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 조양래회장, 왜 증여 아닌 매각으로 경영권 넘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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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 조양래회장, 왜 증여 아닌 매각으로 경영권 넘겼나?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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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회장, 지분 23.59% 전량을 차남 조현범 사장에 매각
최대 주주된 조 사장, 승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 점해
형 조현식 부회장-누나 조희원 연합으로 대립 가능성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최근 아버지 조현범 회장의 주식 전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최근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주식 전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이 자신의 지분 전량을 둘째 아들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증여'가 아닌 '매각' 방식으로 넘긴 것에 대해 '경영권 승계' 의미가 강하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6일 자신이 가진 23.59% 지분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조 사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분 19.31%에 아버지 지분을 합쳐 42.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매각 대금은 3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조 사장은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은 동생과 비슷한 지분 19.32%를 보유하고 있다. 누나 조희원씨는 10.8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9.23%를 가지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은 형제간의 승계 경쟁에서 조 회장이 차남인 조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이라면 조 회장은 자녀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증여 방식이나, 사후 상속 방식을 선택하는 게 맞을 것"이라며 "이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고 지분을 차남에게 매각했다는 것은 '후계자는 차남'이라고 선언한 것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매각대금 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사후에 이를 상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조 회장은 자신의 재산은 상속을 통해 자녀들에게 상속되더라도, 경영권을 '지분 매각'을 통해 차남에게 넘겼다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반면 만일 지분을 상속하게 되면 사후 그룹 경영권 분쟁, 즉 '형제의 난'이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며 한국타이어테크놀러지그룹은 3세 경영이 시작됐다. 이때 조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조 사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맡아 최종 그룹 경영권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다만 후계자에 대한 관측은 엇갈렸다. 차남 조 사장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또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 사장이 맡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조 사장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자 차남 승계 구도로 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조 사장의 노력으로 외부에서 영입돼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업 욕심이 지나치다는 평을 받아왔다.

반면, 조 부회장은 최근 누나에게 1억여원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여러 사업을 벌였지만 제대로 성공을 이끈 것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특히 타이어를 녹여 연료 및 재료를 재활용하는 회사인 아노텐 이라는 회사를 직접 수백억원 투자해 설립했지만 지금까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친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조 회장이 차남에게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은 '형제의 난'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누나와 연합하거나 누나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지분 합은 30.14%로 국민연금의 '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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