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는데 금값마저...이상한 상승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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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는데 금값마저...이상한 상승세 까닭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2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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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7년만에 최고치..안전자산 선호도 여전히 높아
국제유가도 3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 돌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동시에 오르는 현상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듯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흔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유가마저 배럴당 40달러 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 유가를 비롯한 위험자산은 상승하고, 반대로 안전자산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경기 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된다면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반면 위험자산 가치는 떨어진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흔치 않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금값, 오르는 이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1767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2012년 10월 이후 7년6개월만에 최고치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5% 이상 상승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의 상승세는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 가격은 최근 몇 주간 1680달러~1750달러의 넓은 박스권에 갇혀있다가,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와 함께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다시 봉쇄 조치에 접어들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경제재개와 함께 박스권에 머물러온 금 가격이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는 움직임이 등장한 것이 봉쇄에 대한 우려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미국 전역에선 여전히 코로나19의 2차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선 최근 1주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州)민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봉쇄 가능성을 열어 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된다 하더라도 금 가격의 상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은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면 금값이 31%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금은 이자가 없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높을 때는 투자 매력도가 낮지만, 금리가 낮을 때는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금값의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 전반에서 금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에서의 실수요가 뒷받침되면서 금값 상승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 가격 추이.
금 가격 추이.

금값, 천정은 어딜까

골드만삭스는 금 값이 1년뒤에는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3개월 뒤 1800달러, 6개월 뒤 1900달러까지 오른 후 12개월 뒤에는 20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전망치보다 평균 200달러씩 상향 조정된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저금리와 달러화 약세 등으로 인해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결되고, 인플레이션 헤지 성향을 보이는 금 가격의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스당 1800달러가 머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RJO퓨처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밥 해버코른은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금 가격 또한 온스당 1800달러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향후 18개월 이내애 온스당 3000달러선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전망치였던 온스당 2000달러 선에서 50% 더 높인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들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금의 수급에 대한 펀더멘털이 아니라, 세계적인 금융 정책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럴당 40달러 넘어선 국제유가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국제유가의 상승흐름도 돋보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1.8% 오른 40.46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 3월6일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폭락했던 국제유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세에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재개와 함께 원유 수요가 회복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은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당초 6월말까지 예정됐던 하루 970만 배럴의 감산 규모를 7월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및 캐나다 등 국가에서 원유 시추기 숫자를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유량 감산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석유 굴착건수는 10건 더 감소한 189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이후 약 4분의 3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유가에 대한 장기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일 2020~2022년 유가 전망을 상향조정한 바 있다.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으로 인해 내년에는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이 이어지면서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oA 글로벌 리서치는 올해 WTI가 배럴당 39.70달러를 기록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47.5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렌트유는 올해 배럴당 43.70달러, 2021년에는 50달러, 2022년에는 55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WTI 가격 추이.
WTI 가격 추이.

국제유가, 40달러대가 뉴노멀 ? 

그러나 이같은 상승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전자산도 동시에 상승한다는 것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경제 봉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유가 상승 흐름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40달러대를 유지하는 것이 뉴노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리스타드에너지의 글로벌 석유시장 뵈르나르 톤하우겐 대표는 "유가는 이미 중간 회복 단계에 도달했다"며 "당분간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배럴당 45~50달러선까지 오르기에는 여전히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가 상승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라며 "아직 본격적인 재봉쇄 움직임은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전세계 석유 수요 회복 시간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가 상승에 대한 또하나의 부정적인 전망은 정유사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원유 구입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매체는 "유럽과 중국 등에서는 정유사들이 마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원유 구입을 줄이고 있다"며 "정유사들의 부진은 원유 구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유가 하락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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