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의 블록체인 토크] 미국도 '디지털달러' 도입 검토...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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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의 블록체인 토크] 미국도 '디지털달러' 도입 검토...우리는?
  • 정인호 IT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3 15: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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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IT칼럼니스트.
정인호 IT칼럼니스트.

[정인호 IT칼럼니스트] 중국이 디지털위안화 실험을 하는 동안 미국에서도 디지털달러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1월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Christopher Giancarlo) 전 미국상품거래위원회(CFTC) 회장이 주도하는 DDP(Digital Dollar Project)가 미국 정부에게 디지털달러의 발행을 촉구하는 백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거론되는 모델은 2계위 시스템이다. 중앙은행이 디지털달러를 발행해, 상업은행에게 지급하면, 상업은행은 다시 이를 개인과 법인에게 배포한다. 디지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종이달러와 동일하며, 이 점에서 디지털위안화와 유사하다. 

백서는 현행 계좌방식을 대신하여 토큰화를 통해서 디지털달러를 도입하도록 제안하였다. 토큰화란 소유권을 입증하거나 이전할 수 있는 증표(토큰)로 화폐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계좌방식으로 송금할 경우, 양쪽의 계좌잔고를 대조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 작업이 수반된다. 토큰에는 수신자가 거래의 합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불필요하며 훨씬 효율적이다. 

이것은 현금을 최대한 모방한 것이며 peer-to-peer(복수의 PC를 대등하게 접속하는 네트워크)방식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그러나 분산원장방식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분산처리할 것인지가 선택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유연하다. 

논쟁이 없진 않았다. 미국답게 프라이버시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과연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디지털달러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가 논쟁거리가 됐다. 현행 4차 수정헌법은 과도한 정부의 개인정보 보유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져 있지 않고 법률에 위임돼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디지털달러가 발행되더라도 최소한 가치가 안정된 사설통화인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과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된다. 고액의 경우 정부가 디지털달러의 사용경로를 추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하여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이로 인하여 미국 경제가 마비상태에 이르자 긴급재난금의 지원을 놓고 다시 디지털달러의 도입에 논란이 불붙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디지털지갑에 연준이 직접 디지털달러의 형태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올린 것이다. 

이와 같은 비상시기에는 지원금이 즉시 지급되어야 하는데, 은행계좌가 없거나, 최근 조세환급을 받은 실적이 없는 은행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은 즉시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 가장 지원이 절실했던 사람들은 한참 기다렸다가 종이 수표를 받아야 했다. 

다만 하원 법안에서 정의된 디지털달러는 블록체인 토큰은 아니고, 연준이 관리하는 중앙집권적 원장에 기록된 중앙은행의 채무증서이다. 중앙집권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잔고를 추적하고, 연준이 관리하는 디지털지갑을 통해서 개인은 펀드에 접근할 수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디지털달러가 긴급지원금과 관련하여 주로 논의되었지만, 그 밖에도 장점이 많다. DDP의 이사인 데이비드 트리트(David Treat)에 따르면 돈을 보내는 것이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쉬워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장점이다.   

세계은행은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수수료가 평균 6.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심한 경우는 20%에 달하기도 한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은행계좌가 없고, 현금을 송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달러가 있다면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에게 디지털 신분증을 발행하고, 이를 통해서 송금수수료를 대폭 낮추어 줄 수 있다.

또한 현재 국제송금과 결제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of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결제에 있어서 어떤 은행이 목적지에 계좌를 갖고 있지 않으면 중개 은행이 필요하다. 이렇게 여러 경로를 거쳐서 송금이 이루어지게 되면 매우 비싸고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가 있으면 송금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며 은행이 전 세계에 걸쳐 수많은 계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JP모건에서는 디지털달러가 현행 달러기반 국제결제시스템을 강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디지털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흔들지는 못하겠지만, 국제결제시스템으로부터 빈틈을 찾아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세계적인 신용카드회사인 비자가 디지털 법화에 대한 특허를 신청함으로써 이러한 움직임에 가세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로 추정되는데, 특허의 내용은 현행 법화 시스템에서 디지털달러가 발행되면 유통하고 있는 달러 중 동일한 금액을 제거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다. 

이는 중앙 컴퓨터에 의해서 처리되는데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추가된 디지털달러와 사라진 종이달러의 금액을 대조하는 과정이 불필요해지며, 이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준다. 매우 안전할 뿐만 아니라 거래 관련자들은 즉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고객신분확인(Know-Your-Customer)과 자금세탁방지(Anti-Money-Laundering) 등의 정보도 관련기관에 의해서 공유될 뿐만 아니라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하여 모든 작업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비자의 특허기술이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달러시스템에 철저히 순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종이 달러가 디지털달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찰떡궁합과 같은 파트너쉽을 유지하여, 자신의 사업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직 연준은 디지털달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와 같은 디지털시대에서 종이 달러에 기반한 화폐시스템은 미흡하고 비효율적이다. 디지털달러로의 전환에 위험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 정인호 경제 칼럼니스트는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20년 이상 IT전략과 정책연구를 담당하였다. 건국대, 단국대, 서울시립대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으며, 최근에는 경제와 IT에 관한 저작에 몰두하고 있다. <디지털 머니>, <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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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2020-06-23 23:30:45
오 유익한 정보네요.. SWIFT 중개 의 역할이 점점 약해지겟군요..!