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복은?] ②국내 치료제 개발 잰걸음…언제쯤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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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복은?] ②국내 치료제 개발 잰걸음…언제쯤 나올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7.09 15: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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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이르면 연내 치료제 출시…관건은 환자 모집
부광약품·엔지켐생과, 환자 투약 중…개발속도 가장 빨라
녹십자 'GC5131A' 청신호, 혈장 200명 이상 공여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항체 치료제 오는 16일 인체 임상"
코로나19 치료제.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한국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이른바 ‘K-방역’이 사실상 세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술력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르면 연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GC녹십자, 부광약품, 종근당 등이 ‘제2의 렘데시비르’를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는 종전보다 6배 빠른 전파속도를 지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D614G형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확인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D614G형은 최근 유행하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베이징 재감염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치료제 13건, 백신 2건 등 모두 15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치료제 승인 사례의 대부분은 ‘약물 재창출’이다.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란 기존에 허가가 나서 사용되고 있는 다른 용도의 약을 다른 질병 치료제로 발굴하는 것이다. 이미 허가받은 약물인 만큼 안전성이 확보돼 있고, 임상시험 등 개발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를 꼽을 수 있다. 이 약은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코로나19용으로 전환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부광약품을 비롯해 엔지컴생명과학, 종근당, 신풍제약 등이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부광약품의 자신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장 빨라

부광약품은 임상시험에 들어간 업체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클레부딘)’를 통해 지난 4월 중순부터 오는 10월 종료를 목표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현재 아주대병원 등 8곳에서 ‘클레부딘’ 투약군 40명, 플래시보(대조약)군 2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인데, 식약처의 IND(임상시험계획) 승인과 환자모집, 투약 등이 가장 빨랐다.

특히 클레부딘은 임상시험 설계 변경으로 개발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대조약인 히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와 안전성면에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사용 권고에서 빠지게 됐기 때문이다.

히드록시클로로퀸의 경우 지난달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자에게 치료적 유익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임상시험 중단을 각각 발표했다.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승인된 히드록시클로로퀸 임상시험 5건이 모두 조기 종료됐다.

이에 따라 기존 1대 1로 배정됐던 클레부딘군과 히드록시클로로퀸군 간 비율이 변경된 임상시험에서는 2대 1의 바뀌었고, 더 많은 환자가 클레부딘을 투약하게 됐다.

클레부딘의 또다른 장점은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와 같은 계열(뉴클레오사이드)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고, 복용 편의성도 높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30분 이상 투약해야 하는 정맥주사인 반면, 클레부딘은 먹는 약(경구용)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임상시험 승인받은 국내사 중 환자 모집과 투약을 시작하는 등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몇 명의 환자에게 투약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60명에게 한꺼번에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리닝을 통해 선별된 환자에게 투약하기 때문에 유동성은 있지만, 최대한 빨리 임상시험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며 “일각에서는 환자모집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우리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지켐생명과학, 환자 투약 잰걸음…종근당·신풍제약은 아직

엔지켐생명과학도 일부 환자에 투약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 ‘EC-18’을 경증 코로나19로 인해 폐렴이 발생한 환자 60명에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실시하고 있다. 연구 종료 시점은 2022년 5월이다.

종근당은 지난달 17일 급성췌장염과 혈액항응고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중증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6월까지 진행된다.

나파모스타트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3000여종의 후보 물질 대상으로 스크리닝한 결과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 보다 600배 이상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였다. 이 약물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 분해효소(TMPRSS2)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도 최근 나파모스타트에 대해 파스퇴르연구소와 유사한 수준의 항바이러스 활성을 세포수준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나파모스타트 임상 2상은 체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공급이 필요한 환자를 상대로 투약하도록 디자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국내 코로나19 중증 환자는 30명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환자 투약은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한 ‘피라맥스(피로나리딘인산염, 알테수네이트)’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 76명을 대상으로 내년 6월까지 임상 2상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식약처에 ‘긴급사용 승인’이나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업체들이 임상 2상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하면 하루빨리 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하기 위해 ‘긴급사용 승인’ 또는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또다른 방법은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해서 즉시 처방이 이뤄지도록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 중인 GC녹십자 연구원. 사진=GC녹십자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 중인 GC녹십자 연구원.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셀트리온, 곧 임상시험 개시

GC녹십자와 셀트리온은 약물 재창출이 아닌 자체적으로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GC녹십자는 연내 혈장 치료제 ‘GC5131A’ 출시를 목표로 곧 임상 2상 혹은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혈장 치료제’는 특정 질환에 걸린 후 회복한 사람의 혈장 속에 형성된 ‘중화항체’를 이용해 치료제로 만든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혈소판 등을 제거한 성분이다.

특히 혈장에서 면역, 지혈 등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농축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며,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해온 덕분에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다. 이같은 이유로 GC녹십자는 1상 없이 효능을 확인하는 2상이나 3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치료제를 만드는 데 적합한 완치자 혈장을 구하는 것이다. 이는 헌혈을 통해 수급이 가능하고 고령자·아이·기저질환자·빈혈 환자·특정 국가 여행이력 등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혈장 공여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코로나19 에서 완치되고, 격리해제 후 14일 이상 지나야 한다. 의료계와 방역당국에서도 120∼130명 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GC녹십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보된 혈장 공여자는 8일 기준 316명이고, 채혈 완료자 146명이다. 최근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중 완치자 4000여명도 공여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회사 측에 전달했다.

아울러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 치료제의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국내 환자들에 무상 공급할 예정이다.

GC녹십자측은 “이달 중 혈장 치료제 IND(임상시험계획)를 식약처에 신청한 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4월 코로나19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를 선별한 후 영장류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족제비의 일종이 페럿에게 투여한 결과, 고농도 투약군은 비(非)투여군보다 바이러스가 최대 100배 감소했다. 회사 측은 햄스터·생쥐·원숭이 등 다른 동물에서도 안전성 및 효능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은 최근 질병관리본부(질본) 중화능 평가시험에서 D614G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기존보다 10배 높은 효능을 확인했다.

중능화 평가시험에 사용된 D614G 변이 바이러스는 국내 이태원 클럽 감염자에게서 처음 발견된 것이다. 해당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해 전파속도가 종전 바이러스에 비해 6배 빠르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전염 사례는 이태원 클럽을 비롯해 쿠팡물류센터, 리치웨이, 원여성경연구회, 광주 광륵사 전파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국내 확진자 검출 바이러스 526건 중 333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와 유럽의 경우 약 70%가 이 유전형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시작 예정일은 오는 16일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0’ 기조연설에서 “7월16일에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인체 임상시험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연내 임상시험을 마친 후 대량생산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500만명 분량의 코로나19 치료제를 생산해 이 중 국내에는 100만명 분량을 공급하고, 나머지 400만명 분량은 해외에 제공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임상시험계획은 아직까지 변동 없으며, 이를 위한 동물 임상시험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도 서 회장이 특정한 날짜와 관련해 “허가기관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여전히 개발 단계”라며 “이 때문에 모집 환자 수를 비롯한 임상시험 관련 디자인도 아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중 환자 모집을 완료한 임상시험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관련 3건 뿐이다. 이 약에 대한 국내 임상 3건에서 목표 대상자수는 총 31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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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이 2020-07-11 19:30:09
셀트리온 꼭 성공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