들도 자부심을 갖게 된다.

축구는 스페인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으며, 이는 문화이자 그들의 정체성 그 자체다. 평소에는 개인의 자유를 매우 중시하는 스페인이지만, 축구는 예외적으로 스페인 사람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유일한 존재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소속감에 충만한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은 인상적이면서 동시에 아이러니컬하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는 레알마드리드 선수들. 사진=www.90min.com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후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는 레알마드리드 선수들. 사진=www.90min.com

스페인 국민들, '라 리가' 통해서 다시한번 위기극복에  

이런 이유에서 '라 리가'의 중단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Blue)'를 느끼는 스페인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야외 테라스나 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즐기던 스페인 사람들의 낙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관중으로나마 재개된 리그는 사람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라리가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7월 19일 리그 폐막 전까지 확진자가 적은 지역에 한해 관중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스페인의 상황이 점차 안정되면서 라리가의 일부 엄격한 조건들이 완화됐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모두가 힘쓰고 있다.

스페인을 ‘태양의 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7월에 접어들고 이미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여름을 즐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저마다의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고 있지만, 과거에 영광을 누리며 여러 차례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낸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 특유의 끈기와 열정이 필요한 시기다. 라리가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나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오랜 봉쇄 조치에 지쳐있는 스페인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다시 한번 단합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

● 최지윤 통신원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국외 한국어 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멕시코)’에서 근무했다. 현재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한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스페인어권 국가의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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