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호주-중국, 이번엔 '스파이 의원'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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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호주-중국, 이번엔 '스파이 의원' 갈등 고조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06.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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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보당국, NSW주 상원의원의 ‘중국 스파이' 활동 혐의 수사
중국 옹호 발언과 잦은 중국 방문 '도마'...본인 부인 불구 ‘의원자격 정지’ 예상
중국 관영 매체 “호주는 도둑 막아 달라 울부짓는 도둑” 비난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호주와 중국간 갈등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는 호주 친중 의원의 '스파이 활동' 혐의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지난 26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의 샤케 모슬만 상원의원이 자신의 집과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호주안보정보국(ASIO)과 연방경찰(AFP)이 ‘중국 스파이와 연관된 의혹’으로 그를 수사 대상에 올리면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 

중국 스파이가 그의 사무실에 침투했다는 정보와 관련, 수사관들이 현직 야당(노동당) 주 상원의원을 상대로 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과 관련해 호주 정가는 물론, 호주-중국 외교가에도 파문이 커지고 있다.

레바논계 친중파 ‘샤케 모슬만’ 의원 파문 확산 

만약 모슬만 상원의원이 기소될 경우, 호주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외국 간섭 처벌법(legislation against foreign interference)’ 적용의 첫 대상이 됐다. 앞서 모슬만 의원은 지난 2018년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의회에서 “이 법은 공개적으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 틀림없다. 나무를 보지만 많은 다른 나라들이 구축한 ‘영향력의 숲’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 법을 강력 비판한 적이 있는 친중파 의원이었다. 

1977년 레바논에서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온 모슬만 상원의원은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첫 중동계 상원의원으로서 주의회에서 무슬림 커뮤니티를 대변해왔다.

호주 시드니대(정치행정학)와 맥쿼리대학원(정치학 석사)을 졸업했고  시드니 남부 록데일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NSW대 법대 졸업 후 1999년부터 변호사로 일하면서 록데일 시장을 3회 역임한 관록을 지니고 있다. 2009년 노동당 공천을 받아 NSW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중국 설날인 춘절 행사에 참석한 샤케 모슬만 상원의원.
중국 설날인 춘절 행사에 참석한 샤케 모슬만 상원의원.

그는 인종차별 반대를 적극 옹호했고 중국 문화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노동당 안에서 대표적인 친중 성향 의원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중국을 15회 이상 방문한 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난 2017년 주의회에서 “중국은 훌륭한 역사와 훌륭한 국민을 가진 훌륭한 나라(a great nation with a great history and great people)”라고 묘사하며 “나는 중국에 매료됐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호주 정보 당국은 “중국 공산당(CCP: Chinese Communist Party)이 그의 9회 중국 방문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안보전문가 닐 퍼거스(Neil Fergus)은 “모슬만 상원의원은 중국 외교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여러 번 해왔다. 호주안보정보국(ASIO)은 그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지시를 받아왔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직의 야당 주 상원의원이 안보 관련 법의 피의자가 되자 호주 정치권에는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도미니크 페로테트 NSW주정부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주정부는 그에 대한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그의 의원 자격을 정지하는 동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조디 멕케이 야당 대표의 대응(징계)이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주의회가 겨울 휴회 때문에 소집을 8월 4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다.

멕케이 NSW 노동당 대표는 28일 “노동당은 지난 26일 그의 당원 자격을 정지(suspended)했으며 그의 의원직 사퇴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어 의회가 개원하면 노동당이 앞장서서 의원 자격 정지 동의안을 상정할 것이며, 이 문제는 노동당이 처리할 사안”이라고 반박하는 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당 소속인 상원 의원의 당원 자격이 정지되면 상원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여야 모두 의원 자격 정지를 요구한 이상, 모슬만 상원의원이 의회에 복귀할 방법은 사실상 차단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모슬만 의원은 29일 “나는 스파이 혐의를 받는 수사의 용의자가 아니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나는 국가와 국민들의 복지를 위태롭게 만든 적이 결코 없다”면서 항간의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어 “조사 기간 중 휴가시간을 갖겠다고 이미 상원의장에게 통보했다. 의사당(상원)이나 사무실에도 출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슬프게도 정치적 교살(political lynching)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빈번한 중국 방문에 대해 “대부분 자비로 방문했으며 중국 장애 아동들에게 휠체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친중파 상원의원의 '스파이 활동' 수사로 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호주와 중국의 국기들.
친중파 상원의원의 '스파이 활동' 수사로 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호주와 중국의 국기들.

중국정부, 호주에 맞대응...中 매체도 비난 쏟아내

한편, 친중파 정치인인 모슬만 상원의원이 압수 수색(26일)을 받은 지 이틀 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호주인 스파이들이 간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주에 대한 험담과 공격을 재개하는 등 반격을 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의 인민일보 산하 영자 신문인 ‘더 글로벌 타임즈(The Global Times)'는 28일 ‘호주가 중국을 상대로 스파이 공격을 수행했다(Australia wages espionage offensive against China: source)’란 제목으로 중국 당국이 호주 스파이 조직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중국 당국이 스파이들로부터 압수한 중국과 미국 화폐, USB, 상하이 전철 연결도 등을 증거로 제시했고 호주가 주호주 중국 대사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중국공포증에 빠져들어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호주는 사실상 도둑을 막아달라고 울부짓는 도둑"(Hyping Sinophobia and deeming China as a threat to itself, Australia is actually "the thief who is crying stop thief")이라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호주를 비난했다. 이와 함께 베이징 주재 호주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위장해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호주가 코로나 발병 원인에 대한 국제 독립 조사를 요구하면서 호주와 중국 관계가 악화됐고 중국의 대호주 무역보복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친중파 호주 정치인에 대한 호주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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