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 칼럼] 사모펀드 문제는 왜 계속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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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칼럼] 사모펀드 문제는 왜 계속되는가
  • 서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9 15: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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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이 사실상 딜 소싱과 운용역 맡아..."이해할 수 없는 구조"
'사모펀드에 수탁사 역할 면제'가 원인...옵티머스 책임 피할수 없어
운용사·수탁사·판매사, 상호간 견제와 균형 통해 '선량한 관리자의무' 다해야
서진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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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희 금융칼럼니스트] 작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발표는 사모펀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환매 중단 이후 드러난 부실 및 편법 운용 논란에 대해 감독기관 조사와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며, 배드뱅크(bad-bank) 방식으로 사후관리용 운용사를 별도 설립해 해당 사모펀드들의 잔여 자산을 처리하는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운용사-증권사-투자자산(기업, 펀드)으로 이어지는 펀드운용 관련 이슈와 투자자-판매사-운용사로 이어지는 투자자보호 관련 이슈를 투트랙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까지 라임에 이어 환매중단을 선언하는 전문사모운용사와 사모펀드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특히 환매중단을 선언한 사모펀드의 투자대상이 해외부동산, 해외채권, 역외펀드는 물론 P2P 매출채권, 비상장기업 인수 및 절대수익펀드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대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제외된 라임운용의 사모펀드까지 감안하면, 지금까지 환매연기를 발표한 사모펀드의 규모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동일 전략의 사모펀드 수탁고까지 합치면 3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과 실물자산시장이 동시에 사상 유례없는 변동성을 겪고 있는 중임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증가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노련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노련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근 사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실태를 보면

특히 지난 6월 18일 사모펀드 환매중단을 발표한 옵티머스운용은 환매중단 사유를 설명하며 ‘사기’라는 표현을 써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공기관 발주 건설공사 등을 수주한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할인가격’에 매수, 이를 사모펀드로 재구성해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출채권의 원리금 지급주체인 공공기관의 안전성과 공사대금 지급기간이 6개월 정도로 단기임을 감안하면, 동일한 만기의 국공채와 비교해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 안전하고 확실한 단기투자처를 찾는 거액자산가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펀드의 운용전략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입니다. 투자전략의 핵심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충분히 확보하는 '딜 소싱(deal sourcing)'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우량 기업이거나 특정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입니다. 따라서 긴급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도위험이 거의 없고 6개월 안에 받을 수 있는 공사대금을 채권시장을 통해 할인해야 할 요인이 크지 않습니다. 또한 1년 미만의 단기인 경우 채권 할인율 역시 매우 낮기 때문에 운용역 입장에서도 투자 측면에서도 큰 수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MMF나 초단기채권 전략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보험청구권, 의료비, 무역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매출채권 투자전략이 있지만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경우 소수의 전문운용사만이 해당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낮은 이익마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를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래 미디어 기사를 통해 해당 운용사가 어떻게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소싱할 수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전략) 앞서 일부 헤지펀드 운용사들도 전문투자자 용도로 매출채권펀드 설정을 추진했으나 확보에 애로를 겪으며 보류된 적이 있었다. 매출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매출 채권을 제공하는 기업에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고 한다. (후략)”         (6월 22일 기사 발췌)

앞서 언급한대로 이 투자전략의 핵심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의 확보인데, 다른 운용사들은 실패했지만 옵티머스운용은 매출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에게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기회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딜소싱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매출채권 소싱과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 참여를 연결한 투자전략을 계획했던 것입니다.

옵티머스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 사모펀드를 출시하기 시작한 2018년에는 이런 딜소싱 전략이 실제 활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2020년 현재 해당 운용사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관련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방식의 딜소싱이 계속되었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심을 해볼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말 기준 옵티머스운용의 사모펀드 설정원본은 5565억원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설정액의 90% 이상이 이번에 환매중단이 선언된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전략 또는 유사전략으로 운용 중이기 때문입니다.

사모펀드의 운용역, '주문만 받는 사람' 아니다

펀드가 공모인가, 사모인가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은 운용사의 펀드매니저, 즉 운용역이 담당합니다.

불특정 다수 투자자를 위한 공모펀드의 운용역은 투자전략과 대상을 고를 때 법규정은 물론 운용사 내부규정에 따라 많은 제약조건을 지켜야 하는데, 다양한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운용역들은 이러한 제약조건 하에서 시장보다 나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수없이 투자전략을 리뷰하고 투자대상을 검토합니다. 개인의 이름을 걸고 펀드운용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된 경쟁과 평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공모펀드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운용역의 책임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공모펀드 대비 투자대상의 제한이 거의 없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운용역은 투자대상의 선택지가 매우 넓고 깊습니다. 이는 사모펀드 운용역의 경력이 공모펀드 운용역과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더 높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소수의 투자자그룹 니즈에 맞추어 특정 자산이나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운용역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운용역은 투자자의 요청을 단순 실행하는 'order-taker, order-executer'가 아니라 여전히 'fund manag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최근 5년동안 전문사모운용사 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사모펀드만 운용하는 소규모 운용사들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대형 종합운용사 위주의 금융투자시장에 전문사모운용사를 통해 다양한 인력들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고, 투자전략의 다변화 등 기대했던 효과들도 있었습니다.

