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보이스 코리아 2020, 블라인드 오디션의 매력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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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보이스 코리아 2020, 블라인드 오디션의 매력을 보여줘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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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블라인드 오디션, 보이스 코리아 2020
화제의 출연자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의 향연
대중과 시장이 호응하는 보컬리스트를 찾을 수 있을까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금요일 저녁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느 목소리에 리모컨을 멈췄다. 한 여성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그녀 앞에는 뒤돌아 앉은 심사위원들이 있었다. 그 여성의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심사위원들은 하나둘 앞으로 돌아앉았다. 그녀는 ‘보이스 코리아 2020’이라는 오디션의 1차 관문에 통과한 것이다.

이윽고 노래를 부른 여성의 사연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익은 게 이해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박다은. 유명 OST를 많이 부른 ‘클랑’으로 알려진 가수였다. 나는 그녀의 노래를 많이 들어서 목소리를 이미 많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본명은 몰랐다. 블라인드 오디션의 가치가 발휘된 순간이었다.

‘보이스 코리아 2020’은 ‘블라인드 오디션’이다. 도전자의 ‘외모’와 ‘춤’은 물론 ‘끼’까지 점수에 포함되던 ‘오픈 오디션’이 아닌 오직 목소리와 노래 실력만으로 뽑는다. 순위권 내정과 투표 조작으로 흠집이 난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의 오명을 씻고픈 Mnet과 tvN의 고민이 녹여진 프로그램이다.

보이스 코리아 2020. 사진=Mnet, tvN
보이스 코리아 2020. 사진=Mnet, tvN

오디션, 시장을 쫓아갈 수 밖에 없는

공정해야 할 오디션에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고 조작한다는 건 그만큼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조작이 있었던 오디션은 모두 아이돌 그룹을 시청자들이 투표로 뽑는 거였다. 노래와 춤, 외모와 끼 등을 갖춘 멤버들이 골고루 있어야 하고, 대중들이 좋아할 호감형 멤버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투표를 하는 대중의 선택은 ‘비즈니스’의 방향과 다를 수 있다. 그 지점에서 조작 유혹이 든다.

대중음악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다. 하지만 그 대중은 모든 대중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한 다수를 의미한다. 대중음악은 그런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한다. 그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그 영역이 한국을 떠나 아시아 혹은 유럽이나 아메리카로 넓어진다면 그 규모는 더욱 상상할 수 없어지게 된다.

어느덧 음반 비즈니스는 규모의 경제를 실감하는 산업이 되었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영국의 팝 음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K-Pop이 그 대표 사례가 되었다. 한국의 많은 음반 기획사들이 ‘빅히트’나 ‘SM’ 같은 글로벌 K-Pop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하는 이유다. 그래서 음악방송들을 보면 아이돌 그룹들로 거의 모든 시간을 채운다. 그만큼 시장에 많이 쏟아져 나온다는 거다.

물론 매니아 층을 위한 음악도 음악 산업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직접 곡을 만들고 부르는 뮤지션들이 모인 음반사와 힙합 뮤지션들이 모인 레이블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주로 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들의 규모는 작을지언정 그들을 향한 팬들의 충성도는 K-Pop 팬덤 못지않게 크다.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에 꾸준한 매출로 오히려 수익은 높을 수도 있다.

화제의 출연자 박다은. 클랑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후너스 엔터테인먼트
화제의 출연자 박다은. 클랑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후너스 엔터테인먼트

블라인드 오디션, 오직 목소리와 노래 실력만 주목하는

블라인드 오디션은 그런 지점을 공략해서 나온 듯싶다. 매니아적인 팬덤을 일으킬 수 있는 목소리를 찾는다는. 나아가 좋은 무기, 음악성과 노래 실력 그리고 목소리까지 갖춘 뮤지션을 찾는다는. 그래서 1차 관문은 심사위원들이 뒤돌아 앉아 오직 노래 실력으로만 도전자들을 뽑을지 말지 결정한다.

‘보이스 코리아 2020’에 나온 도전자의 면면을 보면 생짜 신인은 없다. 기획사 연습생 생활은 기본, 정식으로 데뷔를 하고 무명가수 생활을 한 출연자들도 많다. 심지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가수였지만 이름을 바꾸고 나온 도전자도 있다. 그들의 나이가, 가장 어린 측이 이십 대 중반인 나이가 그들의 과거 도전의 세월을 은유한다. 오픈 오디션의 경우 스무 살만 넘어도 늙었다는(?) 소리를 듣는 현실이다.

방송은 지난 몇 주 1차 관문을 통과한 도전자들의 2차 관문인 일대일 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귀가 호강하고 있다. 도전자들은 기존 케이팝에서는 듣기 어려운 목소리 톤(tone)을 가졌다. 창법 또한 모두 개성 있다. 그들의 끼는 또 어떻고. 등장하는 팀마다 그 노래와 퍼포먼스가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과거 다른 음반 기획사에 선택받지 못한 이유도 보였다. 대중적 K-Pop 문법과는 거리가 먼 그들의 목소리, 창법, 끼 때문은 아니었을까. 기획사들이 선호하는 아이돌 그룹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말이다. 그들은 천상 솔로 가수가 어울리는 듯했다.

이 지점에서 ‘보이스 코리아 2020’의 가치가 또 보였다. 만약 방송이 아니고 어떤 기획사에서 벌인 오디션이었다면 과연 이들을 뽑을 수 있을까. 노래는 분명 잘 하지만 고민되는 게 있을 것이다. 돈이 될까 하는.

보이스 코리아 2020. 사진=Mnet, tvN
보이스 코리아 2020. 사진=Mnet, tvN

 

보이스 코리아 2020, 공정함이 성공한다는 신화를

난 ‘보이스 코리아 2020’의 이전 시즌들도 즐겨 봤었다. 응원하던 도전자도 있었다. 그때도 방송의 취지는 지금과 같았다. 진정한 보컬리스트를 발굴해서 한국 음반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음반 시장에 어떤 파장이 일었는지 난 잘 모른다. 그나마 시즌 1에 나온 몇 명이 기억날 뿐이다. 시즌 2 출신은 누구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게 지금까지 블라인드 오디션이 보여준 대중적 현실이다.

그래서 Mnet과 tvN은 수상자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한 그림도 그릴 거라고 한다. 음반 산업에 영향이 큰 방송국인 데다가 방송망도 여럿 갖고 있기에 나름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블라인드 오디션이지만 깜깜이로만 갈까. 오픈 오디션처럼 짬짜미는 없을까.

1회부터 꼼꼼히 지켜보는 입장에서 편집의 불평등이 보이곤 한다. 서사의 왜곡도 보인다. 화제의 도전자에게 카메라가 오래 머물고 사연이 많은 출연자에게 감동적인 서사를 덧입힌다. 시청자들은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다. (있으면 안 되는) 제작진의 의도를 시청자에게 의식화시키는 건 아닌지.

아무튼, 오랜만에 금요일 밤이 기다려진다. ‘보이스 코리아 2020’ 만큼은 대중들이 납득하는 오디션이 되었으면 한다. 출연진들은 이 기회를 잘 살리고, 방송국은 공정하게 전달하고, 시청자들은 그 결과를 귀 호강하며 즐기는. 그래서 그 영향이 어디까지 퍼질지 기대하는 그런 오디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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