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이스타-제주항공, M&A 파열음..고래싸움 여파 직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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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이스타-제주항공, M&A 파열음..고래싸움 여파 직원 몫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6.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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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이스타항공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이스타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선임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지만, 제주항공이 후보자 명단을 주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셧다운과 체불임금 등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인수협상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26일 오전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신규 이사 3명 선임, 신규 감사 1명 선임 안건과 발행 주식 총수를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안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계약 상 신규 이사·감사 선임권은 인수주체인 제주항공에게 있다.

이날 제주항공이 이사와 감사 후보자 명단을 이스타항공 측에 전달하지 않아 선임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거래 종결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보 명단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이달 말로 보고 임시 주총을 소집했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딜 클로징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주총을 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힌 것.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주총 직후 "제주항공이 임금 체불과 관련해 이스타홀딩스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정부 지원을 받는 방안에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스타·제주, '셧다운·체불임금' 두고 설왕설래

오는 29일 거래 종결 기한을 앞두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사이에선 지난 3월 말부터 이어진 이스타항공 '셧다운'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운항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진 이유가 제주항공의 지시라고 주장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국내선 일부라도 운항을 했다면 그 매출을 통해 직원 급여도 지급할 수 있었을텐데, 당시 제주항공 측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해야 정부 기업결합심사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셧다운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셧다운 사태 이후, 공정거래위는 지난 4월 23일 이스타항공의 자체적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업결합 제한 규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해 제주항공 인수를 승인했다.

이에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연체해 조업사와 정유사 모두 3월 말부터 조업중단과 급유 중지를 통보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이스타항공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제주항공 의견에 따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애초 무급 휴직이 아닌 급여의 일정액을 지급해야 하는 휴업을 진행한 것도 제주항공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

이에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제주항공이 방해한 적이 없다"며 "신청을 못 한 이유는 직원들에게 선지급할 자금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2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체불임금 약 240억원 중 110억원을 매각대금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주항공은 전적으로  이스타항공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며 아직까지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직원들, 생존권 위협 받는다

셧다운,체불 임금을 둘러싼 갈등과 책임 공방으로 양측의 입장차가 이어지며 인수 작업이 멈췄고 이런 가운데 오늘 열린 임시 주주총회도 사실상 유야무야 된 것이다.

기업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에서 제일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이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사진=연합뉴스

5월 말까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은 약 200억원규모로 이스타항공 임직원은 5개월째 월급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인수·합병으로 인한 정리해고 불안감과 체불임금 누적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우울증, 불면증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생활금이 부족해 적금을 깨거나 가족, 친척에게 돈을 빌리는 등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제주 양측 모두 거래 성사에 대한 의지가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며 "고래들 간에 싸움에서 고통받는 직원들의 생존권을 지켜줘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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