전문사모운용사 도입 초창기에는 소위 시장에서 유명한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독립하는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과거 성과(track records)를 바탕으로 소수종목에 집중하는 투자전략이나 공모펀드에서는 제한된 롱숏전략 등을 활용한 사모펀드를 적극 출시했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초기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오너 또는 대주주 중심으로 전문사모운용사가 재편되면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프로젝트의 소싱 능력과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측면이 강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전통적 금융시장 보다 특정 대체투자 전략에 집중하는 운용사의 경우, 일부 극단적 사례이기는 하지만, 운용역의 역할을 소싱된 딜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제한되면서 충분한 경험이나 경력을 갖추지 못한 운용역이 채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래 미디어 기사로 유추해보면, 이번 옵티머스운용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의 매출채권 소싱과 계약서 작성을 운용사가 아닌 법무법인이 담당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펀드운용의 가장 중요한 투자대상 결정의 일부 또는 전체가 운용역이 아니라 제3자인 법무법인이 담당했다는 점이 매우 놀랍고, 여기에 더해 운용사가 해당 법무법인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 놀랍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 (전략)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문제가 생겨서 딜 소싱을 해온 H법무법인을 조사했고 펀드에 문제가 생긴 점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중략) 이날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참석해 부실채권 편입 및 문서 위조 등의 사기 혐의를 시인했다고 한다.”

판매사와 운용사,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 분명히 인식해야

라임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이번 옵티머스운용의 환매제한 사태를 보면, 운용사-증권사-투자대상(기업, 펀드)으로 이어지는 펀드운용의 문제와 투자자-판매사-운용사로 이어지는 투자자보호 이슈를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전문투자자 제도는 판매사의 판매 전(前) 프로세스에 대한 규제는 낮춘 반면, 판매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사후관리 책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모펀드 판매와 전문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역할과 책임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운용관련 문제까지 판매사에게 운용사와 같은 책임을 묻는 것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옵티머스운용의 경우 딜소싱의 주체는 누구인지(운용사, 제3자 법무법인), 투자자산의 보관과 평가의 적정성(book keeping 과정의 문제)와 운용역의 책임 등 주로 운용관련 사안들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운용사는 ‘사기 당했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판매사 역시 운용사와 수탁사가 제공한 정보가 ‘사기’라는 의견으로 법적 조치를 취한 상황입니다.

펀드에서 '수탁사 책임'은 면제될 수 없다

전문사모운용사와 함께 증권사 PBS(Prime Brokerage Services)가 도입되면서, 공모펀드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수탁회사 역할은 사모펀드에서 대거 면제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펀드의 수탁사는 단순한 book keeper가 아닌 watch-dog 역할에 더 가깝습니다.

운용역의 운용지시(투자의사결정)에 대해 법규정과 펀드의 투자목적에 따라 적정성을 평가하고 필요하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수탁사의 업무는, 펀드가 투자자에게 약속한대로 운용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탁사 역할은 펀드가 투자자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Fiduciary duty)'에 기반한다는 믿음의 토대가 됩니다. 이번 옵티머스운용의 경우에는 수탁사의 책임이 면제되는 사모펀드를 설정하면서 증권사 PBS 계약도 맺지 않아 결국 운용사 외에는 아무도 투자자산 내역과 평가가격을 체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운용사는 투자자산 내역을 ‘사기’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해 줄 상대편이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운용사, 판매사, 투자자 그리고 시장과 감독기관 모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환매제한 사태에 대한 법적 행정적 조치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사모펀드의 운용, 판매 및 관리 등에 대한 기준이 좀 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양한 투자전략과 수익-위험모델을 제공하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운용-판매-수탁/PBS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펀드 운용의 원칙은 공모와 사모, 전통과 대체, 상장과 비상장을 떠나 모두 동일할 것입니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Fiduciary duty)'에 기반한 투명하고 전문적인 운용사, 자산관리와 공정한 평가를 위한 수탁사, 그리고 투자자와 펀드를 이어주는 판매사가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것입니다. 펀드 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 온 선진시장의 노하우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 서진희 금융 칼럼니스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20년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했다. 최근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Wealth Management 부서를 맡아 해외 투자상품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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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07-02 06:47:5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모펀드라는 좋은 자산툴이 잘못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입시 현재 1억을 3억 정도로 올리고 폐쇄형으로만 가입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떨지요

문상용 2020-07-02 06:47:56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모펀드라는 좋은 자산툴이 잘못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입시 현재 1억을 3억 정도로 올리고 폐쇄형으로만 가입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