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23일 소설가 신경숙(52)씨의 1996년작 단편 '전설'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에 대한 "의식적이고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공동 주최로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신씨의 1999년작 '딸기밭' 표절 논란과 관련해서도 "작가적 기본윤리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개탄할 만한 상황에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00년대 (한국)문학의 실패 가운데 적지않은 부분은 문단의 패거리화와 권력화, 이에 따른 비평적 심의기준의 붕괴와 독자의 신뢰 상실에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표절 사태에 대해 ""신경숙 사태는 이처럼 한국 문학이 돈과 패거리 권력으로 무장돼 경과했던 십수년의 실험이 희·비극적으로, 어떤 희망 없는 변곡점에 도달한 사건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치매 상태에서 집 나가 행적을 알 수 없는 건 신경숙 소설 속의 '엄마'가 아니라 오늘의 '한국문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해관계 동맹체로 변질된 주요 문학출판사와 매체에서 신경숙 문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의는 더 이상 등장할 수 없다"며 "그 결과 신경숙은 무오류에 가까운 찬사로 치장된 비평에 둘러싸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문학권력 문제에 대한 발제를 통해 "표절 사건으로 민낯을 드러낸 건 한국문학의 구조적 문제"라며 "출판상업주의로 인해 창작과비평(창비)이냐 문학동네냐, 문학과지성사냐 등 출판사 소속이 작가의 정체성이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 출판사들이 연합해 한국 대표작가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만들어진 것)이 '신경숙 신화'의 실체"라며 "문학은 대표적 상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적 상징이 향유되는 감성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온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번 표절 사태의 이면에 "비평의 무기력, 비평의 위기와 무능의 상황이 자리한다"며 "담론을 담당하는 비평가들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며, 이번 사건은 한국문학의 존재조건을 바꿔 놓은 문학사적 사건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등단 시스템, 문학매체 발간 시스템, 문학상 수여 시스템, 문학출판 관행 등 일련의 문학 질서를 전복할 문학권력의 외부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는 문학권력의 외부에 있는 아웃사이더와 건강한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나선 시인 심보선 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신경숙은 우리의 '에이스'가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신경숙을 스타로 만들려고 한 문학계의 행태를 비판하고 "에이스 발굴과 육성이라는 비평적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다양한 글쓰기와 활동의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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