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워싱턴 정치권, 경찰개혁 두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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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워싱턴 정치권, 경찰개혁 두고 동상이몽
  • 한동수 기자
  • 승인 2020.06.2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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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최근 미국 미네아폴리스와 애틀란타에서 경찰에 의해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워싱턴 정치권이 경찰개혁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당파별로 구체적 방법론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한판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흑인 사망사건과 관련, 미국에서는 ‘Black lives matter’(흑인 인권도 중요하다)를 모토로 흑인차별에 항의하는 평화시위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 정치권이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들은 최근 과잉진압 비판여론에 위축되어 각종 사고현장으로 출동을 꺼려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흑인 레이샤드 브룩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애틀랜타 다운타운 웬디스 매장 인근의 경우 무장한 불량배와 괴한들이 모여들어 ‘무법천지’가 되는 상황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전역에선 치명적인 총격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노예해방의 날(19일)과 아버지의 날(Father’s day· 6월21일)을 맞아 시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지만, 시카고 등 주요 대도시의 길거리는 총성으로 얼룩졌다.

일각에서는 흑인 사망사건 항의 시위 등으로 전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치안 공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각종 집회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여론도 증폭되고 있다. 

실제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일부 주에서 시위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은 현재 정치국면을 오는 11월 대선 일정과 맞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주도권 싸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도로 한복판에 지난 7일(현지시간) 등장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구호 옆에 '경찰 예산 끊어라'(Defund the Police)는 구호가 선명하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도로 한복판에 지난 7일(현지시간) 등장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구호 옆에 '경찰 예산 끊어라'(Defund the Police)는 구호가 선명하다. 사진=연합뉴스.

목 누르기, 전면 금지 vs 대폭 축소

민주당 하원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강력히 제한하려는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상원은 연방그랜트(연방 지원금)를 무기로 지역경찰당국이 강압적인 수사와 진압을 축소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은 지난 17일 경찰개혁법안을 법사위원회에서 통과시킨데 이어 이번 주 안으로 하원본회의에서 가결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공화당 상원은 민주당 하원안을 즉각 일축하고, 같은 날 독자적으로 법안을 공개했다.

일부 경찰관들의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과잉진압 기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경찰개혁 목표는 양당이 모두 같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선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존 경찰의 목 누르기 진압기법과 관련해 인권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민주당은 연방차원에서 전면금지를 규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안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미국 전역의 지역 경찰 등 사법당국들에게 제공하는 연방 그랜트를 내세워 각 지역 사법당국이 목 누르기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수사나 진압 관행을 최대한 줄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경찰에 의해 폭행당하거나 사망한 피해자와 유족들이 해당 경찰관과 사법당국을 소송하는 방안을 놓고도 양당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 경우 아주 손쉽게 소송을 제기해 형사, 민사상으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연방차원에서 주는 기존의 경찰 면책특권을 극히 제한하려 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과 백악관은 이에 반해 ‘자격 있는 면책권을 훼손하면 경찰 등 사법당국 요원들이 법집행과 질서 유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찰의 면책 제한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경찰관들의 징계와 관련, 민주당 하원안은 연방차원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범죄자처럼 등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상원안은 지역경찰이 모든 경찰관에 의한 사망사건을 FBI(연방수사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같이 경찰 개혁을 놓고 워싱턴 정치권은 앞으로 수주동안 정면 대치할 것은 확실하다. 경찰 개혁안은 코로나19 해결, 경제회복과 함께 11월 대선을 좌지우지할 대형 이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론의 압력을 받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간 타협점을 찾을지, 아니면 계속 평행선을 그을지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 권영일 객원기자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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